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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약국이나 제약회사, 혹은 병원에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정말로 다양한 곳에서 약사들이 활약하고 있네요. 시민단체에도 약사가 있습니다. 시민이 있는 곳으로 직접 발로 뛰며 찾아가 올바른 의약품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는 녹색소비자연대 의약품안전사용운동본부 이주영 본부장의 이야기, 잠깐 소개해 드립니다. <웹 주>

식후 30분 복약의 진짜 의미는?

 

 

복약 지도를 하고 있는 이주영 약사

약국에서 식후 30분에 먹으라고 했는데, 제가 밥 먹고 돌아서면 약 먹는 것을 자꾸 까먹어서요. 그래서 그냥 바로 먹는데 괜찮나요?”

강의 때마다 수없이 받는 질문이다. 혈압약 등은 어디가 아파서 먹는 약이 아니라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먹기 때문에 약을 안 먹어도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없다. 밥 먹고 돌아서서 생각해 보면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릴 수 있다.

식후 30분에 약 먹으랬다고 시간 재서 딱 30분 뒤에 먹는 분 계신가요? 식후 30분에 먹으라는 약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잘 싸우지 않는 약이에요. 약이 때로는 음식과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고, 서로 좋다고 껴안기도 하거든요. 싸우거나 껴안으면 약이 몸속에 들어와 제 효과를 낼 수 없겠지요? 이런 약을 먹을 때는 밥 먹는 것과 시간을 잘 따져서 먹어야 해요. 그렇지 않은 착한 약은 밥 먹고 바로 먹으면 배가 불러 물을 잘 못 마시니깐, 잠시 쉬었다가 물 한 잔과 같이 먹으라고 식후 30분이라고 설명하는 것이지 시간을 칼같이 재서 먹으라는 뜻은 아니에요. 질문하신 어머님처럼 자꾸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리면 오히려 더 나쁘기 때문에 밥 먹고 바로라도 약을 드시는 것이 좋아요. 잘하셨어요! 다만 다음에 약국에 가시면 이 약 밥 먹고 바로 먹어도 괜찮냐고 약사님께 한번 물어는 보세요.”

잊어 먹을까 봐 밥 먹고 바로 약을 먹으면서 그동안 얼마나 마음이 꺼림칙하셨을까? 혹시나혼날까봐 병원에, 약국에 물어보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나 보다. 이런 분들은 대답을 듣고는 얼굴이 확펴지시곤 한다.

감기약 같은 건 약국에서 보통 하루 3, 식후 30분이라고 많이 설명해요. 여기서 하루 3끼 다 챙겨 드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 저기 젊은 분들은 다이어트하느라 하루에 1끼밖에 안 드시죠? 그럼 그런 분들은 약을 빈속에 먹을 수는 없으니깐 하루에 1봉만 먹으면 될까요? 하루 3번이 중요할까요, 식후 30분이 중요할까요?”

(사람들의 눈빛이 반짝! 하고 빛난다.)

식후 30분이 미국에는 없는 복용법이래요. 왜일까요? 우리나라가 농경 민족이라 일찍 일어나 아침부터 하루 3끼를 꼬박꼬박 잘 챙겨 먹기 때문에 하루 3번 먹는 약을 식후에 먹으라고 해요. 한국 사람들 똥 싸는 시간도 다 다르고 오줌 싸는 시간도 다른데, 밥 먹는 시간만은 비슷해서 그런 거예요.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땅덩이가 넓어서 그런지 밥 먹는 시간도 다 달라서 약을 8시간마다 먹으라고 해요. 그러니 밥 안 먹는다고 하루 1봉 먹고 오면 약효가 하나도 안 나요. 하루 3, 자는 시간빼고 깨어 있는 시간을 3등분해서 하루 3봉의 약을 먹어 줘야 해요.”

복용 시간을 학술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복잡한 약물의 흡수와 분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주어진 시간에 쉽게 이해시키기에는 이런 설명이 더욱 효과적이다.

이주영, 부키 전문직 리포트 18 약사가 말하는 약사중 발췌

 


약사가 말하는 약사

저자
홍성광 외 25인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05-31 출간
카테고리
취업/수험서
책소개
『약사가 말하는 약사』는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의 1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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