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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 책꽂이/달나라 소년

CFC 증후군이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7. 10. 14:34

CFC 증후군이란

이언 브라운의 논픽션 달나라 소년의 주인공이자 이언 브라운의 아들인 워커는 생후 CFC 증후군 진단을 받습니다. CFC 증후군 환자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적어 100~3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의학 전문가들도 ‘CFC 증후군에 대해 배우는 중인 셈이죠. 적어도 CFC 증후군에 대해선 소아과 의사보다 환자의 부모가 더 많이 알기도 하고요. CFC 증후군이란 어떤 것일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소개해드립니다.

CFC(cardiofaciocutaneous syndrome)란 병명 그 자체는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심장을 뜻하는‘cardio’는 심장 기형·확대와 계속 들리는 심장 잡음을, 얼굴과 관련된 ‘facio’는 튀어나온 이마와 아래로 처진 눈 등 특징적인 안면 기형을, 피부를 지칭하는 ‘cutaneous’는 피부 이상을 뜻한다.

처음 내게 이 증후군을 설명해 준 유전학자는 전 세계에서 CFC 증후군을 앓는 어린이는 워커를 빼고 딱 8명뿐이라고 했다. 8. 어떻게 이런 일이? 미지의 은하계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었다.

1년이 지나자 의학 문헌을 뒤져 본 담당 의사들은 같은 증후군을 앓는 환자가 20명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여러 사례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 환자 수는 40명으로 늘어났다. 계속 숫자가 늘어나는 걸 보고 나는 의사들을 비웃었다. 훈련받은 의학 전문가들이라면 당연히 우리보다는 아는 게 더 많아야 할 것 아닌가? 1979년에 3명이 최초로 CFC 증후군 공식 진단을 받은 이후, 이제 보고된 환자 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 수를 300명 정도로 추정하기도 한다. 증상이 약해 진단이 내려지지 않았을 뿐 CFC 증후군 환자가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보는 연구가들도 있다.

CFC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였다. 이름이 붙은 것도 1987년이 되어서였다. 본래 증후군이라는 건 정도와 유형이 몹시 다양하다. CFC 환자 중에는 제 몸을 때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않는다. 일부는 말을 하거나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가 지적장애다. 심장 결함도 아주 심각한 상태에서부터 가벼운 증상까지 제각각이다(워커는 미약한 심장 잡음이 있다).

CFC 환자의 피부는 매우 민감해서 살짝 닿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많은 CFC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워커는 씹을 수 없고 삼키는 것도 원활하지 않다. 말을 하지 못하며 시각과 청각 기능이 온전하지 못하다. 워커는 시신경이 좁은데 한쪽 눈의 시신경은 다른 눈보다 더 좁다. 이도(ear canal) 또한 좁아서 감염 위험이 높다.

마르고 몸이 불안정해 의학 전문용어로는 저긴장증에 해당한다. 워커도 여느 CFC 아이들과 같이 눈썹이 없고, 머리카락은 숱이 듬성듬성한 곱슬머리다. 이마가 툭 튀어나왔고, 양미간이 넓으면서 귀 사이 간격은 좁다. 성격은 매력적이고 사귐성이 좋다.

워커가 자라면서 CFC의 특징들도 눈에 띄게 발전해 더 비정상적인모습이 되었다. 나는 워커가 CFC 증후군 환자의 평균적인 특징을 보인다고 여겼는데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CFC에는 평균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CFC 증후군에 따른 증상은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다. 지금 워커는 열세 살이지만, 정신적으로는 한 살에서 세 살 사이쯤 된다(막상 이렇게 쓰려니 괴롭다). 발작이 잦지 않고 장에 궤양도 없어 신체적으로는 여느 CFC 아이들보다 상태가 좋지만 인지적으로는 다른 아이들보다 뒤떨어진다. 중년이 될 때까지 살 수 있다는데, 그것은 과연 다행일까 불행일까?

새로 밝혀진 몇몇 유전적 세부 사항을 빼면 의학 전문가들이 CFC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다.

이언 브라운, 달나라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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