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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제까지 더운 여름이었는데 9월이면 거짓말처럼 아침 저녁 바람이 서늘합니다. 가을을 알리는 9월의 우리 바다 대표 물고기는 갈치와 전어입니다. 갈치는 예전엔 값싼 생선이어서 갈치 자반은 수시로 밥상에 올랐고, 전어는 심지어 ‘잡어’ 취급을 받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둘 다 고급 생선에 속합니다. 물론 맛도 좋고요.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를 통해 갈치와 전어 이야기, 맛만 보시죠.
물고기는 못 선다, 갈치는 선다!
칼 같이 서서 사냥하는 갈치
2006년 여수에 있는 남해수산연구소에 근무할 때이다. 한국방송 창원방송총국에서 남해의 대표 어종인 멸치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 참여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촬영한 영상 중에 갈치가 멸치를 잡아먹는 장면이 있는데, 표층에 떠다니는 멸치떼 아래에 갈치가 ‘칼’같이 서서 낚아채듯 잡아먹는 것을 보고 참으로 신기했다.(갈치가 늘 이런 자세로 사냥하는 건 아니다.)
ⓒKBS 김동식 수중촬영감독
일반적인 물고기와 달리 갈치가 옆으로 헤엄치지 않고 꼿꼿이 서 있는 습성을 묘사하여 일본에서는 ‘서 있는 물고기’라는 의미로 다츠오立つ魚라고도 부른다.
(갈치는) 식욕이 왕성하여 멸치, 비늘치, 오징어, 새우 등 닥치는 대로 마구 잡아먹으며 심지어 같은 갈치끼리 잡아먹는 습성이 있어 갈치를 잘라 다른 갈치를 잡는 낚시 미끼로 쓰기도 한다.
갓 잡은 갈치를 만지면 비늘 대신 은색 가루가 손에 묻어난다. 이것은 구아닌이라는 유기 염기로, 갈치를 날로 먹을 때 깨끗이 벗겨 내지 않으면 복통과 두드러기가 날 수 있다. 그런데 반짝이는 이 은색 가루가 인조 진주의 광택을 내거나 립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좋고 나쁨이 공존하는 것 같다.
'가을 전어'는 과학적으로 맞는 말!
예로부터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고 했는데 …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어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다른 영양분은 계절에 따라 별 차이가 없으나 가을이면 유독 지방 성분이 최고 3배 정도 높아졌다. “깨가 서 말”이라는 속설이 과학적으로 뒷받침된 것이다.
전어는 우리나라 연안의 수심 30미터 내외의 표층과 중층에 사는 연안성 어종이다. 멀리 회유하지는 않지만 서해안에서는 봄에 수온이 8°C로 올라가면 만이나 연안으로 들어와 여름 동안 살다가 가을에 수온이 8°C 아래로 내려가면 외해로 빠져나간다. 서해의 수온이 8~15°C가 되는 4~5월에는 만으로 떼를 지어 몰려와 만 입구의 저층에서 산란한다. 그러나 수온이 서해보다 더 높은 남해에서는 5~6월에 산란하는데, 이때 수온이 15~20°C 정도로 서해와 남해에서의 산란 수온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물고기는 해역에 따라 산란 시기는 달라도 그 수온은 비슷한데 전어는 그와 달라, 앞으로 전어의 산란 요인이 좋은 연구 주제가 될 듯하다.
전어는 옛부터 우리와 친숙한 물고기로 이름에 관한 유래도 여럿 있다. 그중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는“기름이 많고 맛이 좋다. 상인들이 염장하여 서울에 파는데, 귀천이 모두 좋아 하였으며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고 쓰여 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을 정도였다고 하니 전어를 단순히 잡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해야겠다.
황선도,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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