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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먹고사니즘'의 조화 - <사바이  인도차이나>

오늘도 정숙영은 사바이!

 

 

 

 

<사바이 인도차이나>의 저자 정숙영 씨는 <노플랜 사차원 유럽여행> <무대책 낙천주의자의 무규칙 유럽여행> <런던 내비게이션> <도쿄 만담> <도쿄 내비게이션> 등 여러 권의 여행책을 썼고, <강아지가 기가 막혀!> <고양이가 기가 막혀!> <옵티미스트>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권의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러니까 남들은 하나도 겨우 갖는 직업을 두 개나 갖고 있지요.

 

정숙영 씨는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는 우리나라에 몇 백 명 안 되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을 ‘내 팔자에 이런 복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모두 들어 있는 직업’이고 ‘나라는 인간에게 이 이상 좋은 직업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버는 돈이 많지도 않은데다 그 대부분이 또 다시 여행비용으로 재투자되어야’ 하는 등 ‘돈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고 자평하지요. 사실은 그래서 틈틈이 번역도 하는 것입니다.(짐작입니다만 여행 작가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면, 아마 번역은 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번역 또한 상당한 언어 능력이 필요합니다만 정숙영 씨는 이 모든 실력을 순전히 재미로 쌓았습니다. 스물아홉 살에 일본 드라마에 푹 빠져, 오로지 드라마 더 잘 보겠다는 욕심에 일본어 공부를 했더니 그야말로 머리에 쏙쏙, 영어라고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숙영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재미'입니다. 돈을 억만금을 갖다 줘도(그렇게 갖다줄 사람도 없지만) 재미가 없으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번역한 책이라면, 일단 재미는 있을 거라고 믿으셔도 됩니다. 원문이 재미가 없으면 아마 번역하는 것도 엄청 괴로워할 걸요. 

 

세상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싶을 정도로 노플랜 무대책 무규칙 사차원 캐릭터에다 ‘취미는 삽질 특기는 운하파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겪지만 ‘아놔~’로 퉁치는 대인배 기질에 의외로 섬세한 감성,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절묘한 비유와 표현, 유머 가득한 톡톡 튀는 글솜씨 등 매력이 많은 여행 작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물론 코드가 안 맞을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정숙영 씨는 ‘여행할 때. 배낭을 메고 길 위에 섰을 때. 낯선 것들과 조우할 때. 그 설렘’이 자신을 가장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감각이며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은,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지만 ‘숨만 쉬어도 한 달에 돈 백만 원이 우습게 깨져나가는 서울 소시민’이기도 하고 ‘시집가기 싫으면 노후 대비는 네 손으로 해야 되는데 그래서는 나중에 박스 줍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모친을 둔 큰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영어도 잘 하고 일어도 잘 하고 심지어 여행 작가에 번역가라는 그럴싸한 직업을 갖고 있고, 노래도 잘 하고(위대한탄생의 참가자 저리가랍니다) 유머 감각까지 탁월한 살짝 천재 '필'도 나는 사람입니다만, 알고 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고 생계유지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일을 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그러니까 바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핏줄에 부는 바람을 안고 사는 생활인으로 사는 방법’ ‘먹고사니즘’과 자신의 방식대로의 행복이 함께 손잡고 이인삼각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잘 드러난 <사바이 인도차이나>에서 인도차이나의 맨얼굴 뿐 아니라 인간 정숙영의 맨얼굴도 잘 보이는 건, 아마 그 때문이겠지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행 작가 정숙영의 건투를 빕니다.

오늘도 정숙영은 사바이~ 이기를.

사바이 정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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