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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일하며 책 덕분에 먹고 살고 있습니다만, 절대 답을 찾지 못할 것 같은 어려운 질문을 고르라면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하는 것입니다. 천 명의 사람이 각각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정말로 단비와 같은 책이 또다른 이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 채 그야말로 책값이 '아까운' 책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부키 사장께서 그 질문을 주제로 원고 청탁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소개해드립니다. 부키 사장의 취미가 지뢰찾기와 바둑이어서 그런지 바둑을 예로 들었네요.(독서는 그냥 생활이지 취미가 아니더라고요. 부키 사장만큼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 잘 보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저도 매우 궁금합니다! <편집자 주>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사람들이 묻곤 한다. 어떤 책이 좋으냐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쩔쩔맨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를 나 자신도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책에 대해 제법 아는 축에 들어간다. 독서량으로 따지자면 대한민국 2% 안에는 틀림없이 들어갈 거라고 자위할 정도로 책을 제법 많이 읽기도 하거니와, 직업이 직업인지라 오만가지 종류의 책을 두루 섭렵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나는 점쟁이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나라도 ‘우리 아이, 어떤 책 읽히면 좋을까요?’라든가 ‘지금 좀 심심한데 뭐 읽기에 재미있는 책 좀 없을까요?’와 같은 단순한 질문에는 도저히 답을 제시할 길이 없다. 내가 그 아이 혹은 그 사람의 기질이나 취미, 독서 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척 보면 그 사람의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로 아는 점쟁이도 아니지 않은가.
이야기가 이쯤 되면 어떤 분들은 혹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식이라면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는 영원히 대답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그에 대해 답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는 분명히 말해줄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정답일지 아니면 정답 비슷한 것에 불과할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질문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답해 줄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없다.
구체적으로 물어라!
도대체 어떻게 답해 줄 수 있느냐고. 그것을 바둑책, 그것도 사활 문제 풀이집의 경우를 통해 알아보자.
다만 그와 관련해서 미리 고백하건데 내 바둑은 아마 3단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한국기원에서 공인받은 것이 아니라, 그냥 온라인 바둑 사이트에서 그렇게 통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바둑책에 관해서라면 그보다는 약간 수가 높다고 자위하고 싶다. 17세의 나이에 바둑에 빠져든 이래 독파한 바둑책이 바둑 잡지까지 포함하면 500권 이상 된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사활 문제 풀이집 중에서는 과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책일까. 이제까지 내가 본 사활 문제 풀이집은 대략 다섯 가지 종류였다. 그리고 그 모두는 각기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사활 문제 풀이의 고전 중 고전이라는 『기경중묘』의 내용을 사는 수, 잡는 수, 끊는 수, 넘어가는 수 등의 방식으로 서너 권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 『기경중묘』를 읽으면서 감동에 감동을 거듭했다. 이런 신기한 수가, 이런 기막힌 수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워낙 형태별로 잘 분류가 되어 있는 탓에 조금 하다 보니 문제 푸는 요령 비슷한 것만 발달하는 듯한 기분이 강하게 들면서 실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 다음으로 고른 것이 사는 수와 잡는 수, 끊는 수, 넘는 수 등이 뒤섞여서 제시된 책이었는데, 이번에도 먼저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한 문제를 푼 다음 답과 맞춰 보고 하면서 제법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문제는 대충 훑어보고 답만 열심히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래서야 도대체 어떻게 바둑이 늘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다시 새로운 사활 문제 풀이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문제와 답이 뚜욱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답과 맞춰 보는 것이 너무 귀찮아졌고, 결국 나는 새로운 사활 문제 풀이집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앞 장에는 문제와 힌트가, 뒷장에는 답이 나오는 사활 문제 풀이집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서였다.
아마 3단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책!
이런 식으로 사활 문제 풀이집에 대한 편력을 어느 정도 마치자 이번에는 다른 형태의 아쉬움이 생겨났다. 내가 지금까지 풀어 본 사활 문제를 단기간에 정리할 수 있는 그런 책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그런 책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치 대학 입시 앞두고 총정리 하듯 서너 차례 열심히 독파했다. 그리고 그 결과 기재라고는 별로 없는 내가 오늘날 아마 3단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어찌 감격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자, 이제 결론을 내리자. 사활 문제 풀이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에게 있어 가장 좋은 벗은 형태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 조금 풀다 보면 객관식처럼 답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에는 무작위로 되어 있어 주관식으로 풀 수밖에 없는 것이 좋았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사활 문제를 풀었다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총정리용이 필요했다. 이 모두가 나에게는 좋은 사활 문제 풀이집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도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도서출판 부키 대표
유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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