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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로 된 일주일을 다 만들고 난 뒤, 신은 빠진 것이 없나 생각을 했다지요. 아차차!! 잊은 것이 하나 있어 만들었는데...그것은 바로 순수한 영혼의 조지, 영화 8요일의 주인공이랍니다. 이 영화는 바쁜 도시 생활로 인해 가족에게 외면당한 한 중년남자가 지적장애가 있는 주인공 조지를 만나 삶이 바뀌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영화 속에서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조지를 맡은 배우 파스칼 뒤켄은 실제 다운증후군 환자였습니다. 8요일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작품의 이야기를 더욱 진정성 있게 만들어 주었지요. 장애가 있는 이들을 무조건적인 보살핌이 필요로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이들과 함께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영화는 묻고 있습니다.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서경주 씨황금연 씨 역시 다운증후군이 있는 지영이 승민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8요일』의 조지가 신이 보기에 참 좋았던 것처럼, 지영이와 승민이의 하루하루도 누구나 보기에 참 좋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는 또 다른 8요일』,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장애를 가진 내 자녀, 그 한 생명을 받아들이기까지

지영 엄마 서경주 씨는 서른 넷에 둘제 지영이를 낳고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듣게 됩니다.

아이 외형상 다운증후군 같습니다. 염색체 검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그 때의 심정을 지영 엄마, 서경주 씨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다운증후군인 건 어쩔 수 없더라고 외형과 신체 면에서 조금이라도 멀쩡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기적이었다. 그것은 아이를 위한 기도가 아니었다. 순전히 엄마 자신을 위한 기도였고, 희망이었다. 아마도 아이를 돌보면서 부닥칠 성가시고 힘든 일들을 먼저 떠올렸던 듯하다. 남들이 장애아를 둔 엄마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서도 미리 걱정했다. 아이보다 엄마 자신에 대한 걱정이 컸다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지영 엄마가 산후조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회진 오던 소아과 의사가 따로 부르더니 아이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많이 힘들텐데, 굳세게 잘 기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후 지영 엄마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의사가 했던 이야기와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었다고 하는데요.

그 때마다 지영 엄마는 이전까지의 자신, 한 사람이자 여자인 자신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장애아를 낳은 엄마로만 자신을 보는 듯해 참 많이 싫었다고요.

 

승민 엄마 황금연 씨 역시 지영 엄마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형아 검사를 했는데, 70~80% 이상 기형아일 확률로 나왔어요. 양수 검사를 하라더군요. 검사하지 않았어요. 승민이 형제들 때도 검사하지 않았거든요. 아기를 낳을지 말지를 우리가 임의로 선택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요.

 

장애아일지도 모른다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았고, 승민이는 장애가 있었습니다.아이를 낳은 후에도 승민 엄마에게는 어떤 통과의례 같은 과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승민이가 아산병원에서 퇴원할 때 쯤 전화가 왔어요. 아이를 데려갈 준비가 되었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데리고 와야죠. ’ 했어요.”

알고 보니 이 질문은 사회복지기관을 연계시켜 줄 수 있으니 입양을 보내겠냐는 우회적인 질문이었던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 시설에 버려진 아이들 중에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아이가 많다고 합니다. 다운증후군의 경우 외관상 쉽게 드러나기도 하고 피 검사만 해도 쉽게 알 수 있으니 처음부터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지요. 그렇지만 다운증후군은 지적장애 중에서도 경증에 해당하며,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다른 지적장애에 비해 상당히 폭넓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8요일의 조지처럼 말이죠.

 

고통 속에서 찾은 평화

지영이를 낳고 지영 엄마는 달라졌습니다. 힘든 사람을 찾아 서로 위로를 주고받고 그들에게서 힘을 얻었다지요. 이십 대 땐 그러지 않았는데, 고통을 피하거나 주저앉기보다 직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사회적인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지요.

2005년 무렵, 다운복지관 사무국장이 장애인 정책과 관련한 공청회에 가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에 응한 것이 또 다른 세상에 눈을 뜬 계기가 되었습니다.

청회 발표 전문가들이 장애인교육법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삶을 누려야 할지는 뒷전이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어떻게 키울지에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요. 그 뒤로 지영 엄마의 삶은 또 다른 모습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만 이년 동안 기자회견도 하고 단신농성도 하면서 함께가는 마포장애인부모회도 결성하게 되지요.

오직 내 자식에게만 향하던 연민과 사랑을 더 많은 아이들을 포옹하는 헌신과 열정으로 바꾸어 낸 겁니다. 영 엄마 서경주 씨는 이 모든 것들이 지영이를 통해 얻은 위로와 평화라고 이야기 합니다.

한 걸은 한 걸음 이 길을 가면 된다.

승민 엄마에게도 어려움은 많았습니다. 도대체 무엇부터 시작할지 몰랐다고요.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가 다운중후군인데 전 어찌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라요. 그러니 제발 도와주세요.” 승민 엄마가 인터넷에 올린 글입니다. 이 글은 보고 국내도 아닌 독일에서 로라 엄마라는 분이 승민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왔답니다.

 

내 딸도 다운증후군이에요. 남편과 함께 아이를 키우다 둘 다 완전히 지쳐 버렸죠. 아이가 생각처럼 자라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함께 떠난 여행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가 이십대 정도 된 다운증후군 딸과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처음 보는 노부부 앞에서 펑펑 울었답니다. 내 딸도 같은 장애가 있다고.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죠. 노부부가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도 이십 년 동안 이 아이 때문에 울었어요. 하지만 그 울음은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더군요. 울 힘이 있거들랑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세요. ”

로라 엄마 자신의 이야기가 적힌 편지를 보고 승민엄마는 이렇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냥 이 길을 가면 된다.

나보다 먼저 장애 자녀를 키운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발판이 되어 줄 테니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될 것이다.

특별한 의도를 갖고 삶을 살아가기보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으면 다음 사람들이 그걸 보고 또 가게 되는 것 일거다.’ 라고요.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발췌 재구성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자
김효진 지음
출판사
부키(주) | 2012-08-0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지체장애가 있는 저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12명의 장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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