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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엄마는 위대하다 :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편집자 노트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다른 존재를 책임진다고?’ ‘말도 안 통하는 데다 유리처럼 다뤄야 하는 작은 인간이라니.’ 내게 아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이전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다, 나는 아이가 무섭다.
아가야. 울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데 왜 자꾸 우니?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남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찾아오고(아.... 이미 늦었나?), 친구 아이 돌잔치에 회수할 기약이 없는 봉투를 건네는 일이 잦아지고, 가장 친한 친구가 ‘날’을 잡았다는 비보를 들었던 겨울의 끝자락, 나는 이 원고를 만났다.
육아, 힘들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힘들 줄이야!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틴 그로스-노는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4남매를 키워 낸 베테랑 엄마다. 물론 그녀도 처음부터 아이를 잘 키웠던 것은 아니다. 첫째를 갖기 전까지 난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국적이 다른 부부가 나라를 옮겨 가며 아이 넷을 키웠으니 그 고충이 오죽 했을까?
초보 엄마 울리는 육아 고민들 아이가 너무 자주 깨고 잠을 안 자요! 아이 물건, 서너 배 비싸도 유기농으로 사야겠죠? 요즘 아기 침대가 유행이던데, 장만해야 할까요? 편식이 너무 심한 우리 아이, 어떡하죠? 아이 버릇이 점점 나빠져요. 이러다가 커서 도둑이 될까 두려워요. 아이가 상처받을까 봐 ‘안 돼!’라는 말을 못 하겠어요. 유치원 가기 전까지 정말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아도 될까요? |
이런 고민들을 보여 주지 않고 그저 답만 알려 주는 책이었다면 나는 원고에 이처럼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오히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책은 고민을 공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고민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며 독자를 끌고 나간다.
시간과 여유의 빈곤이 가장 해롭다
한 독일 엄마는 자기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 시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사실 그녀의 아이들은 매일 두 시간씩 밖에 나가 놀고 있었고 이는 또래 미국 아이들보다 17배나 긴 시간이다. 그러나 독일인이 보기에 두 시간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터키 엄마에게 터키에서는 아기들이 그냥 울도록 내버려 두는지 물어보자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보기에 아기들은 언제나 품에 안겨 편안한 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일본 엄마들이 나한테 자식에게 친절하다고 한 말이 꼭 칭찬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일본 부모들에게 내 행동은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것은 일본에서는 좋은 부모의 역할이 아니다)과 아이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늘 자문하는 것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게다가 태어난 나라, 지역, 가정환경에 따라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다. 또 모든 엄마들이 아이를 사랑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좋은 육아’가 더 마음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많이 주고, 무엇을 해 주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여하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가’를 고민하는 육아 말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물질적 빈곤보다 더 해로운 것은 ‘시간과 여유의 빈곤’이다. 아이를 최고로 키워야 한다는 엄마의 조바심은 아이가 실패할 시간을 빼앗아 간다.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해 본 적 없는 아이는 커서도 자유를 즐기지 못했다. 엄마가 늘 손을 잡고 다닌다면 아이는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엄마가 그 손을 놓지 않고 함께 다닐 수 있을까?
넘어진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쉽지만, 넘어져 본 적 없는 아이에게 일어서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어려울 것 같다.
'최고'의 엄마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이 책은 내게 ‘최고의 엄마’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속삭였다. 매일 눈을 떠서 눈을 감을 때까지 24시간을 아이와 지내는 엄마들. 아이가 제 발로 선다 싶으면 이제 ‘교육’이라는 전쟁터로 함께 총대를 메고 뛰어드는 엄마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최고’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양육을 하고 있었다.
자, 그러니 ‘최선’의 양육을 하고 있는 엄마들이여. 진심으로 화이팅이다!
부키 편집실 지렁이 씀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 저자
- 크리스틴 그로스-노 지음
- 출판사
- 부키 | 2014-04-04 출간
- 카테고리
- 가정/생활
- 책소개
- 육아라는 현실과 마주한 엄마를 위한 공감 백배 육아 노하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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