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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론적 관점에서 보면 철학사는 크게 본질주의와 실존주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존주의 이론은 대강 이렇습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다른 존재들은 존재 이전에 본질이 있다는 겁니다. 볼펜을 예로 들면 그것이 존재하기 이전에 그 쓰임과 용도, 정의가 있었기에 그에 의거해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지만 인간 존재는 어떤 본질에 부합하기 위해, 그 본질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의 본질이 결정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는 것 자체가 존재의 출발이고 목적이고 의미가 된다는 겁니다.

이에 반해 본질주의는 신, 운명, 과학 등 무엇이 되었건, 인간 역시 인간을 초월한 필연적 본질이 있어 거기에 부합해서 태어나고 존재한다고 보는 겁니다. 이러한 구도에서 생각해 보면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한 20세기의 정치철학은 거의 모두 반본질주의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지요. 이들에게 역사는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고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환경과 끊임없는 대립과 수용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사상 지도』에서는 자아, 주체, 사회 등 정치를 키워드로 현대철학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자아, 주체, 사회 등 정치 키워드로 본 현대철학 사상가들

 

막스 베버 Max Weber, 1864~1920 직업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고찰한 사회학의 거장

베버는 공리주의와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달리 인간을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로 보았다. 베버는 욕망은 동질적이므로 일반적인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의미는 독특하고 이질적이며 구체적 맥락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반적인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의미는 욕망처럼 단순히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해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베버는 자본주의를 욕망 추구 이상의 의미 추구 현상으로 보고 탐구했는데, 그 결과물이 유명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1889~1976 존재의 의미를 재구성한 실존철학의 대가 들뢰즈, 데리다, 푸코, 라캉 등 프랑스 후기구조주의 철학자들은 하이데거의 친나치스 행적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으면서도, 하이데거의 지적 영향을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하이데거의 지적 유산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그것을 새로운 형태로 재현하거나, 하이데거의 사상에서 받은 영감을 자신의 이론 구성에 사용하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하이데거의 제자로 만들었을까?

장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1905~1980 20세기 마지막 철학자

“나는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졌다.” 사르트르의 지적 기획은 이렇게 요약된다. 사르트르의 모든 기획은 ‘인간’에 대한 이해로 집중된다. 사르트르가 ‘마지막 철학자’로 명명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Claude Levi-Strauss, 1908~2009 구조주의 인류학의 창시자

레비스트로스는 무엇보다 ‘관계’ 속의 인간을 강조했다. 그런데 관계가 가능하려면 ‘교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관계를 맺고 나서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교환이 없다면 아직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교환하면서 다른 인간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왜 그랬을까? 다름 아닌 생존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 1926~1984 보편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저항한 광기의 철학자

푸코에 따르면, 우리의 것이 정상이라는 그 거만함이야말로 진정으로 야만스러운 사고이다. 푸코는 자신의 주요 저서 『말과 사물』의 서문에서 보르헤스의 동물 분류법을 예로 들면서 ‘우리’와 ‘남’, 또는 다른 표현으로 ‘동일성’과 ‘타자’를 나누고 있는 질서의 폭력을 꿰뚫어 본다.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 1930~2002 신자유주의에 맞서 투쟁한 실천적 지식인

부르디외는 죽는 날까지 반세계화 진영의 상징적 지식인이었다. 그는 세계화의 야만성에 맞서 싸운 투쟁가이면서, 학문적 이론과 통찰력을 겸비한 세계적인 사상가였다. 사르트르, 푸코, 들뢰즈, 데리다와 함께 프랑스 사상의 큰 보루였으며, 유럽 사회학이 독일의 하버마스와 영국의 기든스로 나뉜 상황에서 가장 프랑스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 담론을 전개해 학문적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토니오 네그리 Antonio Negri, 1933~ 제국에 맞서는 다중의 힘을 역설한 사회 운동가

네그리는 “모든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라는 마르크스의 생각을 부각하면서, 자본이 역사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역사를 주도한다는 생각을 제시했다. 당시 이런 생각을 공유했던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오페라이스모’라는 독특한 노동 운동의 흐름을 창출했다. 노동 강제의 거부를 전략적 축으로 삼는 이 운동의 발전은 이후 68혁명을 예고하는 획기적 사건이었다.

이를 사상 지도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20세기 사상 지도 : 마르크스에서 지제크까지, 눈으로 그려본 현대 철학』본문 중 발췌 재구성

 


20세기 사상 지도

저자
임상훈, 임상훈 외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10-19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막연하고 난해한 현대 철학, 어떻게 읽을까? 27명의 사상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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