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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딸과 엄마의 화해 - 대화와 공감, 그 치유의 힘 

 

 

 

 

조이스 메이너드를 아세요? 1973년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열여덟 살의 인생 이야기’가 표지기사로 실리면서 미국 전역에서 관심을 받게 되었으며, 회고록 <호밀밭 파수꾼을 떠나며>와 소설 <투 다이 포> 등 열한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호밀밭 파수꾼을 떠나며>는 <호밀밭 파수꾼>의 저자 샐린저와 1년 동안 함께 산 경험이 담겨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서른 살 이상의 나이 차이도 주목을 받았던가요.

 

조이스 메이너드는 ‘100명의 솔직한 초경 이야기’ <마이 리틀 레드북>을 통해 자신의 초경담을 고백했는데요, 그녀의 상처가 드러나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나에게 수치심을 안겨 준 어떤 사실―아빠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 엄마가 다른 엄마들과 다르다는 사실, 또래 소녀들은 벌써 첫 경험을 했을 나이에 나만 처녀라는 사실―도 인격의 결함이나 부도덕한 품행과는 관계가 없었다. 나는 그냥 나라는 사실이 창피했다.”

고 고백하고 있어요.

 

소녀 시절의 조이스 메이너드는 수치심, 부끄러움이 많았나 봅니다. 그런데 그녀의 초경 경험은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언니는 집을 떠나고 엄마는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아 집에는 생리용품이 하나도 없는 상태. 그녀는 부끄러워서 엄마에게 초경을 털어놓지도 못합니다.

 

“나는 다 쓴 생리대를 화장지로 싸서 갈색 종이봉투에 넣고 옷장 안에 쑤셔 넣었다. … 봉투는 큼지막했고 내 생리 기간은 짧아서 낡은 봉투 하나에 반년 분량의 생리대가 모였다. 월경을 한다는 사실을 여전히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 엄마도 묻지 않았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그걸 엄마가 확인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진정으로, 깊이, 끔찍하게 부끄러웠다.”

 

그러다 엄마에게 들키게 되죠.

 

하지만 엄마가 다 쓴 생리대가 담긴 봉투를 발견하고 내게 들이밀던 날에 비하면 그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피는 이미 말라붙었고, 생리대는 오래돼서 딱딱하게 굳고 벌레가 꼬여 있었다.”

 

사실 엄마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습니다. 가족과 같은 가까운 이들에게, 당연히 나의 우군이 되어주어야 할 사람에게 받은 상처니까요.

하지만 조이스 메이너드는 엄마와 화해합니다. 몇 년이 흐른 뒤 엄마와 생리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자신 또한 엄마가 되고, 자신의 딸이 당시의 자신과 비슷한 또래가 되었을 즈음이었을까요.

 

"엄마는 화를 내지 않았다. 엄마는 괴물이 아니었다. 괴물 비슷한 무엇도 아니었다. 사춘기와 초경을 경험하는 어린 딸을 엄마가 얼마나 서툴게 보살폈는지, 돌이켜 생각하면 엄마 자신의 수치심이 문제의 핵심이었을 거라고 짐작해 볼 뿐이다. 엄마는 서른한 살에 나를 낳고 20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다가 신기하게도 아빠와 결혼생활을 끝내고 마침내 행복해지자 다시 생리를 하게 되었다(당시에는 몰랐지만 그로부터 몇 년 뒤 드디어 우리가 생리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엄마가 알려 줬다)."

 

조이스 매이너드 모녀는 ‘월경’ 이야기를 통해 화해한 것이지요. 조이스 매이너드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치유 능력이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나요?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깊은 상처인가요? 상처를 준 사람이 소중한가요? 그러면 조이스 매이너드처럼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요?

 


마이 리틀 레드북(my little red book)

저자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지음
출판사
부키(주) | 2011-05-2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남자에게는 물론 여자들끼리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초경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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