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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복지의 재발견!
『복지 사회와 그 적들』 편집자 노트
복지는 왜 논쟁적인 주제가 됐을까
2015년 대한민국에서 복지는 뜨거운 이슈다. 요 몇 달 새만 해도 경남 초등학교 무상 급식 중단,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고갈,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의 문제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렸다. 지난 대선에서도 복지는 모든 후보들의 전방위적인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이러한 주제는 이른바 ‘핫한’ 주제다. 기획을 할 때도 그 분야를 특별히 더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복지’는 참으로 이상한 주제다. 모든 사람의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그런 만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막상 관련 도서들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복지에 관한 정보나 의견을 인터넷이나 관련 기관을 통해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책이 필요하지 않아서일까.
어쩌면 복지에 대한 가치관이 예전과는 많이 바뀐 현실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복지란 것이 마치 우리 사회의 공동의 이상향과도 같았다. ‘지금은 다 같이 풍족하지 못한 삶을 살지만 언젠가 살림이 펴지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해 볼 수 있는 것’, 복지가 그런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복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복잡하다. 세금이든 연금이든 내 지갑에서 먼저 돈이 나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복지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는 복지 이슈가 정치권의 진영 논리에 휘둘리면서 ‘찬반’의 대상처럼 돼 버렸다. 어느새 복지는 피로도가 매우 높은 이슈가 됐다.
복지는 여러분을 해치지 않아요
이런 점에서 이 책 『복지 사회와 그 적들』은 시의적절한 논의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복지를 해야 하나?’라는 현재의 화두에 대한 시원한 답이 들어 있다. 특히 첫 장에서부터 “복지 지출이 많은 나라는 부채가 많을까?”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의 국민은 여유가 없고 불행하지 않을까?” “복지 혜택이 많으면 국민이 의욕이 없거나 게으르지 않을까?” “복지는 부자 나라에서만 가능한 게 아닐까?” “복지가 없어도 대출 지원이나 보험 상품 등으로 저소득층을 도우면 되지 않을까?” 와 같은 평소 복지 국가에 대해 논란이 일거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간다.
이 모든 질문과 의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아니요’다. 저자는 복지 국가에 대한 잘못된 주장들과 거짓말들을 설득력 있게 논파해 나간다. 무엇보다 저자가 방어적으로 논리를 펼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복지 국가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맘에 든다. 저자는 ‘복지 국가가 그나마 낫다.’라는 데 그치지 않고, 복지는 경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오히려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선제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특히 중국이 현재 투자를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는 투자 케인스주의를 추구하고 있지만 이는 사회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지는 순간에는 곧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전략이며, 그 시점이 돼 수요를 끌어올리려면 사회 복지 강화를 통한 수요 창출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복지는 하면 좋다.’가 아니라 ‘복지는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말이다.
당신이 아는 ‘복지’, 과연 진실인가요?
책의 제목과 가장 연관되는 부분인 IV장 ‘누가 복지 사회를 반대하는가’도 주의 깊게 읽기를 추천한다. 저자는 감세나 시장 위주 정책 등 ‘복지 축소·후퇴’ 주장을 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그 배경에 무엇이, 누가 있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기득권층이 복지 사회를 가장 반대하는 계층이며, 이들에게서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제학자들과 언론이 기득권층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 복지 반대 담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대중 추수주의와 비슷한 ‘문자 추수주의’, 즉 문수주의를 비판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문수주의자는 글을 받들고 따르는 사람들,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경제 평론가나 오피니언 리더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들이 전문 지식도 부족하고 현실 감각도 결여하고 있음에도 전문가라는 명성과 권위를 얻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약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공공 지식인’이 돼야 함에도 이익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 그치고 만다며 이들을 강도 높게 꾸짖는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문수주의자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맹종자’가 양산되는 것을 더욱 경계한다. 유명인에게 팬이 있듯이, 어떤 사상이나 어떤 유명 지식인에게는 맹목적으로 따르는 존재가 반드시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맹종자들이란 남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일밖에 하지 못하는, 사상의 전달자 또는 소비자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복지 선진국을 향해 갈 길이 먼 ‘복지 도상국’인 우리나라에서 문수주의자는 어떤 이들일까? 어쩌면 우리는 실상을 제대로 못 보고 일부 문수주의자들의 주장을 제 의견으로 삼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기만 하는 맹종자이지는 않을까?
복지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책은 사회 보장 제도의 수립 및 복지 국가의 탄생에서 발전 과정까지, 복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다. 독일의 사회 국가 원칙, 북유럽의 조합주의 문화, 미국의 진보 개혁 운동 등 각 나라에 복지 제도가 태동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도 들려준다. 주요 선진국의 연금 제도와 의료 보장 제도,교육 및 가정 복지 현황도 비교·분석한다. 그리고 복지 사회의 결함을 수정한 ‘저생존원가형 사회’라는 대안도 제시한다. 쉬운 설명과 간결한 논리를 통해 복지 전반을 설명한 ‘복지 국가 사용설명서’이자 ‘복지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다.
-부키 편집실 부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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