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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은 ‘긍정’을 강요하는가? - <긍정의 배신>
밝고 낙천적이고 명랑한 사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항상 환영받는다. ‘긍정’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 쓰일 뿐, 결코 경계하거나 삐딱한 눈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긍정’은 그 이름부터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친화성 또는 강제성을 담고 있다. 흔히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거나 현실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에게 ‘삐딱이’ ‘투덜이’로 부르며 그야말로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은 그만큼 긍정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긍정’은 이제 여러 가치 중 하나가 아니라 누구나 따라야 할 절대 가치, 사회 성원들이라면 의례적으로 갖추어야 할 미덕이 되었다.
그런데 이를 궁금해 한 사람이 있다. <긍정의 배신>(원제 Bright Sided)의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라는 미국에서는 유명한 저널리스트다.
왜 세상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살라’고 강요하는가?
그 연원을 추적하면서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긍정’의 스마일 뒤에 숨겨진 검은 얼굴을 발견했다.
<긍정의 배신>은 기업, 종교(초대형교회), 의료계, 학계(심리학) 등 전방위적으로 뿌리내린 ‘긍정문화’ ‘긍정주의’의 무서운 이면을 파헤친 책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찾은 답은 아주 선명하다. 자본주의가 긍정이데올로기와 서로 윈윈하며 공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살라,는 것은 현실에 대한 비판을 무디게 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 사회구조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개인의 영역으로 머물게 하기 딱 좋다는 것.
기업계에서는 세일즈 영역에서 긍정주의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고, 동기 유발이라는 이름의 각종 강연 및 코칭 산업은 한편으로는 직원을 통제하는 고삐로, 다른 한편으로는 해고된 노동자의 불만을 다독이고 남은 직원의 사기를 북돋는 나팔수가 되었다. 서비스산업이 발달하면서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사고’ ‘스마일’을 강요할 필요가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종교 특히 기독교 또한 별로 다르지 않다. 신복음주의로 번창하는 초대형 교회들은 기업과 매우 유사하다. 설교의 내용 또한 ‘하느님은 사람들이 번창하길 바라신다’는 것이고, 이를 시현하는 방법 또한 절절한 기도가 아니라 긍정적 사고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로 인해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에 ‘긍정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면 반문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정말로 그렇다. 2008년 말, 폴 크루그먼은 “어째서 아무도 그 모든 것이 사실은 거대한 폰지 사기라는 사실을 보지 못했는가?”라는 수사적 물음을 던진 뒤 “누구도 잔치의 흥을 깨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을 제시했다.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우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서도 계속 돈을 써 댄 것은 우리의 낙천성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돈을 쓰면서 거리낌 없이 카드빚을 쌓고, 집에 2차 모기지를 설정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대출 이율이 상승하는 모기지 계약을 맺게 된 핵심에는 사회에 만연된 긍정과 번영의 주문, 시장의 욕망과 소비의 부추김이 깔려 있는 것이다. 긍정주의는 현실에 나타나는 위험 경고도 무시하게 만든다는 것이 더 무서운 점이다.
자, 이런 위기를 겪었으니 긍정을 강요하는 세상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까?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위기를 겪을수록 긍정의 신념 체계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모기지 산업이 침체에 빠진 2007년에 모기지 업체들의 동기 유발 강사 요청은 20퍼센트 증가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고용주들은 사기가 저하된 종업원들의 기율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동기 유발 산업에 의존한다. 2008년 말, 금융 붕괴가 경제 전반의 침체를 촉발하고 실업을 양산하면서 시사 해설가들이 자본주의의 지속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무렵, 번영신학을 내세운 교회를 비롯해 복음주의 교회의 예배에 나가는 사람들의 수는 더욱 급증했다. 대표적인 번영신학의 전도사들은 일자리와 집, 의료보험을 잃은 이들에게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지 말라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낙천적인 설교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긍정의 함정에 빠진 줄도 모른 채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자신을 더욱 볶아야 할까. 자신을 속이고 ‘기만당한 채라도’ 행복(진짜 행복인지는 모르지만)해야 할까.
개인의 희생과 노력만을 강요하는 긍정주의가 나의 뒤통수를 치지 않도록 자기감정과 환상으로 채색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할까.
<긍정의 배신> 독자들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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