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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불안하고 두려운 당신에게

심리학에 속지 마라편집자 노트

나는 늘 불안하고 두려웠다. 학창시절에는 깜빡하고 빠뜨린 숙제를 선생님이 검사할까 봐, 시험성적이 좋지 않을까 봐 불안했고,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두려웠다. 대학에 입학한 뒤엔 취업이 걱정이었고, 취업한 뒤에도 불안과 두려움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이 불안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나는 심리학에 기댔다. 서른 즈음엔 서른이 읽어야 한단 심리학책을 읽었고, 이별한 뒤엔 좋은 이별을 하기 위해 이런 저런 조언을 찾았다. 그럼에도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질 때면 의사를 찾아가 이 불안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안과 두려움은 마음을 잠식해 갔다. 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 더 힘들었다. ‘이렇게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데, 왜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질까?’ 늘 머릿속 한 귀퉁이에서 끈질기게 따라 붙던 이 질문의 해답을 나는 우연히도 일을 하면서 찾게 되었다. 바로 심리학에 속지 마라의 편집을 담당하게 되면서.

당신에게는 커다른 문제도, 커다란 잘못도 없다

심리학에 속지 마라(미중년) 저자 스티브 아얀은 자신 속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행복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새로운 걱정거리와 고뇌를 떠안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인과관계 뒤에는 심리산업이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고도.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괜히 불안할 때면 주저 않고 의사나 상담가를 찾아가 돈 들여 하소연한 나는 나는 그동안 무슨 짓을 해 왔단 말인가. 스티브 아얀의 설명을 들어보자.

오늘날 전성기를 맞은 심리산업은 자아를 직시하자는 구호를 앞세우며 많은 이들에게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상담을 받기를 조장한다. 또 셀 수 없이 많은 심리학자, 심리상담가가 신변에 관한 조언을 해 댄다. ‘발전과 성공을 약속하는 그들의 수많은 조언에 우리는 숨 가쁘게 따르다가 결국 탈진하고 마는 것이다.”

듣고보니 일리가 있다. 특히 나처럼 과하게 걱정이 많은 사람은 소위 전문가들의 이런저런 조언을 따르다가 마음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고 더 엉망진창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이면서 독일의 심리학 전문 잡지 게히른 운트 가이스트의 편집장이기도 한 스티브 아얀은 심리학에 속지 마라에서 현대사회에서 심리학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심리학이 사람들의 불안감과 성공하려는 마음을 어떻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지, 직장생활은 물론이고 연애에서부터 결혼, 육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는 심리전문가들이 가벼운 트러블을 어떻게 정신질환으로 몰아 심리학 장사를 하는지를 잘 짜인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심리학이 현대인의 만병통치약이 되기까지

언제인가부터 우울증은 국민 병이 되었다. 섭식장애, 공황장애, 강박과 같은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심리학에 속지 마라에 따르면 이는 심리상담 분야에서 우리의 거의 모든 불안감에 다양한 병명을 붙여 진단을 내리고 대중화시켰기 때문이다.

당신은 만성피로군요.”

울분장애가 있네요.”

약간의 사회공포증이 있으세요.”

그러니 우리는 이런 진단을 받으면 큰일 났다는 생각에 심리전문가들을 찾아가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스티브 아얀의 이런 설명에 뒤통수를 맞은 듯 정신이 얼얼했다. 물론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도 이를 절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쨌든 (불필요한) 많은 사람이 과하게심리학적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징후는 많았다.

IQ 테스트도, MBTI 검사도 문제투성이라니

하지만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주기적으로 받았던 IQ 테스트와 MBTI 검사. 특히 IQ를 측정할 때면 나는 제발 내 IQ가 높았으면!’하고 바랐다. 결과는 뭐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IQ 테스트에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었단다. 혹시 당신은 아는가? IQ 테스트는 시행하는 국가의 평균이 100이 나오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용을 써도 국민의 절반은 두 자릿수의 IQ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MBTI 검사도 마찬가지다. 설문지를 작성하는 사람에 따라, 검사에 응하는 사람이 아침에 검사를 하는지 저녁에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꿈에도 몰랐다. 아아 억울해. 억울해.

이밖에도 심리학에 속지 마라에는 놀라운 사실이 가득하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모차르트 효과의 전말, 네덜란드판 황우석 사건, 결과를 위해 조작된 허무맹랑한 실험들언제나 그렇듯 완벽한 학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철옹성같이 굳건했던 심리학과 심리산업의 세계에 얼마나 많은 오류배신이 존재하는지 알았으면 한다.

내부 고발자인 스티브 아얀의 안내를 따라 뒤통수를 강타하는 놀라운 진실의 세계로 입성하길 권한다. 어쩌면 좀 더 행복해질 지도 모른다.

 

부키 편집실 미도리 씀.

 


심리학에 속지마라

저자
스티브 아얀 지음
출판사
부키 | 2014-02-0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심리학은 어떻게 우리를 배신했을까? 내부 고발자가 밝힌 심리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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