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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때로 오래 학습한 결과이기도 하고 때로 착각이기도 합니다. 때로 이런 고정관념은 맹신이 되기도 합니다. 장하준 교수는 그간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여러 경제학적 상식이 틀렸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신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는 단순히 잘못된 상식 정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금과옥조’처럼 자리 잡은 여러 경제학적 미신을 때로는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때로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이를 산산히 깨뜨립니다. 일명 장하준의 경제 미신타파,라고 할까요. 이를 일부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장하준의 경제 미신 타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영화 산업은 콘텐츠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영화 산업이 저절로 성장하는 게 아닙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제조업을 무시하는 정책으로는 영화 산업도 키울 수 없다는 거예요. 미국 할리우드가 단지 천재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몇 명이 모여 앉아 머리 굴려서 만드는 거 같죠?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첨단 기술이 탑재된 장비와 세트, 그리고 배급망의 발달 없이는 영화 산업 역시 성장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이게 모두 제조업에서 나오거든요.
금융은 혁신이 아닌 규제 완화로 덩치가 커진 것일 뿐!
미국이나 영국의 금융 산업이 어떤 대단한 지식 혁명이나 정보 혁명을 통해 발전했다는 건 미신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영미의 금융 산업은 우리가 꿈도 못 꾸는 수준의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었다’고 맹목적으로 믿는 분들이 많아요. 심지어 금융은 그 자체로 혁신 산업이란 말도 많이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미국 금융계의 대부로 불리는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지난 50년 동안 일어난 쓸 만한 금융 혁신은 현금자동인출기뿐’이라고 했겠어요.
서비스업이 생산성 향상이 빠르다는 생각은 틀렸다!
(많은 분들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이 훨씬 빠르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모두 미신이에요. 생산성 향상이 가장 빠른 부문이 제조업이라는 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이 서비스업보다 빠르다는 건 아니에요. 평균적으로 보면 제조업의 생산성이 더 빠르게 향상된다는 거죠.
지식 경제론에는 경제사에 대한 인식이 없다!
지식 경제론에는 경제사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어요.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서구 대학의 경제학과에서는 경제사를 가르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게 나오니까 무턱대고 감동하는 거죠. 또 하나 ‘제3의 길’로 대표되는 1990년대 미국과 영국의 중도좌파 노선에서 지식 경제론과 탈산업화론을 강조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해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서구에서도 산업 자본을 싫어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많은데, 이들이 지식 경제라고 이름 붙인 금융 부문이나 첨단 서비스업 부문이 금융 자본주의화의 결과로 1990년대부터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각되면서 마치 천지개벽이나 일어난 양 착각하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제조업 이미 세계 수준이라는 건 착각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게 ‘한국 제조업은 이미 세계 수준’이라는 과신입니다. FTA 찬성론자들은 이미 한국의 제조업 생산성이 선진국의 70~110퍼센트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통계를 제시하곤 하는데,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의 제조업 생산성과 한국의 제조업 생산성을 자세히 비교해 보면 우리는 아직 미국의 50퍼센트 수준이에요.
금융으로 잘 먹고 잘 산다는 불가능하다!
금융으로 잘 먹고 잘 산다? 불가능한 말입니다. 예외는 있어요. 모나코 같은 작은 나라라면 조세 피난처 역할을 하면서 금융업만으로 먹고살 수 있겠죠. 그러나 나라 규모가 조금만 더 커도 그렇게는 못 살아요. 예컨대 인구가 50만 명인 룩셈부르크는 금융과 물류로 먹고사는 걸로 알려졌는데, 실은 1인당 제조업 생산량이 세계 10위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16~17위 수준이고요. 광업이나 농업이 주요 산업이라고 알려진 나라들도 왜 저렇게 소득이 높은지 자세히 살펴보면 실은 모두 제조업이 발전했습니다. 광업이나 농업을 잘하려면 기계화가 필요한데, 이것도 제조업이 발전해 있어야 가능해요. 또 일단 광물 매장량이 아무리 많아도 기술력이 낮아 채굴할 수 없다면 광업 강국이 될 수 없습니다. 기술 수준에 따라 매장량의 의미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이렇듯 제조업으로 가능해지는 기술 발전이 없다면 경제 성장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강조하는 겁니다.
미국은 산업 정책을 하지 않는다는 건 착각
미국의 가장 중요한 산업 정책은 다른 나라에 ‘미국은 산업 정책 안 한다’고 선전하는 겁니다. 다른 나라가 무장 해제를 하도록 말이죠. 그러나 실제로 미국은 산업 정책의 비중이 큽니다. 실리콘밸리 역시 정부 돈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고요. 미국이 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대부분 국방과 관련 있어요. 컴퓨터는 펜타곤, 반도체는 미 해군, 항공기 산업은 미 공군, 인터넷도 미 국방부가 지원한 것이고요.
기업지배구조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른다?
미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갖고 있다고 하는 회사가 GM입니다. 대주주가 없고, 사외이사는 많고, 주주 이익도 엄청나게 챙겨 줬으니까요. 그런데 지난 금융 위기 때 파산해서 사실상 국유화됐죠. 그에 반해 포드는 지배구조가 정말 나쁜 회사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창업자인 헨리 포드의 가족, 즉 총수 가족들이 여전히 이사회에서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가끔은 CEO를 직접 맡기도 해요. 그런데 포드는 살고 GM은 죽었지요. 모범적인 지배구조의 GM이 망한 이유가 뭘까요?
(중략)
KT의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민영화 이전까지만 해도 20~30퍼센트 선이었는데, 지금은 10퍼센트대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당장 돈 안 되고 수익 안 나오는 일은 가급적 안 하겠다는 거죠. 이게 경제 민주화입니까?
(중략)
요즘 KT를 보세요. 주주 배당 많이 하면서 주주들을 끔찍할 정도로 귀하게 대하고 있으니 주주들에게는 책임을 다하는 경영이 맞죠. 그리고 주식 시장에서 공시 잘하고 IR(Investor Relations) 잘하니 투명 경영도 잘하는 겁니다. 문제는 누구를 위한 책임, 누구를 위한 투명성이냐는 거죠. 종업원과 전 국민에게는 무책임하고, 경영진은 주식 투자자들과 결탁하는 이런 회사가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분들이 말하는 ‘우리가 꿈꾸는 나라’라는 건가요?
기관 투자자는 선량하다?
기관 투자자들이 특별히 선량한 투자자라고 생각하세요? 그들 역시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주가를 단기간에 올려 큰 수익을 내고자 할 뿐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주식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큰손이고, 주도면밀한 투자 전략까지 구사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압박해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어요. 사실 해외에서는 기관 투자자들이 너무 똑똑해서 오히려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관 투자가들이야말로 주주 자본주의의 핵심적 이해관계자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분을 가진만큼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애플 같은 회사에서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은 전체 주식의 얼마 안 되는 지분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도 의결권은 그 몇 배를 가졌어요. 그런 일이 가능한 건 대부분의 선진국들처럼 미국도 1주당 5표, 10표, 심지어 1000표나 되는 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게 회사법에 허용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죠 .예컨대 애플 같은 혁신적 기업을 창업자가 열심히 키워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상장하자마자 기업 사냥 사모펀드들이 늑대처럼 달려들어 주식을 대량 매입하여 창업자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든다면 어느 창업자가 나스닥에 상장하겠어요? 그래서 미국의 경우에도 나스닥에 상장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에게는 그런 차등의결권 주식을 용인하는 겁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요즘 주주 자본주의에 따라 차등의결권 주식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나스닥 같은 기술주, 성장주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런 차등의결권 주식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중략) 우리나라 상법에서는 이런 차등의결권 발행을 용인하지 않으니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재벌 총수들이 경영권을 지켰던 겁니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그걸 출자총액제한 같은 규제로 금지 또는 제한하겠다는 건 결국 소유와 지배의 괴리 해소를 위해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거고, 결국은 기업 사냥 늑대들에게 먹잇감을 던져 주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본문 중에서 발췌 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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