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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제는 민주주의다!

 

법을 전공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외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 때문이었지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간단한 내용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제1조 【국호, 정체, 주권】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라죠?

그렇다면 그 어떤 정부도 기업도 헌법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러한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헌법 정신’ 논쟁을 합니다.

그 이유야 잘 아실 것이므로 여기선 각설하지요.

그런데 ‘자유 민주주의 국가’ 미국에서도 그들의 ‘헌법 정신’ ‘건국 이념’에 위배되는 행위가 잦은 모양입니다.

『중산층은 응답하라』저자 톰 하트만은 “건국의 아버지들은 무덤 속에서도 눈을 못 감을 것”이라고 통탄하니까요.

톰 하트만은  ‘작은 정부’ ‘기업의 규제 철폐’ 등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 건국 이념 및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단언합니다.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제 정책에 대해 그는 왜 이렇게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걸까요?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헌법 … 인디언의 민주주의와 중산층 모델이 핵심

세계의 여러 토착 원주민 부족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유구한 민주주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15만 년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삶의 방식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원주민 부족 내에는 부유층도 빈곤층도 없다. 모두가 ‘중산층’이고 별다른 위계질서도 없다. 추장이 있지 않았느냐고? 사실 ‘추장’의 개념은 17~18세기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유럽인이 인디언의 대표가 누군지 몰라 혼란을 겪다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 당시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 대부분은 어느 한 사람에게 조약을 체결할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고, 의사 결정은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와 헌법 제정자들은 인디언의 민주주의와 중산층 모델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미국 헌법의 상당 부분은 이로쿼이 연합체, 즉 뉴잉글랜드에서 미드웨스트에 이르는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던 5개(훗날 6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연합체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졌다. 이 연합체는 오늘날의 상·하원과 비슷한 대의 기구와 대법원 등으로 이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여섯 개 부족 중 다섯 개 부족이 여성에게 최종 결정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대법원 판사에 해당하는 사람이 거의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헌법제정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족 여섯 개가 수백 년 동안 흔들리지 않는 연합체를 저토록 잘 유지해 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범한 국민의 자기결정권을 신뢰하다!

미국 건국 이전에는 많은 정치철학자가 중산층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겼다.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1651년에 출간한 그의 대표작『리바이어던』에서 소수의 엘리트가 대다수의 국민을 지배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했다. 또 그로 인해 피지배 국민이 더욱 빈곤해진다 한들 세상은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는 말까지 내뱉었다. 홉스에 따르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철권 통치자가 없다면 “산업 (…) 예술, 문학, 사회 등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스스로 통치할 능력이 없는 평범한 국민 대부분은 안전이 보장되는 한 개인적 자유와 경제적 기회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는 게 홉스의 확고한 믿음이었다. 그는 피지배 국민이 자유와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홉스의 이런 주장에 반대했다. 평범한 국민의 자기결정권을 굳게 신뢰했고, 그래서‘우리 국민(We the People)’이 지배하는 정부 형태를 만들어 냈다. 그들은 엘리트만이 아닌 모든 국민이 ‘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을 갖고 있다고 독립선언서에 못 박았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홉스의 주장이나 유럽의 전통 사상에 반기를 들었다. 그들은 국민 모두에게 개인적 자유와 경제적 기회를 보장하는 나라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중산층의 힘을 믿었다. 민주주의와 중산층이 ‘인간의 자연 상태’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국민의 희생을 업은 기업 이윤에 반대!

민주당을 설립한 토머스 제퍼슨은 기업이 국민을 희생시켜 이윤을 얻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민주주의 정부는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하는 게 본연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가 1816년 역사학자 새뮤얼 커치벌(Samuel Kercheval)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을 보자.

 

기업 활동의 자유가 완벽하게 주어진다면 이윤 추구에 눈먼 저들은 정부를 순결한 상태로 유지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국민의 권리를 안전하게 보호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정부 부패의 뿌리를 파고들면 거기에는 항상 부를 좇는 자들이 도사리고 있지요. 보살펴야 할 국민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수입을 가로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은 권력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정부는 기업의 이윤 추구 규칙을 정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것은 미국 건국의 원리이다. 제퍼슨은 1816년에 당시 육군 장관이었던 윌리엄 크로퍼드(William H. Crawford)에게 편지를 보내며 “어떤 사회든 근본적인 조직 원리를 정할 권리가 있다”고 적었다.

공익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마땅히 공익을 중시하는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기업이 정부의 인가에 의해서만 존재하듯이 시장 역시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부는 시장의 규칙을 정한다. 미국 정부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이므로 미국 시장의 규칙은 공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해져 왔다.

- 『중산층은 응답하라』 중 발췌 재구성

 


중산층은 응답하라

저자
톰 하트만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08-3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일곱 개 기업을 소유한 건실한 기업가 톰 하트만이 무너져 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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