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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에 다가온 위협, 인력 사재기


가을이 되자 신참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메일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페이스북 재무팀에 근무하고 있는 존입니다. 

다음 주 뉴욕에 가서 저희 팀과 함께할 의향이 있는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비공식적인 만남의 자리를 가지려고 합니다. 

저는 에이스 호텔에 밤 7시에서 10시까지 머물 예정입니다. 저희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한번 들러 주십시오. 

환대하겠습니다. 예약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011년, 월가 투자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수익 창출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무렵, 바로 그들의 코 밑으로 보이지 않는 위협이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실리콘밸리의 기술 관련 기업들이 월가 하위직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인력 사재기에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기술 관련 기업들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최상급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 리스트를 확보한 뒤, 이들에게 술 한잔 곁들인 기업 설명회 자리에 초청한다는 이메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보내 인재 사냥을 진행했다. 진이 빠질 정도로 스프레드시트 모델 구축에만 매달리다 보니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하위직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썩 잘 먹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운 반응에 놀란 기술 관련 기업 임원 하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저 월가 인력들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을 뿐이에요. 

‘아무개 레스토랑에 있을 테니 한번 나와 보세요.’ 그런데 참석자가 무려 50명은 됐던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월가 젊은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공세를 벌이던 때는 기술 관련 기업들이 더할 나위 없이 잘나가던 시점이었다. 

면 월가 투자은행들에게는 최악의 시기였다.

...

뉴욕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에번 코스 (Evan Korth) 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소셜 네트워크〉가 지금 세대의 〈월스트리트〉라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반면 월가 투자은행들은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매력과는 대척점에 위치해 있었다. 수천 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 해고, 기본급과 보너스 삭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행사 취소 등으로 대중의 반감을 사고 있던 것이다. 거기다 금융위기가 사회에 남긴 부정적 이미지도 여전한 상황이었다.

...

금융업계 인력들은 기술 관련 기업들에게 쓸모가 많았다. 이들은 기술 관련 기업들이 치명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재무 관련 업무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게다가 금융공학 분야 인력들은 통상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이른 공학도들이기도 했다. 거기다 강도 높고 치밀한 업무 환경에서 숙련된 인력이라는 점도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케빈 루스, 『영 머니 YOUNG MONEY』 발췌 및 재구성




영머니(Young Money)

저자
케빈 루스 지음
출판사
부키 | 2015-03-2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주당 100시간 근무, 연봉 15만 달러짜리 비정규직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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