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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과 애벌레 납치를 일삼는 개미들












왕개미는 생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개미이며, 군집에서 새로 태어나는 모든 개미의 어머니다. 

군집 내 모든 개미에게 여왕개미는 자신의 DNA를 후대에 전할 유일한 희망이다. 따라서 군집 내의 모든 고깃덩이 로봇은 궁극적으로 여왕개미의 생존을 위해 일한다. 렙토토락스 개미는 군집이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 개미 군집에서는 먹이를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도처에 도둑이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도둑들 중에는 에피미르마(Epimyrma- 라틴어로 ‘개미보다 우월한’이라는 뜻이다)라는 다른 개미종의 여왕개미도 있다. 마치 좀도둑처럼 렙토토락스 개미집에 조용히 숨어든 이 여왕개미는 첫 번째 렙토토락스 병정개미의 공격을 받으면 제이슨 본 처럼 능수능란하게 병정개미를 제압한 다음, 독침을 쏘아 기절시킨다. 하지만 여왕개미는 병정개미를 죽이지는 않는데, 훗날 자신에게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렙토토락스 개미의 분비물을 자신의 몸 전체에 문질러서 낯선 냄새를 감춘다. 일단 냄새를 지우고 나면, 들키지 않고 군집 내를 활보할 수 있게 된다. 자신들과 같은 냄새가 나기 때문에 렙토토락스 개미들은 이 여왕개미가 침입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완벽하게 변장을 한 이 침입자 여왕개미는 렙토토락스 여왕개미의 방으로 가서, 무방비 상태의 여왕에게 접근한다. 그리고는 큰 턱으로 렙토토락스 여왕개미가 죽을 때까지 서서히 목을 조른다.


기존 여왕개미가 죽으면 에피미르마 여왕개미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렙토토락스 군집의 새 지도자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알을 낳으면 군집의 일개미들에게 그 알들을 먹이고 돌보게 한다. 일개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예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군집의 먹이를 훔치는 게 아니다. 이 여왕개미는 군집 자체를 훔친 것이다.



이런 종류의 절도를 하는 개미는 최소 200종에 달한다. 그러나 절도 방식이 모두 똑같지는 않다. 이를테면, 폴리에르구스(Polyergus) 개미는 이른바 ‘노예 습격’을 벌인다. 1500개체 정도의 폴리에르구스 개미가 포르미카(Formica) 개미 군집으로 쳐들어가 공격을 하는 것이다. 이 약탈자 개미는 포르미카의 애벌레를 닥치는 대로 잡아서 자신의 군집으로 데려온다. 폴리에르구스 군집에서 성체로 자란 포르미카 애벌레는 자신이 그곳의 일원이라고 여기고 일을 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폴리에르구스 개미가 지나치게 노예에 의존하다 보니 포르미카 개미 없이는 살 수가 없다는 점이다. 폴리에르구스 군집에는 항상 포르미카 개미가 있다. 이는 종 전체가 다른 종의 고통에 의존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여 주는 한 사례일 뿐이다.



                                                                                                                     -댄 리스킨, 『자연의 배신』 발췌 및 재구성






자연의 배신

저자
댄 리스킨 지음
출판사
부키 | 2015-04-17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자연은 풍요롭고 온화한 곳이라는 인간의 환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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