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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편집자 노트는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닌 부키 편집부의 이름으로 소개합니다. 이 글은 블로그에서만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 책의 맨 앞쪽 ‘아까운 책이 나오기까지’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도서출판 부키 책의 경우 편집자가 책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아까운 책’ 프로젝트에 의의를 두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실제로 기획 편집 인원 5명이 투입되었으니 부키 편집부 절반 이상이 이 작업에 매달린 셈입니다) 2011년 7월 발간된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는 그 해의 아까운 책을 가리고 소개하는 <아까운 책>이 매년 발간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으로 우리 시대 숨은 명저들이 다시 한 번 살아 숨 쉬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편집자 노트] 아까운 책
‘잊힌 책’을 다시 찾는 소중한 작업 _ ‘아까운 책’이 나오기까지
프랑스 화가 마리 로랑생은 연인이었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를 그리며 “버림받은 여자보다, 떠도는 여자보다,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것은 잊힌 여자”라고 한탄했다. 이 시에서 ‘여자’라는 말을 빼고 그 자리에 ‘책’이라는 단어를 대입하면, 오늘날 책이 처한 운명을 한 치의 모자람도 없이 드러내는 문장이 만들어진다.
지난 한 해만 해도 4만 291종의 신간이 발간되었다. 이 중 절반이 교과서나 학습 참고서라 치더라도 대략 2만 종 이상의 단행본이 매년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우리가 손에 쥐어 보거나 그 이름이라도 들어 본 책은 몇 종이나 될까? 대부분은 독자들에게 버림받고 서점과 출판사 창고를 떠돌다가, 어느 날 ‘절판’이라는 형식으로 죽음을 맞는다.
로랑생이 지혜롭게 읊었듯이 더 불쌍한 것은 ‘잊힌 책’이다. 어제의 뉴스도 내일이면 벌써 까마득해지는 것이 요즘의 속도감이다. 하물며 출생 후 제대로 이름 한번 알려 보지 못한 책들은 몇 달만 지나면 세상에서 아득히 잊히고 만다.
베스트셀러가 꼭 좋은 책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쯤 모를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베스트 순위에 오르지 못하면 버림받고, 일단 버림받으면 죽거나 잊히는 이 도서 시장에서, 순위 바깥에 존재하는 양서를 우리는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세상에는 놓치기 아까운 책이 얼마나 많은데…
책쟁이들의 어느 술자리에서나 나왔을 법한 이런 푸념이 요행히 안줏거리로 끝나지 않고 작취미성 상태를 간신히 극복하고 작은 시도로 이어졌다. 톱클래스 가수들의 살아남기 경쟁 프로그램이 일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는 서바이벌 중독 시대이지만, ‘아까운 책’들의 부활을 도모하는 이 치기 어린 계획에 많은 필자들이 선선히 팔을 걷어붙여 주면서 프로젝트의 닻이 올랐다.
‘아까운 책’ 프로젝트는 매년 내로라하는 학자, 서평가, 저자 들이 한 해 동안 나온 책 가운데 값어치나 의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되거나 아예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묻혀 버린 양서를 발굴하고 상세한 리뷰를 통해 소개하는 작업이다. 분야별 전문가의 안배로 한 해 발간된 뜻깊은 책을 한자리에 모아 보는 의미도 지닌다.
이번 책은 해마다 이루어질 이 프로젝트의 서두를 연다는 차원에서 지난 2000년대 첫 10년을 결산했다. 잊힌 책들에 대한 부활의 노래이자 저주받은 걸작들의 재평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내년에는 ‘아까운 책 2012’라는 제목으로 2011년의 숨은 명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좋은 책들이 베스트 순위를 채우거나 최소한 많은 매체들의 조명이라도 받아 우리의 작업이 필요 없어지기를 희망하면서,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옥고를 다듬어 보내 주느라 애쓰신 필자들께 지면을 빌려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도서출판 부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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