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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통해 실물 경제를 꼬리로 전락시키고 금융이 몸통 노릇을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의 한계와 문제점을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신자유주의를 더 이상 자본주의의 금과옥조로 받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자본주의'에 대한 그림은, 이러한 문제를 드러낸 신자유주의에 대한 해결책은 저마다 다르며, 심지어 신자유주의를 오히려 더 공고히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신자유주의라는 불판 자체를 갈아 치울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불판은 무엇일까요. 그 고민과 문제의식, 대안이 바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담겨 있습니다.
이번엔 장하준 교수의 자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소개해드립니다. 우리 속에 '자유주의를 진보로 착각'하는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자유주의는 결국 시장주의! 진보로 착각하지 마라!
“한국에는 자유주의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나쁘지만 자유주의는 좋은 것이란 식의 인식이 대중적으로 퍼져 있는 거죠. 앞으로 많이 거론하겠지만, 이른바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분들은 자신들이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 그냥 자유주의 혹은 합리적 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진보적 자유주의자, 사회적 자유주의자라는 말도 하더군요. 그러나 우리가 볼 때 그분들의 주장은 대부분 한국의 노동자, 시민이 아니라 국내외 금융 자본을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입니다.” (본문 중에서)
장하준 교수는 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 시장주의라고 잘라 말합니다. 장하준 교수는 우리에게 '자유주의를 진보로 착각하지 마라'고 주문합니다. 자유주의에 대한 우리들의 오랜 착각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이 개념에 혼선이 빚어지는 이유는 리버럴(liberal)이라는 미국 지식인 사회와 정계의 어법에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도 자유주의와 진보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장하준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 말이 탄생한 유럽에서는 18~19세기 지주나 봉건 귀족 같은 특권 계급에 대항해 시장주의 질서를 형성하고자 했던 흐름을 리버럴이라 하고 이런 리버럴이 만든 시장 질서마저 바꾸자고 주장하는 세력을 진보라고 명확히 통칭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함께 만들어진 고전적 자유주의는 1930년대 대공황과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그 생명을 다했습니다. 이어서 탄생한 20세기 중반의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사회적 자유주의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 방점을 자유주의가 아닌 진보에 두었지요.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만발한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그 방점을 진보가 아닌 자유주의로 옮겼으며 바로 이것이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서구에서도 진보적 자유주의를 주장했던 정파와 지식인들이 사실상 그 행동에서는 신자유주의자들과 별 차이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자유주의자들은 우파 신자유주의(오리지널 신자유주의)이건 좌파 신자유주의(진보적 자유주의)이건 관계없이 다시 자유 시장의 합리성과 투명성, 효율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가의 시장 통제와 개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 지상주의로 향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저자들은 이러한 자유주의의 입김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 오바마 정부의 구제 금융 투입 방식과 영국 정부의 스코틀랜드왕립은행 구제 금융 투입 방식을 소개합니다.
"‘은행 국유화는 사회주의’라는 색깔론을 펼치면서 월스트리트는 물론 루카스 같은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까지 모두 반대하는 통에 오바마 정부는 할 수 없이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금융 회사에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 방식으로 구제 금융을 제공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선주의 경우 배당은 일반주보다 더 많이 받지만 의결권이 없어요. 그러니 정부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가 없고요. 그 회사들이 퇴직 CEO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주건 임직원들에게 수십억 달러씩 보너스를 주건,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정부가 일체 개입할 수 없는 거죠."
"영국도 마찬가지예요. 영국 제2의 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Royal Bank of Scotland)에 수백억 파운드의 구제 금융을 제공하면서 영국 정부가 그 은행 지분의 80퍼센트를 갖는 대주주가 되었어요. 미국처럼 우선주도 아니고 한국처럼 보통주로 들어갔고, 지분이 80퍼센트면 절대적 경영권을 가진 셈인데도 아무 문책이 없었어요. 더구나 정부가 은행 이사회에서 은행장에게 ‘당신의 잘못된 경영 때문에 은행이 망할 위기에 처해 국가의 구제 금융까지 투입했으니 당분간 10만 파운드만 받으면서 일해!’ 하며 연봉을 깎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마저도 하지 않고 그냥 입을 다문 겁니다. 겁이 나서요."
구제 금융으로 살아난 금융 회사들이 퇴직 CEO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주고 보너스 잔치를 벌여도 일체 개입할 수 없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지만, 정부는 아무 것도 제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정부는 기업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 논리에 세뇌된 결과이자, 금융 자본의 엄청난 로비에 밀린 것이지요. 자, 이것이 미국과 영국만의 일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오늘,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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