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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서도 의존하는 두 아들을 둔 엄마에게  '슈거' 셰릴 스트레이드의 충고

슈거에게

서른다섯, 스물세 살인 두 아들이 다시 집에 들어와 살겠다고 합니다. 제 의견은 묻지도 않고 갑자기 떡 하고 나타났어요. 대학생인 작은아들은 학교를 죽도록 싫어합니다. (…) 열여덟 살인 여자 친구와 아이까지 곧 들어와 함께 살 거라고 하네요. 집에 남는 방도 없는데 말이죠. 큰아들도 대학에 다니는데 공부도 진지하게 하고 학점도 좋아요. (…) 아냥거립니다. 그런 아들의 자동차 할부금과 고지서를 내준다고 예금을 다 까먹고 말았어요. 제 질문은 이거예요. 어떻게 하면 두 아들이 독립해서 나가 살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사생활을 지키면서 글을 쓰고 싶어요. (…) 관리비 제때 내고, 베이글과 팔찌도 사면서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슈거, 전 갇혀 버렸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사랑해요. (…)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알고요. (…) 하지만 아이들이 자기 삶을 제대로 꾸려 나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요. 제가 그 모든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을까 봐 두렵습니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제가 원하던 삶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렵습니다. 아이들이 영영 독립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요. — 북적이는 집

 

북적이는 집에게

(…) 수업 마지막 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수영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끝날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엄마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같이 가운데로 가 볼까? 엄마가 잡아 줄게.”  

그렇게 엄마와 조금씩 물속으로 들어갔어요. 수영장 한가운데에 다다르자 엄마가 손만 잡고 절 끌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가면서도 저는 계속 애원했죠. “놓지 마요, 놓으면 안 돼.” “안 놔, 걱정하지 마.”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절 빙빙 돌리더니 멀리 내던지는 거예요.

엄마의 도움 없이 물 위를 미끄러져 가는 기분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고 강력하게 남아 있습니다. (…) 그 기분이 얼마나 이상하면서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제 마음은 엄마가 배신했다는 충격에서 새롭게 처한 현실에 대한 공포로, 또 물속을 헤엄쳐 가는 순수한 기쁨으로 후다닥 바뀌었어요.  엄마의 말이 맞았습니다. 튜브가 절 받쳐 주었어요.

당신도 아들들에게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아이들을 멀리 내던져서 헤엄치는 법을 스스로 익힐 수 있게요.  집에서 나가라고 말하세요. 아들들이 몸이 아픈 게 아니잖아요. 어떤 위기에 처한 것도 아니고 애들도 아닙니다. 둘 다 자립할 수 있는 성인이에요. 튜브가 그들을 받쳐 줄 거예요. 그 사실을 믿으라고 두 아들에게 말하세요.

(…) 단언컨대 이런 시도가 가족 모두에게 건강한 변화를 안겨 줄 겁니다. 의심할 것 없이 아들들은 당신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당신과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에게도 욕구란 것이 있다는 생각을 못하기 때문에 당신의 욕구가 무엇이든 별로 신경 쓰지 않죠. 당신의 의향은 묻지도 않고 집에 들어온 것도 그 집이 당신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자기들도 집에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집은 엄마의 것이니 자기들 것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들들은 당신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그저 내버려 두기를,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물어보지도 않기를 바라죠. 하지만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삶이 있다는 것, 얹혀사는 자신들이 엄마의 삶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인식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당신을 사생활과 자기결정권이 있는 성인으로도 보지 않고 있어요.  

아들들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발달의 마지막 단계를, 자녀가 부모에게서 진정으로 독립하는 단계를 아직 거치지 못해서 그래요. 아들들이 그 단계에 이르도록 밀어붙이는 건 엄마인 당신만이 할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모든 걸 “내가 할 거야! 내가 할 거야!”라고 했던 일 기억나세요? (…) 아이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그런 일들을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자급자족하는 법을 얼마나 잘 배우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으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아들들에게 집에서 나가 달라고 말하면 그들 스스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안다고 말하는 셈이 됩니다.  나가 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들들의 독립을 돕는 거예요.  당신이 자연의 법칙을, 이제 그들이 당신의 도움 없이 잘 살 수 있으리라 믿고 있음을 알려 주는 거죠.

(…) 중요한 점은 자식들에게 돈과 방법 중 무엇을 줄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아들들을 다 큰 어른으로 키웠어요. 이것으로 아이들에게 진 빚은 모두 갚았습니다.  이제 그들이 자신의 빚을 스스로 갚아야 할 때예요.  알아서 하게 하려면 먼저 당신이 딱 한 번만 그들을 내던져 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물에 뜨는 기분이 어떤지,

수영장 반대편에서 아이가 스스로 헤엄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 어떤지 당신도, 자식들도 느낄 수 있습니다. —슈거

  - 셰릴 스트레이드, 『안녕, 누구나의 인생』 중 발췌 재구성

 


안녕 누구나의 인생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03-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와일드]의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 누구나의 인생 고민을 마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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