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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팬츠와 '말술'을 담당하고 있는 붉은손이 부키에서 일한지도 어언 몇 개월, 부키에서 처음 혼자 편집한 책이 바로 『중산층은 응답하라』 입니다. 편집자 노트에 『중산층은 응답하라』 제목과 관련된 그 길고 긴 사연을 가득 풀어놓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시크하네요. 하긴 너무 아픈 추억은, 추억이 아니니까요. 들려드립니다. 붉은손의 꽤 집요한 편집자 노트. <편집자 주>
『중산층은 응답하라』 편집자 노트 이 사람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요?
# 나도 팬질이 하고 싶다고요
몇 달 전 출간된 『요통 탐험가』 미도리의 편집자 노트를 보고 심히 부러웠다.
아, 나도 팬심으로 편집하고 싶다. 그 핑크빛 세계에는 ‘노동의 배신’이란 없으리.
행복은 주변에 있는 거라고(-_-;) 아무튼 당장 담당하고 있는 책 『중산층은 응답하라』의 저자 톰 하트만 아저씨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일단 훈훈해 보이는 마스크에 방송 들어 보니 중후한 목소리, 미중년이시군. 오케이.
일단 위키피디아로 살짝 간을 보고 점잖게 홈페이지에 놀러 가야지 했는데...
그런데 선생님(아저씨에서 어느새)...
대체 누구세요?
이력이 이렇게 다채로워도 법에 걸리지 않는 건가요?
역사에서 정치, 환경, 교육, 심리, 미디어… 이리 종횡무진 책을 내시면 저는 어떡하나요?
편집자라면 누구나 저자 소개로 소책자 한 권 정도는 써내야 하는 건가요?
자글자글 돋워 놓았던 팬심은 가라앉고, 역시나 평소와 다름없는 ‘저자와의 대결’ 모드로,
화면 가득 구글링한 저자 관련 웹페이지를 펼쳐 놓고... 자 야근이다!
# "이제 여러분이 술래!"
일단 하트만 선생은 이름난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다.
그냥 진행자가 아니라 무려 ‘진보적 성향’의 진행자로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토커 매거진>).
1980년대부터 득세한 시사 토크쇼는 2000년대 초반에도 보수가 휩쓸며 헛소리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보수를 자처하는 인물 중 목소리가 크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그로버 노퀴스트(Grover Norquist)는 2001년 5월 25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과 인터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정부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정부를 축소하고 또 축소한 다음 욕조에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입니다.” (46쪽)
마침 하던 일도 쉬고 있었고 ‘에어 아메리카’ 창업자와 의견을 나누던 2002년
“라디오에서 ‘리버럴’ 토크쇼를 한번 해 보자, 뭔일 일어나나 보게.” 하고 시작한 선생의 지역 방송이 크게 호응을 얻은 것.
지금은 전 세계 전파를 타는 신디케이션 방송의 진행자 겸 제작자로 도약했다.
이제 미국에서 말발 좀 날리는 라디오 디제이랄까.
그의 방송은 사회의 여러 불편한 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프로젝트 센서드’가 선정한 올해의 뉴스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다.
그렇다고 진보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방송은 결코 아니다. 양당제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선생은 열세 살 때부터 지역 선거 캠프에 참여해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도 매일같이 “이제 여러분이 술래!”라는 클로징 멘트를 날리며, 청취자들의 정치 참여를 부추기고 있으니,
『중산층은 응답하라』라는 한국어판 제목이 그냥 뽑혀 나온 게 아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과 편집자가 동갑내기라서 나온 것이 절대 절대 아니다!)
# 미국판 엄친아? 기업가에 베스트셀러 작가에 교육운동가!
그러나 선생은 말로만 진보를 외치는 이른바 ‘입 진보’와는 삶의 궤적을 달리한다.
젊은 시절부터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도 일곱 개 사업체를 거느리고 (하나만 빼고는)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가다.
광고 에이전시, 잡지사, 여행사, 컴퓨터 주변 장치 판매, 허브티 제조업체 등 다양한 사업을 건실하고도 성공적으로 운영한 덕에 「월스트리트 저널」 표지 모델로 출현한 적도 있다.
(허브 사업을 하다가 약용 식물에 깊이 빠져 약초 및 동종요법 전문가로 거듭나기도 했다는데... 위키피디아에는 그가 관련 학위를 세 개나 가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힘)
또한 선생은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낸 작가다.
그중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한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은 영화배우이자 환경운동가로 거듭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읽고서는 감명을 받아 <11번째 시간(The 11th hour)>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다. 여기에 하트만 선생도 출연한다.
그뿐인가.
선생이 라마 왈드런(Lamar Waldron)과 공저한 소설 『비밀의 유산(Legacy of Secrecy)』은 워너 브러더스 사에서 영화화를 결정, 주연은 무려 우리의 디카프리오! 이 영화는 2013년 케네디 서거 50주기를 기념해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헐. 케네디 암살과 관련한 소설까지?
그렇다. 하트만 선생은 문어발 지식인.
특히 미국의 정치와 역사, 그리고 헌법에 대한 무궁한 탐구심을 가지고 여러 책을 쓴 비정규 역사학자다.
『중산층은 응답하라』가 여타 사회비평서들과 논의의 지평을 달리하는 것도 그래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미국의 독립과 건국의 맥락에서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살피고,
토머스 제퍼슨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의 인물에게서 중산층 부활의 가능성을 찾는 것.
물론 지금의 중산층 위기를 초래한 기업 권력 및 보수 패거리의 작태를 질타하는 신랄함은 기본이다.
가슴이 다 뻥 뚫리게, 활명수 한 뚝배기 하실↗래예? 그럼 이 책을.
그러나 여기서 그칠소냐.
그는 오랫동안 교육 운동에 투신해 여러 혁신적 대안 교육 프로그램을 일찍부터 도입한, 교육 운동가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 학대 아동을 위한 교육 공동체를 세워 다년 간 운영했고,
1998년에 아내와 함께 설립한 ADHD 아동을 위한 학교 헌터 스쿨은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하트만 선생의 책이 두 권인데, 그중 하나는 ADHD 아동의 교육을 다룬 『산만한 아이들이 세상을 바꾼다』이다.
(거의 모든 외국 저자 프로필 클리셰에 따라 대단원은...)
그는 지금 워싱턴 DC 에서 아내 루이즈, 그리고 공격형 고양이 히긴스와 살고 있다.
# 나도 중산층이 되고 싶다!
흠흠.
좀 길었나...
차마 책 날개에 다 담지 못한 자료들이 아까워서 이러는 것이 결코 아니다 ^^;
하트만 선생의 날렵한 현실 감각과 균형 잡힌 시선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선생의 실천가로서의 매력을 알면 ‘응답’률이 응당 높아질 거란 믿음으로 (영 어울리지 않는) 팬질 코스프레를 해 보았...어요.
무엇보다 하트만 선생은 저녁 있는 삶의 가치를 강조하셨으니,
즉 나 같은 보통 노동자가 하루 8시간 근무하고도 중산층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에 응답하기 위하여, 자, 이제 퇴근이다!
그의 글, 방송을 접하고 싶다면 www.thomhartmann.com
여름이 갔으니 이제 숏팬츠는 안 입는 걸까 궁금하게 하는
부키 기획편집부 붉은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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