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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힌 홍어는 어떤 이에겐 그리운 음식이자 때로 중년의 시린 가슴을 달래주는 힐링 푸드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겐 여전히 무한도전입니다. 호불호에 상관없이 홍탁삼합은 남도의 대표적인 음식이지요. 그런데 홍어의 톡 쏘는 맛에는 바다에서 홍어가 살아가는 방법이 녹아 있다네요.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 홍어의 사랑은 매우 지고지순하다는 것.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에서 톡 쏘는 홍어 이야기, 맛만 보여드립니다.
지고지순한 홍어의 순애보를 아세요?
홍어의 톡 쏘는 맛은 삼투 조절의 결과
바다에 사는 경골어류는 체내의 염도가 1.5퍼센트로, 3.5퍼센트인 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배추를 소금에 절일 때처럼 어류 속의 염도 낮은 액체가 반투막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와 바닷물 속으로 이동하는 삼투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런 탈수를 막기 위해 해수어는 짠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조금 싸며 아가미에 있는 염세포를 통해 과잉의 염분을 밖으로 배출하는 삼투 조절을 한다. 물론 민물에 사는 담수어는 이와 반대이다.
그러나 참홍어와 같은 연골어류는 삼투 조절 방식이 경골어류와 다르게 진화하였다. 특이하게도 참홍어는 혈액 속에 요소와 요소 이전의 물질인 트리메틸아민산이 많이 들어 있어 체내 삼투압이 해수와 거의 같고, 오히려 신장으로부터 요소를 배출하지 않고 재흡수하여 높은 삼투압을 유지한다. 참홍어가 죽으면 몸속의 요소가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데, 이 두 물질이 코끝을 톡 쏘는 맛의 원인 물질이다. 그러니까 참홍어의 맛은 삼투 조절의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참홍어, 짝에 대한 각별함을 지닌 물고기
ⓒopen cage/Wikimedia Commons
정약전 선생은 참홍어를 음란함의 상징으로 보았다. “양 날개에는 가느다란 가시가 있는데, 교미할 때 암컷의 몸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암컷이 낚싯바늘을 물면 수컷이 달려들어 교미를 하다가 다 같이 낚싯줄에 끌려 올라오는 예가 있다.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색을 밝히다 죽는 셈이니, 이는 음淫을 탐하는 자에게 본보기가 될 만하다.”
또 홍도 아낙들의 노랫가락에 “나온다/나온다/홍애가 나온다/암놈수놈이/불붙어 나온다”라는 구절이 있음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유교가 지배하던 그 당시, 정약전 선생이 참홍어가 삼강오륜을 지키는 일부일처一夫一妻주의자임을 알았더라면 이렇게 묘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낙에 걸려 죽어 가는 암놈을 덮치는 수놈. 그것은 교미 후 기꺼이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수사마귀처럼 짝에 대한 마지막 작별의 애절함은 아닐까.
철저히 일부일처인 참홍어는 암놈이 크고 맛도 뛰어나다. 따라서 암컷이 수컷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수컷의 생식기는 체반 끝 꼬리 시작 부위 양쪽으로 두 개가 툭 삐져나와 있고 가시가 붙어 있는데, 옛날 뱃사람들은 생식기가 조업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가시에 손을 다칠 수도 있어 잡자마자 배 위에서 칼로 쳐 없애 버렸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비속어는 바로 이러한 조업 행태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그 말이 참홍어 생식기가 두 개라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중요한 물건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라는 것에서 이미 희소성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황선도,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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