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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을 찾는 사람들
편집자 노트 『공무원이 말하는 공무원』

 

원고를 읽을 때의 첫 느낌은 거부감이었다.
“월급 때문에 회사 다니지, 당근!”이라고 평소 거침없이 말하고 다니는 나에게 일과 보람은 별 상관관계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공무원 필자 분들은 어찌나 ‘보람’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시던지…

보람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

솔직히 글 제목들이 ‘보람’으로 도배되는 게 싫었다. ‘에잇, 착한 척.’
그런데 원고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공무원으로 살아가려면 나랏일을 한다는 자긍심과 보람이 있어야만 하겠구나 싶었다.

책을 함께 준비한 윤흥우 기자의 “그래도 다른 직종 사람들보다 공무원들이 참 착하고 순수한 데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하는 말에도 공감이 갔다.
일을 못하면 욕먹고 잘해도 별로 티 안 나는 현실에 ‘보람’이라도, ‘자긍심’이라도 없으면 그 일을 어찌 다 해낼까 싶었다.


최원일 필자 분의 이야기에서처럼, 월드컵 행사하며 숙박업소가 모자라 조건이 좀 충족되지 않더라도 월드인 숙소로 정하고 인터넷 예약 시스템 운영했는데, 2002년에 폐업하는 숙소들이 생겨서, 공무원들이 새벽부터 숙소 앞에 나가 기다렸다가 외국인들을 다른 숙소로 안내하는…(공무원들이 이런 일까지 하는 줄 몰랐다.)


최영숙 필자 분의 이야기에서처럼, 산이나 들에 불이 나면 헬기로 물을 뿌려 큰불을 진압하지만 잔불은 공무원들이 등짐 펌프를 지고 일일이 꺼야 하는...(공무원들이 이런 일까지 하는 줄 상상도 못했다.)

연공흠 필자 분의 이야기에서처럼, 새벽에 불법 주거 지역(농지에 비닐하수를 짓고 사는)에 불이 났다는 긴급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달려 나갔건만, “새벽에 구청 직원이 어떻게 화재 현장에 나올 수 있었나? 구청에서 강제 철거를 하려고 고의로 불을 지른 것이다.”라는 내용의 전단지에 맥이 풀렸다는...(안타까웠다.)


박종하 필자 분의 이야기에서처럼, 원래 일의 순서를 지키면서 무시할 수 없는 그분의 급행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주말을 모두 반납하고 일하는...(십분 공감되었다!!!)

 

다독다독 하고 싶은 그들

한여름 전기 아끼자고 에어컨도 못 켜고 삐질삐질 땀 흘리며 일하는 이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할 때마다 그 많은 가축들을 마대자루에 쑤셔 넣고 살처분하는 일을 도맡아 한 이도, 짝퉁 단속을 나갔다가 소금이며 욕설을 한 바가지 맞는 이도, 해외 출장 규정에 따라 저렴한 숙소에서 머물며 스스로의 몸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고 독한 마음을 먹는 이도, 민원인의 항의 전화 및 방문도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다 병이 생긴 이도, 업무가 다른 곳으로 이관되고 그에 따라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흩어질 때마다 마음 아파하던 이도 … 모두 공무원이었다.

물론 공무원들에게 국비 유학이며 공무원 연금 같은 현실적인 혜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나라면 참 힘들었을 일들을 그들은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물론 간혹 이상한 공무원, 자기 잇속만 차리는 공무원, 부패 공무원도 있다. 그러나 그 빈도는 일반 회사에 있는 이상한 직원 수준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원고를 읽는 동안 그들의 노고를 ‘다독다독’ 하고 싶은 마음이 쑥~ 올랐다.

그래서 도배하였다, 보람, 보람, 보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공무원 필자들이 당신들의 글 제목에 ‘보람’을 넣고 싶은 마음을. 그래서 도배하였다. 보람, 보람, 보람...(물론 공무원 필자 분들 입장에서는 많이 ‘킬’ 당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부키 편집실 고구마 씀

 


공무원이 말하는 공무원

저자
김미진 지음
출판사
부키 | 2014-06-30 출간
카테고리
취업/수험서
책소개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의 20번째 책으로, 다양한 분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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