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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을 이 잘 나가는 직장인의 훈장이었던 건 옛말이 되었습니다.

승진하면 퇴직할 시점도 빨라진다며 불안해하는 직장인도 많을 겁니다. 사오정도 옛말, 30대 중후반 화이트칼라 직장인도 자신의 자리를 불안해합니다. 이렇게 본의 아니게 ‘퇴사’한 직장인들이 재취업에 성공하면 더 바랄 게 없으나 그런 부분으로는 또 유난히 ‘유연성’이 없는 대한민국에선 프랜차이즈 가게만 늘어납니다. 그런데요, 이게 한국만의 상황은 아닌 모양입니다. 미국도 그런 가봐요. 말보다 행동이 더 빠른 바버라 에런라이크, 이번엔 화이트칼라의 구직 현장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난 수많은 ‘화이트칼라 구직자’들을 통해 화이트칼라 실직 그 이후를 보게 되었습니다.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미국과 한국의 화이트칼라 실직자들의 인생 제2막,『희망의 배신』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그들은 재취업을 원한다! 그러나 현실은?

 

진입 장벽 낮다…수입도 낮다 : 부동산 중개업

부동산 중개업은 회사원들에게는 전통적인 대안이다. 꽤 점잖은 일로 인식되면서도 보험 판매와 마찬가지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관련 강좌를 듣고 자격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된다. 내 오빠는 미주리주에서, 형부는 콜로라도주에서 자격증을 땄다. 친구와 지인들도 전국 곳곳에서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

하지만 화이칼라 실업자의 표준 직업이 되기에 부동산업은 믿음직하지 못하다. 권위 있는 업계 전문지『부동산 타임스(RealtyTimes)』에 따르면 1년 만에 실패하는 중개업자의 비율이 86퍼센트에 달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70퍼센트는 연 소득이 3만 달러 미만이다.

내 형부는 부동산업에 대해

“너무 쉽게 진입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직업으로 여기지도 않고. 그저 중간에 잠깐 하는 일로 생각하지.”라고 했다. 그런데 이‘중간에 잠깐 하는 일’에서 소득을 올리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형부와 언니 둘이서 부동산 중개업에 매달려 일한 끝에 2004년에 7만 5000달러를 벌었는데 이 중 절반이 세금과 경비로 나갔다.

 

 

돈 내고 일자리를 산다 : 프랜차이즈 사업

또 다른 비표준적 고용은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냉소적인 이들은 프랜차이즈를 ‘돈 내고 일자리를 사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도그럴것이 기업 프랜차이즈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내야 하는 초기 경비가 1만 5000~4만 달러나 된다.

미국에서는 약 40만 명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용 규모는 800만 명이다. 도너츠와 햄버거부터 헬스클럽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이 이루어지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다양한 업종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분석한 사회학자 피터 버컬랜드에 따르면 가맹점의 생존율은 겨우 25퍼센트, 평균 수입은 약 3만 달러다. (한국의 경우 자영업자의 1년 생존율은 70% 내외, 2년 생존율은 55% 내외, 3년 생존율은 45% 내외, 통계청 조사)

 

 

잘못하면 피라미드 사기… : 기본급 없는 영업직

 

수수료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업직도 화이트칼라 실업자가 쉽게 눈을 돌리는 대안이다. 직판협회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영업직에서 일하는 미국인은 1330만 명, 이들이 올린 총 판매고는 250억 달러다.

이런 유형의 일자리에는 상품 판매뿐 아니라 신규 영업직 충원에도 보상이 주어진다. 그런데 직판업계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상품이 뭔지 애매모호하거나 아예 없는 피라미드 사기에 걸려들 수도 있다. 일례로 JDO 미디어라는 곳에서는‘마케팅 프로그램’이라는 막연한 상품을 팔 사람들을 끌어오면 돈을 벌수 있다고 유혹해 선납금으로 3500달러씩을 챙겼다.

합법적인 업체라 해도 보수가 너무 낮다. 수수료만 받는 영업직으로 일하며 1년에 5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은 8퍼센트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은 연 수입이 1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자리를 잃은 내 친구 한 명도 4년 전에 비타민 마케팅 사기에 걸려든 적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진짜 수입은 판매 인력을 끌어오는 데서 나오는 방식이었다. 나도 그 친구와 함께 의사가 주최한 모임에 가 보았는데, 비타민의 장점은 대충 건너뛰고 다른 판매 인력을 끌어오는 것만 강조하는 게 어쩐지 수상쩍었다.

결국 내 친구는 비타민 제품을 사느라 400달러를 날리고 손을 털었다. 의료보험이 없는 친구의 건강에 비타민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랄 뿐이다.

- 『희망의 배신』본문 중 발췌 재구성 

 


희망의 배신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10-24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하라는 대로 다했다 그런데 '치즈'는 어디에...비싼 돈 들여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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