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봉하일기] 편집자 노트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건가요? 

[봉하일기] 얘기를 하자니 우선 일정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다른 책에 비해 일정이 빡빡해서 평일 야근 주말 특근까지 하며 ‘달려라 달려’ 했거든요.

걱정도 많았습니다.
사진이 잘 나올지,
표지의 이 오묘한 색이 잘 구현될지,
혹시라도 내가 보지 못한 오탈자가 있는 건 아닌지…. 오죽하면 자다가 벌떡 일어났겠습니까!

막상 책이 나오고 보니 오자도 아직까지는(!) 없고,
사진도 표지도 걱정했던 것보다 잘 나와서 안심했습니다.
주변에서도 깔끔하고 예쁘다고 말씀해 주시고.
무엇보다 판매가 잘되니 한시름 놓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을 만들고 나니
“너, 노빠구나.” 하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용어 써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노여워하지 말아주세요. 날 것 그대로 전했으니까요)

굳이 그 말에 답하자면 저는 중립적인 편입니다.
노 대통령의 어떤 정책은 높이 평가하지만 결코 찬성할 수 없었던 정책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찬성과 반대, 호불호를 떠나서,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분에게 부채감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표지 디자인을 한 오필민 디자이너의 말처럼 ‘짠’해지는 거죠. 슬픔과 동시에, 지켜 주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그 원인이 아닐까요.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봉하일기]는 다릅니다.
이 책은 애통함이 아니라 희망을, 따뜻함을 이야기하거든요.
자연인 노무현이 이루고자 했던 일들, 그 일을 이루어 가는 사람들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고를 만지고 책을 만들며 참 좋았습니다.

 


그분의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떠드는 아이들에게 “이놈들아, 할아버지 말 좀 하자.”고 혼(?)내는 모습,
비서들은 오리쌀 팔라고 하는데, 정작 당신은 사 가지 말라고 말하면서
“여러분은 마, 알아서 하십시오.” 하고 웃는 모습,
봉하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한 번 오면 됐지 뭘 두 번씩이나” 농담하던 모습,
“오리 야근했는가?”
“아입니더. 잔업했심더.”
오리 농법과 관련해서 마치 개그처럼 만담처럼 동네 후배와 주고받는 이야기,
머리에 안전모를 쓰고 너무나 귀엽게(!) 웃으며 자전거를 타는 모습….

디자이너 표류나와 함께 눈이 새빨개질 때까지 사진을 찾으면서도 그런 모습에 즐거웠습니다.
책을 보는 독자님들도 그분의 밝은 모습을 보면 힘이 나시지 않을까요.

아는 분이 그러더군요.
네가 이렇게 책을 열심히 만들었고 잘 나왔으니
그분에 대한 부채감을 조금이나마 던 것이 아니냐고요.
아, 그렇군요. 그렇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마음이 조금 가볍습니다.
그걸로 이 책을 만든 보람은 충분하다 싶네요.

앞으로 그분을 이야기할 땐 슬며시 미소도 지어 보렵니다.
개구쟁이 같은 그분의 웃음을 떠올리면서요.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 1월 13일 부키 기획편집부 오렌지마멀레이드 씀

 
웹의 한 마디.
[편집자 노트]를 소개할 땐 앞에 편집자 소개도 겸해서 블로그 편집자 주를 글 앞에 붙이곤 합니다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바로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오렌지마멀레이드는 이 책을 만들면서 슬프지 않은 원고라서 일하기 좋다고도 했습니다.
오렌지마멀레이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다른 책을 '울컥'해서 읽지 못하고 있다고 했거든요.
저도 그 점이 좋았습니다.
슬픔도 힘이 됩니다만, 내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짧아서 아쉽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정겨운, 시민 노무현과 이웃들의 이야기, 
[봉하일기]를 통해 여러분도 함께 미소를 지어보시길.
 

 


봉하일기

저자
노무현, 김경수 (엮음)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01-1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전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귀향한 이후 비서진이 그의 일상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