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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레드북>  캠페인 - 초경을 이야기하자!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 저자 주디 블룸의 초경담 

 

 

 

편집자 주 

주디 블룸은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의 저자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입니다. 100명의 솔직한 초경 이야기를 담은 <마이 리틀 레드북>에서  주디 블룸이  자신의 '초경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주디 블룸은 “나는 생리가 빨리 시작하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아이였어요. 내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극중 인물인 마거릿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다는 걸 알 거예요. 마거릿의 열망, 느낌, 걱정, 그리고 마거릿이 시도했던 실험과 연습은 모두 내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어요. 책에서 낸시는 생리가 시작됐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마거릿에게 들키죠. 실제로 나도 초경 전에 생리를 시작한 척했어요. 내 거짓말을 눈치챈 친구가 있었느냐고요? 글쎄요. 나는 마거릿처럼 하느님과 무척 친밀한 관계였어요. 하지만 마거릿 집안은 우리 가족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초경을 했다면 책 내용이 달라졌을까요? 답은 하느님만 아시겠죠?”

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마이 리틀 레드북>에 실린 주디 블룸의  '초경담' 소개해드립니다.

 

<마이 리틀 레드북>은 전 세계 100명의 여성들이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톱 시크릿' 초경의 순간에 대해 놀랍도록 솔직하고 때로는 배꼽빠지게 웃기는 고백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금기를 깬 <마이 리틀 레드북> 고백 행렬에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작가 멕 캐봇 이외에도 '가십걸' 작가 세실리 본 지게사, '페미니스트들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 영화 <사랑이 지나간 자리>의 원작자 재클린 미차드, 『호밀밭 파수꾼을 떠나며』의 조이스 메이너드 등 유명 작가들의 솔직하고 유쾌한 고백도 눈길을 끕니다.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 저자 주디 블룸의 초경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주디예요(1952)

 

 

 

 

 

열네 살 하고도 한 달이 지난 3월이었지만, 생리는 여전히 시작되지 않았다. (…)

4월이 되자, 작년 여름 캠프에서 같은 방을 썼던 스텔리가 가족 별장인 레이크 하우스에 나와 또 다른 캠프 친구 바버라를 초대했다. 우리는 뉴욕에서 만났고, 스텔리의 부모님은 우리를 ‘대니스 하이드어웨이즈’라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저녁 식사 후, 스텔리 아빠는 우리를 레이크 하우스로 태워다 주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깊었다. 나는 잘 준비를 하며 속옷을 벗다가 끈적끈적한 갈색 얼룩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얼룩이 뭘 의미하는지는 몰랐다. 그 전에도 분비물이 나오긴 했지만 대개는 하얗거나 누르스름했다. 이런 색은 처음이었다. 혹시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은 건가? 우웩…….

 

나는 속옷을 똘똘 말아서 옷가방 속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다음 날 우리 셋은 작은 배를 탔다. 선체 바깥쪽에 소형 모터가 달린, 노로 젓는 배였다. 스텔리가 선을 당기자 모터에 시동이 걸리면서 배가 출발했다. 지그재그로 호수를 달리고,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리고, 우리는 웃고 노래하며, 기억에 길이 남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끈적끈적한 갈색 분비물이 또 나왔다. 나는 이번에도 속옷을 똘똘 말아서 다른 짐 속에 숨겨 놓았다. 생리가 시작하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열네 살 소녀라면 그 얼룩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알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영문을 몰랐다.

일요일 아침,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뭔가 몸 밖으로 쑥 빠져 나오는 느낌이 들어서 변기 안을 내려다보고서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다. 이번에는 오해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핏방울이었으니까. 생리를 시작한 것이다! 미칠 듯이 기뻤다.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펄쩍펄쩍 뛰면서 온 세상에 다 들리게 소리치고 싶었다. 드디어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스텔리와 바버라는 내가 처음인 걸 알아 버릴 테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른 친구들과 다를 바 없이 생리를 하는 척했던 그 거짓말이 들통 날 테니까.

 

(...) 

사실 나는 패드 착용이 처음은 아니었다. 2년 동안 몰래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내가 자기처럼 생리한다는 걸 믿지 않는 로지에게 보여 주려고 학교에도 패드를 하고 갔다. 푹신푹신한 패드 감촉을 느껴 보라고 로지의 손을 내 옷 위에 가져다 댔다. 그날 아침에는 손가락을 찔러 피 몇 방울을 패드에 묻혔다. 로지가 혹시 진짜로 피를 보여 달라고 할지도 모르니까.

 

스텔리와 주말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엄마에게 소식을 전했다. 엄마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한 번도 내색은 안 했지만 내가 몰래 예행연습 하는 걸 아셨던 모양이다. 나는 “진짜 시작했어!”라고 말했다(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엄마는 자주 안아 주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때는 날 안아 줬다고 기억하고 싶다). 얼룩이 묻은 속옷이 부끄럽긴 했지만 빨래 통에 그대로 던져 넣었다. 내 옷장 안에는 모든 위생 용품이 갖춰져 있었다. 분홍색 벨트, 엄마가 쓰던 것과 같은 생리대 상자.

 

엄마는 아빠에게 말했고, 아빠는 나의 초경을 축하해 줬다. 세상에서 제일 운 좋은 여자애가 된 기분이 들었다. 여자가 됐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나도 남들처럼 정상이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제 나도 가슴이 봉긋해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흐른 뒤 내가 그랬듯 초경을 간절히 기다리는 소녀에 관해 책을 썼다. 그리고 딸아이가 열네 살이 되어 생리를 시작했을 때 많이 축하해 줬다.

 

*<마이 리틀 레드북> p.29~34 / 제목의 숫자 1952는 주디 블룸이 초경을 시작한 연도를 뜻합니다. 

 


마이 리틀 레드북(my little red book)

저자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지음
출판사
부키(주) | 2011-05-2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남자에게는 물론 여자들끼리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초경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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