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동안 아프고, 힘들고…, 행복했다!
『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 편집자 노트
안전한 남자와 안전한 ‘결혼’할 줄 알았는데
내 꿈은 현모양처였다.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비웃을 말이다.)
나는 능력 있고, 성품 좋고, 잘 생기고, … 아무튼 그런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게 인생의 목표였다.
여자들은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데, 나는 그렇지도 않았다. 나는 누가 봐도 착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남자에게 끌렸다. 조금 심심하고 재미없어도 상관없었다. 나는 안전한 남자를 만나 안전한 결혼을 하고 싶었다.
20대 후반에는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를 만나 결혼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마 그 근처까지도 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평생의 꿈이었던 ‘현모양처’가 되는 길과는 멀어졌다. 자책했다. 내가 조금 더 노력했으면 결혼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뭐가 부족했던 걸까….
문제는 나의 ‘불안정’
하지만 나는 경제적인 인간이므로, 실패의 원인을 해결하여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별 후 애도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안정적인 남자를 만나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었던 것은 내 자신이 너무나 불안정했기 때문이었다. 나조차 스스로를 믿을 수 없으니 믿음직한 남자에게 내 인생을 맡기고 싶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지나치게 의존했고, 상대는 (티를 내진 않았지만) 상당한 부담을 가졌을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담담하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 사실을 깨닫고 너무나 뼈아팠다. 하지만 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사랑이 올 때 실패하지 않는 것뿐.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나를 보다
사랑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나 혼자) 진행했다. 우선 받아들이기 싫은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끌리거나 누군가를 선택하는 순간에 그 기저에서 작동하는 것이 결핍인지 상처인지 판단하고, 처리해야 할 감정과 용서해야 할 기억을 차근히 정리했다.
혼자서는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가감 없이 나를 드러내고 받아들어지는 시간도 가졌다. 돌아보면 그런 나를 받아 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
다행히 그 시점에 ‘일’도 하게 되면서 나 자신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별로이거나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여전히 부족한 게 많지만 그것을 숨기려고 하기 보다는 드러낼 수도 있게 됐다. 그러다보면 또 그를 안쓰럽게 여기는 사람도 생기고 도와주는 사람도 생겼다.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열어 보이기까지 그렇게 힘들었는데 한번 열어 보이니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수월했다.
바로 ‘나’같은 여자들의 이야기,라서
이 책은 나와 같은 여자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남일 같지 않아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단 몇 줄의 텍스트로 표현된 그녀들의 상처와 고통이 얼마나 깊고 괴로운 것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결국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나처럼, 그리고 책 속의 그녀들처럼, 누구나 상처를 극복하기로 선택하고 용기를 낸다면 더 나은 사람과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여 사랑을 만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충분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은 믿는 사람에게 힘을 보여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또 어떠한 깊은 상처라도 치유한다.
사랑은 그렇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면서 모든 문제의 완성이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사랑을 믿는 사람에게 그 힘을 보여준다.
그녀들과 치유의 과정을 함께하는 동안 아프고, 힘들고, 행복했다.
그리고 나처럼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다시 사랑할 용기를 내면 바랄 게 없겠다.
마지막 편집자 노트라 사생활을 좀 털어 본
부키 기획편집부 이고기 씀
'부키 일상다반사 > 편집자노트/디자이너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만큼 결혼이 두려운 당신에게 (0) | 2013.10.10 |
---|---|
살아있는 마지막 날까지 맑은 정신으로... (0) | 2013.09.25 |
그러니까, 정말 ‘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 편집자 노트 『화폐 이야기』 (0) | 2013.08.27 |
이 더위, 오싹할 정도로 깨달음을 얻고 싶다면… (0) | 2013.08.13 |
결혼 준비 이제 걱정마세요! (0) | 2013.07.03 |
- Total
- Today
- Yesterday
- 셰릴스트레이드
- 심리에세이
- 문학·책
- 비즈니스·경제
- 부키 전문직 리포트
- 셰릴 스트레이드
- 직업탐구
- 영어
- 비즈니스영어
- 힘이되는한마디
- 부키전문직리포트
- 안녕누구나의인생
- 어학·외국어
- 힘이 되는 짧은 글귀
- 바버라에런라이크
- 최광현
- 직업의세계
- 남회근
- 진로지도
- 와일드
- 교양과학
- 김용섭
- 아까운책2012
- 가족의두얼굴
- 긍정의배신
- 자녀교육
- 지난10년놓쳐서는안될아까운책
- 가족에세이
- 남회근저작선
- 장하준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