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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이 곧 직업이다! - 『희망의 배신』에서 살펴본 화이트칼라 구직자의 하루
하라는 대로 하고 몸 바쳐 충성한 화이트칼라의 삶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건 무엇 때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평생을 프리랜서로 살아온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화이트칼라의 삶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구직 활동에 뛰어듭니다. 정말 열심히 ‘직장’을 구하려고 애씁니다. 몇 명의 커리어 코치를 찾아다니며 지도를 받아 이력서를 수정 보완하고 강연을 듣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구직 신참자인 바버라에게 커리어 코치는 일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일정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해보입니다만, 커리어코치가 요구하는 것은 ‘직장에서의 모습과 유사하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인터넷 검색과 운동을 포함해 매일 일정을 정해 둡니다. 그렇게 하면 설사 방에 혼자 있더라도 자신을 통제하면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지요.”
“예전에 일하러 나가던 때와 똑같은 시간에 알람을 맞춰 둡니다. 그 시간에 일어나서 면도를 하고 옷을 입습니다. 마치 출근하는 것처럼 말이죠.”심지어 배우자에게 ‘상사’역할을 맡기라는 조언도 이어지지요.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그제야 “구직은 일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구직 자체가 일종의 직업”이고 “시키는 대로 한다는 식의(이 경우엔 시키는 주체가 자기 자신이지만)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직장의 행태까지 고스란히 답습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구직’이 목표이기에 달갑지는 않았지만 일자리 찾기를 일종의 직업으로 삼아 계획적으로 진행하기로 결심하고 직접 일과표를 짭니다.
이렇게요.
실업자의 일과표
오전 7시 30분
기상, 아침 식사, 신문 읽기. CNN으로는 테러공격이나 소행성 충돌 같은 주요 뉴스만 확인. 출근하듯 옷을 차려입는 짓은 하지 않는다.(그런 일이 벌어지면 구직 자체를 포기하거나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잘 때 입었던 티셔츠를 그대로 입고 있다가 오후에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방식을 고수한다.
9시~12시 30분
책상 앞에 앉아 구직 작업을 진행한다. 이메일읽기, 이력서 수정, 구인 게시판 확인 등등. ‘애틀랜타구직네트워크’에 가입해 두었기 때문에 일자리를 추천하는 이메일이 일주일에도 수십 통씩 쏟아져 읽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하필 애틀랜타를 고른 것은 구직자에게 황금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4퍼센트에 불과해 보스턴이나 뉴욕보다 훨씬 낮았다.
애틀랜타구직네트워크에서 보내오는 일자리 정보는 시스템 운영이나 건축 감독처럼 나와 인연이 없는 분야가 대부분이었지만, 같은 처지의 구직자들이 도움을 청하는 내용 등 흥미로운 메일도 간혹 섞여 있었다. 트리니타라는 여성이 네트워크에있는 사람들 전체에게 보낸 서글픈 이메일을 보자.
마침내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의료보험 등이 전혀없는 임시직입니다. 정리 해고를 당한 뒤 생활비를 벌지 못해 더 이상 애틀랜타의 아파트에서 버틸 수 없어 26살 나이에 어머니한테 얹혀살게 되었습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처지이지만 언젠가는 삶이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12시 30분~오후 1시
점심 식사 후 신문 좀 더 읽기. 이는 최근의 추세와 신기술, 기업 스캔들 등을 파악하려는 홍보 담당자 본연의 업무로 정당화할 수 있다.
오후 1시~3시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오전에 비해 느긋하거나 혹은 사색적인 형태의 작업이다. 내가 고른 홍보와 이벤트 기획 분야를 공부하고 정보를 찾는다.
오후 3시~4시 30분
코치와 웹사이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매일 헬스장에 간다.하지만 헬스장을 네트워킹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누구와 네트워크를 맺어야 한단 말인가? 날마다 최소 1시간은 실내 트랙을 도는 사람과 매일 마주치긴 하지만 척 봐도 실업자가 분명한데?
거식증에 걸린 것 같은 젊은 여자는 스테퍼에 올라가 뭔가 중얼거리는군. 아,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거구나. 미소를 뿌리며 아무리 노력해도 헬스장에서의 대화는 “끝나셨어요? 이제 제가 써도 될까요?” “아, 저게 당신 수건인 줄 알았어요.”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구직 활동 시간을 전부 컴퓨터 앞에서 보낼 수는 없었다.
포티-플러스 행사장에서 조는 “동굴에서 나가요!”라고 촉구했었다. 그래서 나도 취업자들과 네트워킹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 『희망의 배신』본문 중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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