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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이 겪은 한국의 고등학교 풍경 2
그렇게까지 해서 1등이 되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수업 시간 사이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 동안 에릭은 계속 듣게 되는 그 시험, 한국 고등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보는 그 중요하다는 시험에 대해 물어봤다. “미국에서 보는 SAT 같은 시험이야.” 질문을 받은 학생이 말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그 시험 점수가 나머지 인생을 좌우한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때까지 받은 교육이 숫자 하나로 요약이 돼.” 그 아이가 설명했다. “그 숫자가좋으면 좋은 미래가 펼쳐지지.”
아주 좋은 점수를 받으면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확정되고, 명문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과 좋은 집 그리고 편안한 삶이 보장된다고 했다.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것도 당연하고. 또 다른 학생이 반농담조로 말을 보탰다. 신의 선택을 받은 거라고.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최고로 꼽히는 3개 대학에는 상위 2퍼센트의 학생밖에 들어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입시험은 수백만 학생과 그 부모들의 열망의 관문이 됐다. 에릭의 급우들은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대입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향후 2년의 인생은 공부하고 계획하고 시험 잘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데 바쳐질 것이다. 그 2년을 기대감으로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네소타에도 나름의 졸업시험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수학시험을 봤지만 너무 쉬워서 통과를 못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합격점 이하를 받은 아이들은 자동으로 특별반에 배치되어 시험을 통과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재시험을 볼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한국의 시험은 1년에 하루 열리고 굉장히 어렵게 출제된다. 시험을 잘 못 본 학생들은 다시 볼 수는 있지만 1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
다음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이 학생들의 시험 점수를 칠판에 적었다. 이름을 쓰지 않고 번호를 쓰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모두 서로의 번호를 알고 있었다. 에릭은 그 후로도 여러 번 급우들의 성적이 공개되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다. 한 여학생은 머리를 두 손으로 감쌌고 또 다른 학생은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학교에서 보는 시험의 대부분은 상대평가였다. 그래서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학년 전체에서 상위 4퍼센트만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등급은 하위 4퍼센트가 받는 9등급까지 있다.
에릭의 급우들은 모두 서로의 등급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 본 시험뿐 아니라 모든 시험 등급을. 1등급을 맞은 28명은 교실의 영웅이자 순교자다. 가장 많은 것을 포기했고, 무엇보다 제일 공부를 열심히 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시험을 잘 못 보면 항상 이유가 있다. “시험이 공정하지 않았어.” 혹은“괜찮아! 모두 다 수학을 잘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러나 한국에서는 한 가지 뚜렷한 교훈만이 있을 뿐이다.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군. 다음번에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에릭은 압력이나 스트레스가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시험도 마찬가지였다. 에릭이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 남산고등학교는 금욕적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검소한 교실과 인정사정 없는 등급제 등을 통해 단 한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의 미래는 야구의 타율이나 자존감 혹은 페이스북 친구 수 등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으로 정해진 까다로운 학습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국제시험에서 최상위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게까지 해서 1등이 되고 싶은지 에릭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만다 리플리,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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