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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노친네인디 입술 주위만 20대네" 

소록도 치과의사, 새로운 수술법으로 주민들을 돕다





소록도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는 한센 후유증으로 아랫입술이 처진분들이 많았다. 

그런 환자들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그분들은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어도 침이 계속 흘러내렸다. 

스스로 침을 닦고자 해도 쉽지 않았다. 손가락 없는 손을 연신 아랫입술 쪽으로 갖다댈 뿐이었다. 

침은 닦이지 않고 몽당손으로 입술을 자극하니 아랫입술표피가 떨어져 나가 피까지 나곤 했다. 

...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도 의사로서 아무 손을 쓸 수 없는 내 자신이 초라하고 무력해 가슴이 아팠다.

...그런 와중에 입술 두툼한 것을 얇게 하는 수술 방법을 찾았고, 여기에 더해 근육에 손대지 않는 수술 방법을 연구한 결과 임석순 할머니께 첫 수술을 시행하게 되었다.

처음에 임석순 할머니는 지금까지 그런 수술은 들어 본 적도 없다 하시며 딱 잘라 거절하셨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를 설득해 수술 허락을 받았다. 


...막상 수술실에 들어가서 마취를 하고 메스를 대는 순간은 걱정과 두려움도 컸다. 약 7시간에 걸친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수술 후에 아랫입술 처짐을 방지하기 위해 붙였던 테이프를 떼는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떨렸다.


‘과연 수술이 잘되었을까? 혹 잘 안 됐으면 어쩌지? 잘되었을 거야. 수술이 말끔하게 끝났었잖아….’

그 짧은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이 스쳐 갔는지 모른다. 


너무 감사하게 할머니의 처진 입술은 더 이상 처지지 않았으며 입을 크게 벌리는데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할머니는 “아, 이제 더 이상 침이 흐르지 않네.”라면서 아주 좋아하셨다. 

...거울을 들여다보시며 할머니는 “얼굴은 노친네인디 입술 주위만 20대네.”라며 눈물을 흘리셨다. 

할머니의 수술 과정과 회복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걱정을 많이 하신 할아버지도 이제 마음 놓고 행복해하셨다.

“이제 우리 할망구가 이렇게 예뻐져서 어떻게 데리고 살지?”라며 마냥 좋아하셨다.


소록도 주민들 사이에 임석순 할머니의 수술 결과에 대해 입소문이 돌았고, 그 후 나는 400여 분의 환자들을 수술하게 되었다.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한센병이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질환이지만 과거에도 이렇게 아랫입술이 처진 환자들이 많았을 텐데…. 견과 차별이 없었다면, 그리고 이 수술 방법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그런 수술이었다면, 의사들이 수술을 많이 시행해 우리 한센인들이 더 일찍부터 편하게 지냈을 텐데….





                                                                  -오동찬,부키 전문직 리포트 21 『치과의사가 말하는 치과의사』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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