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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는 방. 보통 3전후의 작은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인 곳”(네이버 국어사전)을 말합니다. 쪽방촌은 이런 쪽방들이 밀집된 곳이겠지요. 서울역 맞은편 남대문경찰서와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 뒤편에 대형 빌딩이 병풍처럼 가리고 있는 남대문쪽방촌이 있습니다. 2평도 안 되는 작은 쪽방에 약 760명의 가난한 우리 이웃들이 살고 있습니다. 조리 시설이 없어 쪽방에서 휴대용 버너로 밥을 짓고, 세탁과 배변은 공동 세면장을 사용하지요. 남대문쪽방촌은 우리 사회 빈곤 최전선입니다. 남대문지역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쪽방 사회복지사의 고민은 무엇일까요. <웹 주>

남대문쪽방상담센터 사회복지사의 고민 엿보기
저는 쌀이나 빵, 반찬을 나눠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2평도 채 안 되는 쪽방 내부.

쪽방 사회복지사로 가장 많이 한 것은 아마도 후원 물품을 나눠 준 일인 듯하다. 일상적으로는 쌀이나 라면 등 후원 물품이 들어오면 주민들에게 지급 조서를 받고 나눠 준다. 추석이 되면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상품권 배분 사업을 한다. 또 겨울에는 공동모금회 삼성 지정기탁 사업으로 쌀과 밑반찬 등 생필품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쪽방촌에서 더 어려운 사람, 덜 어려운 사람들 나누어 지원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다들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 사업을 하면 보통은 760여 주민 모두에게 지원을 한다. 하지만 후원 물품의 양이 늘 풍족한 것은 아니다. 특히 밑반찬 사업이 그렇다.

남대문쪽방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밑반찬이다. 주민 중에 40퍼센트 정도가 기초생활수급자인데, 혼자이기 때문에 수급비가 45만 원 정도이다. 그중에 방세가 평균 매월 24만 원이다. 거기다 전기밥통이나 냉장고를 쓴다고 주인들이 전기세로 1~2만 원을 더 받는 경우도 있다. 수급비에서 방세를 내고 나면 2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많은 주민이 담배 피우고 술도 먹기 때문에 반찬까지 사서 먹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사회복지사는 쌀이나 빵 나눠 주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배운 사회복지는 이런 것이 아닌데.’그렇게 실망한 적도 있다. 그럴 때면 사람을 잘 돕는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질로만 돕는 건 제대로 돕는 게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배운 사회복지의 원칙 중에 후원 물품은 구실이라는 말이 있다. 주민들에게 후원 물품을 전할 때 후원 물품은 주민과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 주는 구실인 것이다.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지, 건강은 어떤지, 주민들이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친한 주민은 누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면서 주민들을 알고 지역사회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주민들이 나를 보면 후원 물품 나눠 주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기관이나 서울역 근처에서 늘 후원 물품을 나눠 주는 많은 구호단체나 복지 기관 탓일지도 모른다.

- 김솔, 부키 전문직 리포트 17 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사회복지사중 발췌 재구성


사회복지사

저자
김세진, 주솔로몬, 추창완, 이상훈, 임병광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04-26 출간
카테고리
취업/수험서
책소개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책으로, 복지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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