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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약국, 그 약국에는 약사가 있습니다. 약사는 을 매개로 끊임없이 사람을 대면합니다. 당연히 별 사람이 다 있겠지요. 그 이야기 잠깐 들려드립니다. 어쩌면 우리 모습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웹 주>

약사는 동자신도 자판기도 아니랍니다!

 

 


약사가 말하는 약사

저자
홍성광 외 25인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05-31 출간
카테고리
취업/수험서
책소개
『약사가 말하는 약사』는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의 1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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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전화로 다른 약국에서 조제한 약을 문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경우는 처방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조제한 곳에 문의하시라고 정중히 거절한다. 간혹 전화선을 타고 쌍욕이 날아온다.

다른 약국에서 탔는데 약 이름이 시메티? 이거 무슨 약이에요?”

보통 위염에 쓰는 약인데 위가 안 좋으세요?”

위는 멀쩡한데의사가 실수했나? , 알았어요.”

통상 위염에 쓰이는 시메티딘을 피부과에서 20~30mg/kg/day로 처방했다면 사마귀 치료 용도로 처방한 것이다.

플라세보 효과가 가짜 약에도 효과를 보는 현상이라면, 노세보(nocebo) 효과는 진짜 약이 불신으로 인해 효과를 못 보는 현상이다.

처방 의도를 파악하지 않은 채 엉뚱하게 답해 주면 결과적으로 치료를 방해하게 된다. 환자가 병원에 전화해서 따지면 그야말로 개망신이다!

이거 어디 쓰는 약이에요?”

여러 질환에 두루두루 쓰여요. 진단을 어떻게 받으셨는데요?”

약사가 척 보면 몰라요?”

같은 쌀로 밥도 하고 죽도 쑤듯이, 여러 곳에 쓰이는 약이에요.”

나는 동자신이 아니다. 진단 결과를 물어보고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준다. 눈높이에 맞는 설명은 제품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설명이다. 고혈압 환자에게 약의 작용 기전을 침 튀기며 설명해 주는 것보다는(아마도 기전을 듣다가 혈압이 더 올라갈 것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해열제 하나 줘요.”

누가 드실 건데요?”

달라면 빨리 주기나 할 것이지 왜 물어봐요?”

해열제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까요. 누가 열이 있는데요?”

열은 없고 애가 발진이 돋아서요.”

? 발진에는 피부약을 써야지, 해열제는 왜?”

옆집 언니가 속열 때문에 피부 발진이 올라온 거라고 해열제 먹이래요.”

그러지 마시고 길 건너 피부과 데려가 보세요.”

별꼴이야! 그냥 주면 되지! 약국이 여기밖에 없나?”

(이어서 꽝! 하고 문 닫히는 소리)

처음 보는 약사보다 옆집 언니 말이 먹히는 것이 인지상정. 고객이 달란다고 무작정 집어 주지는 않는다. 자판기는 아니니까.

여름에 습진 연고 주세요.”하는 무좀 환자에게 그대로 습진 연고를 주면 무좀은 악화된다. 대부분의 환자가 가려움을 습진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무좀 환부의 특징을 설명해 주고 특징이 일치한다고 하면 무좀 연고를 팔고, 헷갈려 하면 진단을 받으라고 의원으로 보낸다.(요새는 태블릿 PC로 환부 사진을 보여 주고 판단하라고 하는 약사도 있다.) ‘습진 연고 달라고 했으니 악화돼도 환자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곽현설, 부키 전문직 리포트 18 약사가 말하는 약사중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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