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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이 당신의 뒤통수를 노린다!
마틴 셀리그먼, 긍정심리학 과연 옳은가 - <긍정의 배신>
국내에서도 소개된 마틴 셀리그먼의 <Authentic happiness>, <Learned Optimism>은 ‘긍정심리학’ 즉 ‘행복의 과학’을 연구하고 확산합니다.
<긍정의 배신>(원제 Bright sided)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긍정심리학’은 동기 유발 강연자, 코치, 자기계발 관련 사업자들에게는 ‘하늘이 준 선물’과 같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마틴 셀리그먼의 책. 국내에서는 <긍정심리학> <학습된 낙관주의>로 소개되었다
긍정적 사고와 긍정적 결과의 관련성을 설명하기 위해 신이나 끌어당김의 법칙 같은 신비주의 관념을 내세울 필요가 없이 느긋하게 물러서서 합리적, 세속적 담화의 표준 어구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죠. 즉 ‘긍정심리학’은 ‘긍정주의’에 학문적 권위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긍정의 배신>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심리학계에서부터 학계로 퍼진 ‘긍정심리학’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마틴 셀리그만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했지요. 그 내용이 흥미진진합니다.
한 번 살펴볼까요.
그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더 낙천적인 방향으로 마음을 재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을 제시한 자신의 책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에 나온 것처럼 내가 낙천성을 ‘학습’했더라면 글쓰기 생산성이 치솟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분을 밝게 만들어 주는 모네를 뒤로하고 셀리그먼의 사무실로 되돌아간 다음부터 분위기는 자꾸만 불쾌하게 돌아갔다. 내가 ‘진정한 행복 일람표’ 얘기를 다시 꺼내며 많은 질문이 다소 자의적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더니 대번에 그의 말투가 딱딱해졌다. “그런 얘기는 부당하군요. 당신이 테스트의 전개에 무지하다는 걸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질문이 예측 가치를 갖고 있는 한 그 질문이 어떤 것이냐는 문제가 안 됩니다. 버터스카치 사탕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어요.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예측력이 있냐 하는 겁니다.” 흠, 과연 그럴까? 그 테스트는 처음에는 일반적 의미의 행복도를 측정하려는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조금 진행하다 보면 버터스카치 맛 아이스크림처럼 행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상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행복 그 자체의 정의에 아이스크림을 섞어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p.219~220)
H=S+C+V
여기서 H는 행복의 지속도, S는 개인의 세트 레인지(set range), C는 생활환경, 그리고 V는 자의적 통제하에 있는 요소들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부정적 혹은 비관적 생각을 극복하기 위해 ‘낙천성 훈련’에 참가할지 말지를 결심하는 것이 V에 해당한다. 나는 셀리그먼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한 사람의 행복은 타고난 성향(S), 얼마 전에 실직했다거나 사별했다는 것과 같은 최근의 상황(C), 자신의 전망을 밝게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V)에 의해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를 정확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H=f(S, C, V)
(중략)
다시 말해 H는 S, C, V의 함수라는 뜻이다. 그 함수의 정확한 성격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를 방정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비웃음을 자초할 뿐이다. 나는 물리학을 처음 공부하는 학생이라도 떠올릴 만한 질문을 셀리그먼에게 던져 보았다. “그렇다면 측정의 단위는 무엇입니까?” 합산을 하려면 V, S, C처럼 H도 단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H의 단위는 과연 무엇일까? 하루에 몇 번 행복한 생각을 떠올리는가 하는 것? “음, 각각의 앞에는 상수(常數)가 있어야겠지요.”라는 그의 말에 나는 좀 더 압박해 들어갔다. 그랬더니 셀리그먼은 “C는 각각 다른 스무 가지 요소로 분해됩니다. 종교나 결혼 같은 것들 말입니다.”라면서 긍정심리학이 발견한 바로는 기혼 신앙인이 결혼하지 않는 회의론자들보다 더 행복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C를 어떻게 하나의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지 다시 물었다. 표정이 일그러진 그는 그런 질문이 나오는 것은 내가 ‘베타 웨이트(beta weight)’를 이해하지 못하는 탓이니까 집에 가서 인터넷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검색해 보았다. 베타 웨이트란 것은 여러 변수 간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찾아내기 위한 회귀방정식에서 ‘예측 변수’의 계수(係數)였다(독립변수들의 단위가 다를 경우 영향력을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위를 표준화한 베타 웨이트가 필요하다-옮긴이). 그런데 셀리그먼은 극히 단순한 회귀분석이 아니라 E=mc²처럼 일반 방정식 형태로 공식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를테면 어째서 H는 C×V처럼 ‘이차’ 효과와 관련된 더 복잡한 관계가 아니라 변수들의 단순 총합인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질문마저 미해결 상태로 버려두고 말았다. 하지만 셀리그먼은 방정식을 선호했다. 방정식을 제시하면 과학처럼 치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빨리 과학이라는 외양을 갖추기를 원했고 그래서 단순 합산이라는 방식을 취했다. 책에 방정식이 나와 있으면 무게가 더해질 뿐 아니라 수학적 엄정성을 갖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셀리그먼의 경우에는 그를 오즈의 마법사처럼 보이게 할 따름이었다. (p.221~222)
행복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한 혹은 긍정적인 사람들이 분명 직업적인 면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게 사실인 듯하다. 직장을 구할 때는 대개 2차 면접까지 올라가고,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더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심신이 소모되지 않으며, 잘 버티고, 출세의 사다리에서 먼저 위로 올라간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긍정적 태도를 높게 평가하고 ‘부정적인’ 사람들을 싫어하는 기업의 편견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에드 디너가 공동 필자로 참여한 「빈번한 긍정적 정서의 이점: 행복이 성공을 이끄는가?(The Benefit of Frequent Positive Affect: Dose Happiness Lead to Success?)」라는 논문이 널리 인용되고 있는데, 기업의 편견에 대한 부분은 쏙 빼놓아 결과적으로 그 문제를 용인한 셈이 되었다.(p.224)
셀리그먼이 “지금까지 행해진 행복과 수명에 관한 연구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라고 했던 ‘수녀 연구’다. 2001년에 발표된 이 연구는 행복한 수녀들은 수명이 90대인 반면 행복하지 않은 수녀들의 수명은 70대, 80대였다면서 행복한 수녀가 그렇지 않은 수녀보다 오래 산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행복의 측정 방법이다. 연구 대상이 된 수녀들은 1930년대 초반, 그들의 평균 연령이 22세였을 때 생활 및 종교에 대한 헌신을 주제로 짧은 글을 썼다. 연구자들은 그 자료를 검토한 뒤에 일부 수녀가 쓴 내용에 높은 수준의 긍정적인 정서 만족감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정했다. 예를 들면 ‘성모 마리아의 성스러운 선례를 받아들이는 것,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결합된 삶을 열렬한 기쁨으로 기대하고 있다’와 같은 내용이 거기에 해당한다. 연구 결과 긍정적 정서 만족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수녀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나는 우리 교단과 신앙의 확산, 나 자신의 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는 식으로 사무적인 내용을 쓴 수녀들보다 오래 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감정을 글로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긍정적 정서 만족감과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이 같은 것도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장수의 핵심 열쇠는 글을 잘 쓰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실제로 연구자 가운데 한 사람은 초기 연구에서 그런 결론을 넌지시 비췄다. 젊은 시절에 밀도 있는 생각을 복잡한 문장으로 표현한 수녀는 노년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p.225~226)
지원 그룹이나 심리요법으로 정신적 관점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유방암 환자들의 수명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후두암이나 경부암 환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또 폐암 환자들에서도 낙천성이 수명을 늘리는 요소가 되지 않았다.(중략)
게다가 일부 연구는 비관주의와 같은 부정적 특성이 장기적으로는 낙천성과 행복보다 오히려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론까지 내렸다.
한 예로 2002년 발표된 자료를 보면 약간 우울한 여성들이 전혀 우울하지 않거나 심한 우울증을 겪는 여성에 비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명 이상의 캘리포니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 연구는 낙천성이 중년 혹은 노년기의 조기 사망과 연결된다는 놀랄 만한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이 연구는 낙천적인 사람들이 위험을 더 많이 감수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10대 이전에 또래집단 속에서 자기 위치를 현실적으로 인식한 어린이가, 인기가 많다는 긍정적인 환상에 빠져 있던 어린이들에 비해 우울증을 덜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놀랄 만한 결과는 2001년 셀리그먼 자신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연구에서 나왔는데, 노년층에서 비관주의자들이 가족의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사건을 겪은 뒤 우울증에 빠지는 경향이 덜하다는 내용이었다. 셀리그먼은 『진정한 행복』에서 이 연구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결과가 발표되었을 당시 『뉴욕 타임스』에 “낙관주의에 구속과 검증이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그러고 보면 현실주의도 나름대로 소용이 있는 모양이다.(p.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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