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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생 킴이 겪은 핀란드 교실
더 많이 믿고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
핀란드어 수업 후는 킴의 공강 시간이다. 아무런 수업이 없이 70분이 빈다. 이것은 핀란드가 미국과 또 다른 점이었다. 사치스러울 정도로 자유 시간을 길게 주는 것. 아무런 지시 사항도 없이 스스로 긴 자유 시간을 잘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그냥 풀어놓는 것이다. 심지어 대낮에 학교 밖으로 걸어 나가 다음 수업 시간 시작될 때까지 동네 커피숍에 앉아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킴은 도무지 이 자유에 익숙해지기가 어려웠다.
학교 밖 생활에서도 비슷한 자유가 느껴졌다. 킴은 자전거를 타고 할파-할리 슈퍼마켓까지 가는 길을 익혔다. 필요한 재료들을 찾는데 창피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후견모는 킴이 집에 제 시간에 돌아오지 않아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이 아이들을 더 신뢰하는 느낌이 들었다. 킴은 여덟 살배기 아이들이 어두운 데서도 눈에 잘 띄도록 빛이 잘 반사되는 겉옷을 입은 채 혼자서 학교에 걸어가는 광경을 자주 봤다. 고등학교에서는 무슨 이유에서든 학교로 찾아오는 부모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십 대들은 더 어른 같은 대우를 받았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학부모 면담 같은 것도 없었다. 아예 없었다. 학생에게 문제가 있으면 교사들은 보통 학생과 이야기했다.
…
킴은 용기를 내서 계속 자기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을 했다.
“왜 그렇게 공부에 신경을 쓰는 건데?”
그 말을 들은 여학생 둘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킴을 쳐다봤다. 킴은 자기 볼이 발그레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내처 물었다.
“내 말은, 무엇 때문에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는 거야.”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이라는 것을 킴도 깨달았지만 꼭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이 아이들은 파티에도 가고, 수업 중에 문자를 주고받기도 하고, 공책 모서리에 낙서도 하는 아이들이었다. 다시 말해 평범한 십 대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학교의 기본적인 전제를 존중했다. 킴은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
두 사람은 이제 정말로 혼돈스러운 표정이 됐다. 마치 킴이 왜 그렇게 숨을 쉬려고 노력하는지 이유를 묻기라도 한 것처럼.
“학교잖아.”한 사람이 마침내 대답했다. “공부를 하지않으면 어떻게 졸업하고 대학을 가서 좋은 직장을 구하겠어?”
아만디 리플리,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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