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담당 편집자 클로버에게 부키 블로그 죽돌이 웹이 조카 뒷담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맞아요, 맞아요,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와요, 이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대니얼 윌링햄이 가르쳐준 대로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조카를 한 번 분석해보았습니다. 반은 농담입니다만, 반은 진심입니다. <편집자 주>
[곁눈으로 책읽기]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어린 조카를 관찰하다
장소 1. 어느 도시의 기차역
일이 있어 엄마가 계신 집에 갔더니 고맙게도 역 대합실에 조카들이 마중나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 그런데 이 녀석들(만 7세, 만 5세) 옆에 고모가 있는데도 계속 뚫어져라 플랫폼 쪽만 보는 겁니다. 못 보았나 싶어 반갑게 말을 걸었어요.
"얘들아."

그랬더니 그 녀석 중에 좀 똑똑하다는 큰놈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세요~?"

엥. 이게 무슨 황당한 반응이란 말입니까.
"고모잖아."
녀석들, 잠깐 당황하더니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모" 하고 안깁니다.
이미 고모는 섭섭한 상황. 손을 잡고 역을 나서며 물었습니다.
"얘들아, 고모인 줄 몰랐어? 고모 얼굴 몰라?"
"네, 몰라요. 고모는 머리가 길고 바지만 입는데, 오늘 고모는 머리도 짧고 치마를 입었어요. 근데 고모, 손에 든 거 뭐예요? 우리 선물이에요?"
인지과학으로 조카들의 행태를 분석해보면
1. 조카들은 고모의 얼굴을 기억할 정도로 고모를 자주 보지 못했다. - 반복 학습과 훈련이 그래서 중요하다.
2. 조카들은 고모에 대해 긴머리-바지 등 단편적인 지식만 있다. - 배경지식이 충분해야 비판적 사고 및 창의적 활용이 가능하다.
3. 고모가 아니라 고모의 손에 든 선물이 뭘까 더 궁금하다. - 학습에 필요한 호기심 충족과 관심 끌기도 좋지만 자칫 잘못하면 본말이 전도되니 주의해야 한다.
장소 2. 조카들의 할머니집
이번에 학교에 들어간 조카가 열심히 문제집을 풀더군요. 정말로 조막만한 손으로
10+1 = 11
10+2 = 12
10+3 = 13
10+4 = 14...
어린것이 벌써부터 공부라니 하며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답을 척척 써 내려가는 것이 대견하기도 해서 물었습니다.
"우와, 더하기 진짜 잘하네. 그럼 고모가 문제 하나 낼게. 탁자에 사과가 10개가 있는데 고모가 다시 사과를 4개 갖다 놨어. 그럼 사과는 몇 개가 있어?"
"네? 으음... 잘 모르겠어요."
"응? 10+4는 뭔데?"
"14!"
"그러니까... 사과가 10개 있는데 고모가 다시 사과를 4개 갖다 놓았다니까. 그럼 몇 개야?"

"몰라요. 너무 어려워요."

인지과학으로 조카들의 행태를 분석해보면
1. 10+4는 알아도 사과 10개에 사과 4개 더 갖다 놓으면 몇 개인지 모른다. - 직사각형 넓이는 구할 수 있어도 축구장 넓이를 구하라는 질문에 멍하니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렇다. 인간의 뇌는 원래부터 생각하는 용도로 설계되지 않았다!
2. 더하기를 개념이 아닌 단순 암기로 익히고 있다. - 반복 훈련과 연습도 효과적으로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장소 3. 조카들의 할머니집 (저녁 식사)
둘째 조카가 하도 밥을 맛있게 먹기에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 엄마가 해 준 밥 맛있지?
"네? 할머니가 한 밥이에요."
"그래, 할머니가 고모 엄마야."
"아니에요. 할머니는 할머니예요."
"할머니는 할머니인데 고모 엄마도 되는 거야."
"아니에요. 우리 할머니예요!!!!"

인지과학으로 조카들의 행태를 분석해보면
1. 할머니가 자신의 할머니이자 고모의 엄마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모른다 - 바보다!(아, 흐르는 눈물 좀 닦고)라고 결론을 내면 편하긴 하겠지만, 조카는 아직 가족 관계를 충분히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학습 부진아의 경우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
장소 4. 다시 서울 (전화 통화 중)
"누구게?"
"고모잖아요."
"맞아, 고모! 어떻게 알았어?"
"바보. 목소리가 똑같잖아요. 목소리가 고모 목소리잖아요."
인지과학으로 조카들의 행태를 분석해보면
1. 고모 얼굴은 모르는 바보가 고모 목소리는 안다 - 사람마다 선호하는 인지 양식이 다르다. 조카들의 경우 시각보다는 청각으로 인지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같은 지식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효과를 볼 수 있다.
2. 고모 얼굴을 보는 건 일 년에 한두 번 며칠 동안, 전화 통화는 한 달에 두세 번 5분 동안 꾸준히 - 반복 학습과 훈련은 여전히 유효하다. 단, 매일 일정 시간 꾸준히 반복할 때 더 오래 기억한다. 하루에 4시간을 몰아서 공부하고 다음날 시험을 치는 것과 하루에 1시간씩 나흘을 공부하고 다음 날 시험을 치는 것... 전자의 성적이 더 좋을 수 있으나 일주일 후 같은 내용으로 다시 시험을 치면 후자가 훨씬 성적이 좋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 저자
- 대니얼 T. 윌링햄 지음
- 출판사
- 부키 | 2011-07-22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가만 돌아보면 초등학교를...
'부키 일상다반사 > 편집자노트/디자이너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까움과 안타까움 사이에서…아까운 책 선정 기준은? [기획자 노트] (0) | 2011.07.28 |
---|---|
잊힌 책’을 다시 찾는 소중한 작업 _ ‘아까운 책’이 나오기까지 (0) | 2011.07.25 |
[디자이너 노트] B컷의 기록 -[클래식 사용설명서] (0) | 2011.07.21 |
[편집자의 책 읽기]반복 훈련과 연습의 수혜자는 바로 나! (0) | 2011.07.20 |
[편집자 노트]교사와 학부모의 묵은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 -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0) | 2011.07.18 |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TAG
- 남회근
- 비즈니스·경제
- 부키전문직리포트
- 진로지도
- 어학·외국어
- 문학·책
- 직업탐구
- 아까운책2012
- 자녀교육
- 비즈니스영어
- 긍정의배신
- 최광현
- 심리에세이
- 직업의세계
- 영어
- 지난10년놓쳐서는안될아까운책
- 셰릴스트레이드
- 장하준
- 힘이되는한마디
- 교양과학
- 힘이 되는 짧은 글귀
- 바버라에런라이크
- 가족에세이
- 안녕누구나의인생
- 남회근저작선
- 김용섭
- 부키 전문직 리포트
- 가족의두얼굴
- 와일드
- 셰릴 스트레이드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