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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별미 ‘과메기’ 좋아하세요?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짚으로 엮어 그늘에서 말린 것입니다. 처음엔 경북 포항과 구룡포, 영덕, 감포 지역에서 주로 만들어 먹었지만 지금은 잘 발달된 택배 시스템 덕분에 전국에서 맛볼 수 있죠. 원래는 청어를 주로 말려 과메기로 먹었지만, 1960년대 이후 청어가 잡히지 않으면서 꽁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칼바람 쌩쌩 부는 12월의 대표 물고기 꽁치와 청어 이야기,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를 통해 잠깐 맛만 볼까요.
과메기 원조는 청어, 대중화 주역은 꽁치
꽁치는 계절에 따라 지방 함유량이 달라지는데, 10~11월에 20퍼센트 정도로 가장 높다. “꽁치는 서리가 내려야 제맛이 난다.”는 옛말이 과학적으로 틀리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과메기는 한겨울이 제철이다.
꽁치는 야간에 유영하는 성질이 있어 주로 밤에 잡는데, 동해안에는 예로부터 ‘손꽁치’라는 어법이 있었다. 5~8월, 꽁치 산란철이 되면 가마니에 해조류를 주렁주렁 매달아 바다에 띄워 놓은 뒤 가마니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서서히 흔든다. 그러면 꽁치가 손가락에 몸을 비빈다. 산란철이 되면 몸을 다른 물체에 비비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손가락 사이에 낀 꽁치를 잡는다. 찬 바다에 사는 꽁치가 먼바다를 회유하다 산란기가 되면 연안 쪽으로 몰려와 수면 가까이 떠다니는 표류물에 모여 산란하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참 재미날 것 같지 않은가.
청어 때 몰려오면 바다는 우윳빛
ⓒANAKA Juuyoh/Wikimedia Commons
(꽁치에게) 과메기의 원조 자리를 물려준 청어는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다 자라면 몸길이가 30센티미터 정도이며 대표적인 한대성 어류로 겨울이 제철이다. 학명은 클루페아 팔라시이Clupea pallasii인데 속명인 클루피아Clupea는 라틴어로 등 푸른 생선을 뜻한다. 영어권에서는 헤링Herring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독일 육군을 가리키는 헤어heer에서 유래한 것이다. 항상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것이 마치 군대가 이동하는 것 같이 보였으리라. 일본에선 니신にしん(魚東, 二親)이라 부른다. 부모를 중심으로 하여 조부모, 형제자매, 손자 등의 대가족을 일컫는 말로, 영어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청어가 크게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청어는 산란기가 겨울에서 초봄 사이로, 암수의 방란과 수컷의 방정이 시작되면 푸른 바닷물이 우윳빛으로 변할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자손을 많이 가지라는 의미로 정초에 청어 알을 먹는 풍습이 있다.
청어가 늘면 정어리가 줄고 정어리가 늘면 청어가 준다?
1930년대 겨울철 해수에 녹아 있는 인의 농도가 떨어지면서 대형 동물플랑크톤과 청어가 감소하고 반대로 정어리가 증가한 것. 그러다가 1960년대 후반부터는 청어와 정어리의 흥망성쇠가 반대 양상을 보이는 주기적인 교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해양의 생물종이 수십 년의 주기를 갖고 함께 변동하는 현상을 ‘러셀 주기Russell cycle’라고 한다.
러셀 주기는 대양의 순환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만 짐작할 뿐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그 정확한 기작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 이것이 주기적인 현상인지, 우연한 역전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해양 생물의 군집 구조는 안정된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라졌던 과메기의 원조인 청어가 최근 다시 돌아오고 있다니, 이 시점에서 정어리의 변동 또한 주시할 필요가 있다.
황선도,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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