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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노동조합 결성권, 투표권을 요구하며 시위와 파업을 벌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3월 8일은 여성의 날,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날이 되었지요. 그로부터 1백여 년이나 지났건만 대한민국에는 ‘빵과 장미’가 필요한 여성들이 많습니다. 2007년 ‘이랜드 사태’는 비단 비정규직 문제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중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이 받는 차별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또한 지난 해 1백만 원도 안 되는 쥐꼬리 월급과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없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항의해 점거파업을 벌였던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더욱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는 여성 노동자의 아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노동의 배신』에서도 이 현실은 잘 드러나 았습니다.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여성 노동자들의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
식당 종업원, 청소부, 마트 판매원
『노동의 배신』을 통해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궁금했던 건 저임금노동에 몰린 여성이 시간당 6달러나 7달러를 받아 과연 살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는데요. 그녀가 왜 굳이 저임금노동자를 생각할 때 여성을 먼저 생각했을까 궁금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답은 아주 쉽게 나왔습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이력서를 통해서 말이지요. 생물학 박사에서 새로 쓴 그녀의 이력서는 이렇습니다.
중년의 이혼녀
오랫동안 가정주부
가끔 청소 일을 해 본 경험이 있음
학업은 대학교 3년까지
이런 이력서를 들고 그리 어렵지 않게 취직할 수 있는 곳은...뉴스기사 가 말해주고 있네요.
시간제 노동 73%가 여성, 나쁜 일자리 양산될 뿐 [여성신문 전문보기]
『노동의 배신』에서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식당 종업원 그리고 호텔 청소부를 한꺼번에 하기도 하고 요양보호사와 동시에 청소부 일을 합니다. 프로젝트를 마친 후 그녀는 왜 '투잡'을 할 수 밖에 없고 자신의 동료들이 왜 계속 악순환을 반복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지요.
나는 작은 것도 정말 절약하며 생활했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유행을 쫓는 옷을 사 입지도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이 항상 돈에 쪼들리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타 어떤 사치나 낭비도 하지 않았다. 맞다. 키웨스트에서 바지 하나를 사는 데 30달러를 쓰고, 미니애폴리스에서 벨트를 사는 데 20달러를 쓴 것은 당시 내 처지에서는 사치였다. 이제는 구세군 자선 가게나 월마트에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음식에 관한 한 아주 효율적으로 살았다고 자부한다. 집에 부엌이 있을 때에는 다진 고기, 콩류, 치즈, 그리고 면류를 주로 요리해 먹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했는데 하루 식대로 9달러를 넘지 않았다. 두 군데 직장 또는 1.5개의 일을 하지 않고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생활 수입 = 지출 :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해야만 가능 두 군데 직장을 나가거나 적어도 1.5개의 일을 하지 않고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경험하고 내린 결론은 하루에 육체적으로 힘든 일 두 가지를 적어도 고용주가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해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메인 주 포틀랜드에서 생활했을 때가 수입과 지출의 균형에 가장 근접했던 것 같다.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직장을 두 군데 다닌 덕에 세금을 떼고 일주일에 300달러가량을 벌었고 임대료로 480달러를 냈는데, 이 금액은 전체 수입의 40퍼센트 정도여서 감당할 만했다. 가스 요금과 전기 요금이 임대료에 포함되었던 것과 요양원에서 주말마다 두세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 나는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왜 그들은 내가 허스사이드에서 제리스로 옮겼던 것처럼 급여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지 않는 걸까? 그 해답의 일부는 인간은 구슬과 다르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구슬과 달리 거취를 결정할 때 적지 않은 ‘마찰’을 경험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가난할수록 기동성이 더 떨어지기 마련인데, 차가 없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흔히 차가 있는 친척의 도움을 받아 출퇴근을 한다. 이것은 매일 반복되고 어떤 경우에는 출퇴근 길에 보모의 집이나 탁아소에 들르도록 부탁해야 한다. 따라서 일자리를 옮기게 되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지형학적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고 어찌 됐든 이제껏 차를 태워 주던 친척에게 새로운 직장에 맞춰 경로를 바꿔 달라는 미안한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차가 있건 없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취업 지원서 제출 및 면접, 약물 검사 등 일반적으로 구직에 따르는 절차를 이행하는 것도 차가 없으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구관이 명관’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어서 새 직장이 더 나은 급여와 혜택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이직을 꺼린다. 한번 직장을 옮길 때마다 낯선 환경에서 친구도 없이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임금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조언을 구할 곳이 없다. 손에 들고 다니는 기기도,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는 채널도, 컴퓨터 웹사이트도 없다. 이들에게 구직 정보를 제공하는 유일한 소식통은 ‘직원 구함’이라는 안내문과 구인 광고뿐이며, 그나마 급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듣지 못하기 일쑤다. 따라서 누가 어디서 얼마를 받고 일한다는 정보는 입소문을 통해 듣는 게 다인데, 그마저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문화적인 이유로 전파 속도가 아주 느리고 다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서로에게 별 이야기를 다 합니다. 섹스, 범죄, 질병…. 하지만 자기가 얼마를 받는지, 어떻게 그런 보수를 받게 됐는지는 절대 입에 올리지 않아요. 고용주들은 자기들에게 득이 되는 이러한 돈에 대한 금기를 믿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죠.” 내 생각에 이 ‘금기’는 최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가장 엄격하게 지켜지는 듯싶다. 왜냐하면 닷컴으로 갑부의 대열에 낀 사람들과 억만장자 운동선수들을 끊임없이 우상화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간당 7달러, 심지어 시간당 10달러를 받는다는 것은 열등한 유전자를 타고났다는 증거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에 내 올케가 저 길 아래 타깃 매장에서 일한다 할지라도 타깃이 월마트보다 보수가 더 나은지 아닌지 내가 꼭 알리라는 보장이 없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에 이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을 보도했는데, 한 여성이 똑같은 일을 하는 남성 동료들보다 자신의 급여가 훨씬 적다는 사실을 알고 급여를 올려 달라고 했다가 해고당했다. 『노동의 배신』 중 ‘ 왜 악순환은 계속 되는가’ 중에서 발췌 재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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