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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생 에릭이 겪은 한국 교실 풍경 (1)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 그러면서 어떻게 그렇게 기록적인 성적을 내지?

 

선생님이 걸어 들어와 교실 앞에 섰다. ...한 손에는 섬세하게 생긴 마이크를, 다른 한 손에는 개구리 인형이 달린 막대기를 쥐고 있었는데 꼭 등긁이처럼 보였다. 관광지의 선물 가게에서 보는 그런 물건 말이다.

에릭은 말을 멈추고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은 다음 그 개구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에 잠겼다.

이상하게도 에릭 말고는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조잘거리는 동안 선생님은 계속 거기 서서 기다렸다. 보기에 괴로운 광경이었다. 마침내 선생님이 주의를 끌기 위해 개구리 막대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러자 학생들이 천천히 자리로 돌아갔다.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뒤쪽에 앉은 몇몇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상당히 큰 소리로 떠들어 댔다. 에릭은 깜짝 놀랐다. 물론 이보다 더한 행동도 미국에서 봤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 아이들은 좀 더 공손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몇 분 후, 그는 자기 뒤쪽에 앉은 아이들을 슬쩍 둘러봤다. 그러고는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봤다. 반 아이들의 3분의 1이 잠들어 있었다.

그냥 꾸벅꾸벅 조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책상에 박고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기색이 전혀 없이 푹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학생 하나는 아예 특별히 이런 용도로 디자인된 베개를 자기 팔에 끼우고 그 위에 머리를 얹고 자고 있었다. 미리 계획된 수면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수학, 읽기/독해 능력,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 아이들을 따돌린 공부 열심히 하는한국 학생들에 대한 기사는 많이 읽어 봤다. 그러나수업 시간에 거리낌 없이 자는한국 학생들에 대해서는 읽어 본 적이 없다. 급우들의 행동을 보상이라도 하듯 에릭은 더 꼿꼿이 앉고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다렸다.

그러나 선생님은 전혀 동요 없이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잠에서 깨어났다. 10분밖에 되지 않는 쉬는 시간은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여학생들은 책상 위에 앉거나 뒤집어 놓은 쓰레기통 위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전화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남학생 몇몇은 연필로 책상을 드럼처럼 때리며 놀았다. 다들 교실이 자기 집 거실이나 되는 것처럼 묘하게 편안해 보였다.

다음 시간은 과학이었다. 다시 한 번 학급의 3분의 1은 잠을 잤다.

거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었다. 수업 시간에 저렇게 맨날 자면서 한국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기록적인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에릭은 선생님이 들고 있던 등긁이의 용도를 알게 됐다. 그건 한국식 자명종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잠든 학생이나 떠드는 학생의 머리를 그 막대로 가볍게 톡톡 쳤다. 아이들은 그 막대기를 사랑의 매라고 불렀다.

...

한 편의 서사시 같은 아이들의 일과를 들으며 에릭의 마음속에 점점 두려움이 쌓였다. 어떻게 십 대 청소년들이 공부 외에 아무것도, 진짜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는 그날 수업 시간의 광경이 갑자기 이해가 됐다. 아이들이 교실이 자기 집인 양 행동한 것은 그야말로 거기가 거의 아이들의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중에는 매일 하루 12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지낸다. 거기다 미네소타 학생들에 비해 1년에 학기가 두 달쯤 더 길다. 급우들이 수업 중에 잔 것은 원초적인 이유에서였다. 너무나 지쳤기 때문에.

갑자기 에릭은 학교에서 얼른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만다 리플리,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중 발췌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저자
아만다 리플리 지음
출판사
부키 | 2014-01-1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있을까? 아마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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