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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박사 황선도 선생은 심지어 고등어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쓴 고등어 박사이기도 합니다. 그는 고등어를 물고기 중에서 최고의 몸매를 가졌으며, 고등어야말로 물고기계의 전지현이라고 표현합니다. 인간 세계에선 몸매가 좋은 건 경쟁력이지만 물고기 세계에서 체형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하네요. 미끈한 S라인을 자랑하는 고등어 이야기,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에서 살짝 맛만 볼까요.

 

전지현 빰치는 고등어의 S라인은 진화의 산물

 

 

물고기는 체형이 중요하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커서 저항을 적게 받아야 빠르게 헤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어 같은 유선형의 물고기는 헤엄칠 때 물이 소용돌이치지 않고 몸을 타고 흘러 물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비행기의 날개가 이를 본떠 만들었을 것이다. 튀어나온 부분 없이 몸이 매끄럽고 피부에 점액질이 있어 물과의 마찰을 최소화한다. 지느러미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접히게 되어 있어 앞으로 전진할 때 저항을 받지 않는다.

유영 속도가 빠른 어류들은 분류학적으로 서로 계통군이 다르더라도 공통적으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체형으로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한 것이다. 잔잔한 물에 사는 돔과 같이 옆으로 납작한 물고기는 순간적인 방향 전환이 쉽고, 뱀장어와 같이 몸이 가늘고 긴 물고기는 펄 속과 구멍을 쉽게 헤집고 다닐 수 있다. 이와 같이 물고기들은 환경과 유영 속도에 따라 모양이 다르게 진화한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김태훈 조사원

 

고등어 등은 푸르고 배가 하얀 이유는?

고등어는 평균 시속 6~7킬로미터로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1500미터를 15분 안에 헤엄치는 박태환 선수와 맞먹는 빠르기이다. 더군다나 하루 종일 계속 헤엄쳐도 지치지 않고 순간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니, 고등어와는 수영 시합을 해봐야 손해다.

동물들은 생긴 대로 산다. 아니, 사실은 사는 대로 생겨진 것이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만물이 그러하니 사람 역시 외모를 바꾸어 삶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내면의 인상과 자세를 바르게 하여 얼굴과 몸매를 가꾸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을, 나는 사춘기 딸에게 강요하고 있다.

고등어를 비롯한 참치, 삼치, 정어리 등과 같이 평생을 물에 떠서 사는 표영어류(떠살이 물고기)는 위아래, 전후좌우 모두가 투명한 3차원 공간에 노출되어 있어 숨을 곳이 없다. 그래서 이들 떠살이 물고기는 대체로 등 쪽이 푸르고 배 쪽은 은백색이다. 등 색깔이 푸른 것은 먹잇감을 찾아 배회하는 바닷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바다색과 구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고등어 등에 있는 녹청색의 물결무늬는 물결이 어른거리는 자국과 같은 모양이다. 그리고 물 밑에서 수면을 보면 햇빛이 투과되어 은백색으로 보이는데, 고등어 또한 배가 은백색이어서 물 밑에 있는 포식자가 위를 쳐다보았을 때 분간하기 힘들다. 이와 같이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을 숨기는 고등어의 보호색은 훌륭한 위장술이다.

고등어는 초기 성장이 아주 빠르다. 5월에 산란하여 그해 늦가을에 20센티미터까지 자라 일생에 커야 할 크기의 3분의 2가 자라는 꼴이다. 이와 같은 빠른 초기 성장을 처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분석이 틀린 것 아닌가 고민도 많이 했다. 결국 학위를 받고도 수년에 걸쳐 재고하고 또 재고하여 해외 유명 저널에 실렸으니 검증을 받은 셈이다.

어렵게 박사 과정을 밟는 중에 태어난 딸 지원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어 자기 엄마 귀밑까지 자란 것을 보면, 물고기나 사람이나 초기 성장이 엄청 빠른 듯하다. 빨리 자라 취약한 어린 시기를 탈출하려는 생존 전략일 것이다.

황선도,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중 발췌 재구성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저자
황선도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09-1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물고기 박사'가 들려주는 대한민국 바닷물고기에 대한 첫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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