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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재앙에 대해 다른 태도를 취했는가?

태풍 볼라벤이 지나갔습니다. 태풍 덴빈도 지나갔습니다. 모두 무탈하신가요. 뉴스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 일 년 농사를 망친 농민들도 있고, 몇 년이나 애쓴 양식장을 잃은 어민들도 있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천재지변이야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일이라손 치더라도 이후 정부(및 지자체)의 복구 지연 및 대응 미비가 이어진다면 피해를 입은 ‘국민’은 그야말로 두 번 절망합니다. 하나는 하늘의 일이지만 다른 하나는 ‘사람의 일’이니까요.

『중산층은 응답하라』저자 톰 하트만은 2004년 허리케인 찰리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대응 비교를 통해 ‘자유 시장을 지향하고 작은 정부를 외치며 중산층의 몰락을 주도하는 세력’을 고발합니다. 이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한 찰리 대응책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04년 허리케인 찰리가 (공화당이 우세한) 플로리다 주를 엄습했을 때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Agency, FEMA)이 보인 대응은 이듬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민주당이 우세한) 루이지애나 주를 덮쳤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허리케인 찰리가 몰려오기 전날 FEMA는 식수를 실은 트럭 100여 대, 90만 명분의 식사 대용 즉석 식품, 구호 식량 7000상자, 임시 천막 수만 개 등을 신속하게 준비시켰다. 재난 의료 지원팀, 도시 수색 구조팀, FEMA 소속 공무원에게는 현장에서 비상 대기하라는 명령이 시달되었다.

4100명의 군 병력은 홍수 피해자를 구조하고 구호 식량 배분을 지원할 목적으로 대기 상태를 유지했다.

이때의 연방 정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수행할 만전의 준비를 갖췄을 뿐 아니라 찰리가 지나가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허리케인 희생자에게 위로 카드를 보내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위험 지역에서 800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사는‘희생자’까지도 카드를 받았다. 

“적십자에 현금을 송금하라”가 전부였던 카트리나 대응책

 

2005년 카트리나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민주당 출신 주지사가 버티고 있던 루이지애나 주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때마침 임박한 선거는 없었다. 이때 조지 부시는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했을까. “적십자사에 현금을 송금하라.”이 한 마디였다. 수많은 사람이 익사하는 동안 부시는 애리조나 주까지 가서 상원의원 존 매케인(John McCain)과 생일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골프를 쳤다. 그런 다음 캘리포니아 주로 가서 정치 자금 모금 행사에 들러 컨트리음악 가수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카트리나가 지나가고 나흘 후에야 최고 보좌관에게서 무수한 주민이 익사하는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부시는 일주일 치 뉴스를 편집한 자료를 보고 급히 루이지애나 주로 내려가 현황 파악과 구호에 나서는 모습을 카메라에 비쳐 주었다.

 

한편 부통령 딕 체니(Dick Cheney)는 뉴올리언스에서 수천 명이 죽어가는 동안 와이오밍에서 느긋하게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 그가 CEO로 있었던 핼리버턴은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잔해를 치우기 위한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FEMA 청장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도 미리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 카트리나가 육지를 덮치고서 5시간이 지나서야 상관인 국토안보부 장관 마이클 체르토프(Michael Chertoff)에게 달려가 FEMA 현역 및 퇴직 직원 1000여 명을 홍수 피해지에 투입하겠다고 승인을 요청했다. 그는 대응할 시간이 이틀밖에 없다고 보고했다.

체르토프는 36시간이 지난 후에야 연방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국가 차원의 중요 재난’을 선포했다.

당시 루이지애나 주지사 캐슬린 블랭코(Kathleen Blanco)가 뉴올리언스의 스쿨버스와 시내버스를 동원해 주민을 시 외곽으로 운송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어떻겠냐고 문의하자 담당관은 FEMA 소속 버스를 보내 줄 테니 기다리라고 답했다. 그러나 버스는 오지 않았다. FEMA 청장, 국토안보부 장관, 부통령, 대통령 모두 공사다망해서 제때 결재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멍청하지 않다!

미국 기상자료센터(National Climatic Update Center)에 따르면,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 추정액은 보험 손실액 340억 달러를 포함해 1000억 달러에 이른다. 2004년 플로리다를 덮쳤던 허리케인 찰리, 프랜시스, 이반, 그리고 2006년의 잔느로 인한 피해액을 합한 210억 달러의 약 4배를 웃도는 액수이다.

지금도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 모른다. 발견된 시신만 1300구가 넘었다. 약 2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실종자’로 간주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찰리로 인한 사망자는 11명에 그쳤다.

그들은 멍청하지 않다. 정부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잘 알고 필요할 때에는 제대로 써먹는다. 그들은 플로리다 주에서 정부의 기능을 마음껏 활용했다. 그러는 게 자기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달랐다. 이익이 되지 않는 주에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무관심했다.

 

그들은 정부가 필요 없다는 인식을 심어 놓으려 애쓰지만, 그것은 중산층 소탕 작전의 일환일 뿐이다. 정부의 역할이 축소될 대로 축소될 때 남는 것은‘자유 시장’이 아닌 봉건제 사회이다.

- 『중산층은 응답하라』 중 발췌 재구성

 


중산층은 응답하라

저자
톰 하트만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08-3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일곱 개 기업을 소유한 건실한 기업가 톰 하트만이 무너져 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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