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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늘 그렇듯이 사소했습니다.『하퍼스(Harper’s)』편집장과 점심을 먹으며 시간당 6달러나 7달러를 받고 과연 살 수 있을까 라는 워킹푸어의 삶을 이야기하다

“누가 옛날식으로 기자 정신을 발휘해야 해요. 그렇죠.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체험 취재를 할 필요가 있어요.”라고 말한 것이 씨가 되어  ‘누가’가 아닌 자신이 직접 워킹 푸어로 일하면서 그 고단한 삶을 『노동의 배신』으로 생생하게 옮겨놓았던 바버라 에런라이크.(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 책으로 인해 실제로 미국의 최저 임금이 올랐으니까요.)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화이트칼라’의 고단한 삶에 관심을 가진 것도 어쩌면 시작은 사소했습니다.

지인이 ‘자기처럼 열심히 일하는 고결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무지하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나 같은 사람들에 대해 조사해 보라고요. 고등학교 때 애를 낳은 것도 아니고, 성적도 괜찮았고, 아부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승진은 꿈도 꾸지 못하고 시간당 7달러를 받으며 일하고 있어요. 학자금 대출 상환을 계속 미루면서 부모 집에 얹혀살고, 평생 빚 구덩이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 절망하고 있어요.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궁금했습니다.

블루칼라의 빈곤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냉담한 설명으로 무시해 버리는 것이 사회의 현실이지만,

즉 대학에 못 갔기 때문에, 내 집 마련 전에 애부터 낳았기 때문에,

애초에 부유한 부모를 골라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빈곤에 시달린다고 하면 일축하면 그만이지만

(물론 옳지 않은 말입니다마나)

 

화이트칼라에게는 그런 식의 결점이 없으니까요.

‘만사를 올바르게’ 해 온 사람들,

그러니까 철학이나 음악에 대한 젊은 열정을 접고 꾹 참고 경영과 금융 같은 지루하고 실용적인 학문을 공부한 사람들이

왜 게임의 패배자가 되어 하향이동을 하는 것인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굳이 자신까지 나서서 걱정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잘살고 있는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깨닫고 바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맞습니다.

짐작하는 그대로입니다. 『노동의 배신』을 썼을 때와 똑같은 전략을 골랐죠.

그 세상으로 직접 들어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보는 전략을.

 

그래서,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적극 살리고 약간의 신분 세탁을 거쳐 ‘홍보 전문가’의 스펙을 갖고 일자리를 구하러 뛰어듭니다. 일명 화이트칼라 구직 세상에 풍덩!

 

『노동의 배신』 때 자신의 과한 학력 때문에 취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물론 기우였습니다만)과는 달리

이번엔 저술가로 활동가로 자신을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물론 이것도 기우였습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계획은 단순했습니다.

최소한의 기준에 맞는 ‘좋은’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이지요.

조건은 의료보험이 제공되고 연봉 약 5만 달러. 중산층이 받을만한 액수였죠.

구직자가 되어 일자리를 찾으면서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한 화이트칼라, 즉 실직한 화이트칼라의 실태를 파악하고, 취직한 뒤에는 기업의 중상층부를 들여다본다는 것이었어요.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이 프로젝트가 『노동의 배신』을 쓸 때만큼 부담이 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육체적인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죠. 북북 문질러 닦고,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몇 시간 동안 계속 걷고 뛰어다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또 저임금 블루칼라 직종에 요구되는 끝없는 아첨과 복종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내 생각은 모든 면에서 빗나갔다.”고 표현합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완결작! 『희망의 배신』에서 확인하세요.

 


희망의 배신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10-24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하라는 대로 다했다 그런데 '치즈'는 어디에...비싼 돈 들여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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