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애널리스트의 두려움 : 내가 부자의 범죄 행각에 동참하는 걸까?

젊은 애널리스트의 두려움

-내가 부자의 범죄 행각에 동참하는 걸까?

데릭은 사모투자업계가 도덕적으로 선하다는 믿음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도 기껏해야 우연히 이득을 발생시킬 뿐이라고 생각했다. 

사모투자회사의 이해관계가 공교롭게도 고용을 늘리고 제품을 향상시키는 방향과 맞아떨어져 피인수기업을 개선하게 되는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경우에 대해서조차 의문을 품게 됐다.

데릭의 회사는 최근에 중간 규모의 기업을 인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처음에 봤을 때는 복잡한 거래가 아니었다. 

피인수기업은 여러모로 구미가 당기는 회사였다. 경영진의 역량이 뛰어났고, 꾸준한 매출흐름에 수익성도 괜찮았다. 

반면에 부채 규모가 상당히 큰 데다 설비도 노후화되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 십 년간 새롭게 등장한 경쟁업체에게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하는 처지였다. 오직 자금력이 풍부한 월가 투자자들만이 할 수 있는 즉각적인 자금투입과 기업혁신이 필요했다. 요컨대 전형적인 사모투자업계식 회생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인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회사 중역들이 제시하는 방안은 데릭이 애초에 생각했던 기업 개선책과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그들의 생각은 온통 단기 투자수익을 신속하게 올리기 위한 비용절감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피인수기업의 기초 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조치는 전혀없이 애초 인수가액보다 비싼 가격에 회사를 되팔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중역 하나가 말했다. “인력 합리화와 자산 매각을 통해서 5000만 달러는 쉽게 벌 수 있어.” 

이 말은 단순히 직원들을 자르고 설비를 팔아 치우기만 해도 피인수기업의 가치를 5000만 달러 정도는 불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데릭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가 기업 회생과 개선에 기여한다는 말은 구두선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로 자신은 투자수익이나 뜯어먹는 돈독 오른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을 뿐이라는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데릭은 막 입사했을 당시에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에 대해 이런 식의 두려움을 가져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가 금융업계를 향해 이와 비슷한 취지의 비판을 하는 것을 보면서 두려움의 강도가 더욱 커졌던 것이다. 물론 데릭은 자신의 회사가 동종 업계의 그 어떤 회사보다 좋은 축에 속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자신이 부자의 범죄 행각에 동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다.

                                                                                           -케빈 루스, 『영 머니 YOUNG MONEY』 발췌 및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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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머니(Young Money)

저자

케빈 루스 지음

출판사

부키 | 2015-03-2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주당 100시간 근무, 연봉 15만 달러짜리 비정규직 월스트리트...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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