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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 통계확률 너희를 오해해서 미안해! - [Reset! 리셋 수학] 시리즈 편집자 노트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2. 26. 10:54[개념부터 다시 시작하는 Reset! 리셋 수학] 시리즈 편집자는 도서출판 부키의 최고 차도남 부기입니다. 공부는 꽤 잘했지만 수학은 절대 좋아할 수 없었다던, 전형적인 인문계 학생이었답니다. 부기는 [Reset! 리셋 수학] 시리즈를 편집하면서 그동안 수학에 대해 특히 골치가 아팠던 미적분, 통계확률의 개념을 정말로 이해했다고 하는군요. 지금 지수로그, 허수와복소수(리셋 수학 시리즈 나머지 권입니다)를 편집하며, 이들에 대한 오해도 풀고 있다고 합니다. 부기의 편집자 노트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편집자 노트 : [Reset! 리셋 수학] 시리즈 수학아, 너를 오해해서 미안해!
학창 시절의 ‘안 좋은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고, 말할 거리가 수둑룩하겠지만, 공부로만 한정하자면 ‘수학에 유감이 많다’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이런 걸 배워 뭐에 쓰지?’
‘이런 게 사회생활 하는 데 필요한가?’
수학 성적이 나쁜 데서 나오는 자기 합리화이든, 아니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든, 이런 회의를 느낀 이들이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다.
미적분이나 로그, 극한…
지금은 미적분은 괴로웠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고, 로그는 log라는 표기만 기억에 남는다. 똑같은 세월이 흘렀어도 다른 과목들은 주요 용어를 들으면 얼추 내용이 떠오르곤 하는데 수학만은 예외인 것 같다. 너무 고차원적인 문제를 푸느라 머리를 싸맸던 탓일까? 기본 개념조차도 기억나지 않다니!
『개념부터 다시 시작하는 Reset! 수학』은 참으로 특별한 수학책이다.
수학의 주요 용어를 ‘응용문제’가 아닌 ‘개념’을 중점적으로 파고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개념과 원리를 다룬다고 강조하는 기존의 수학책이 사실은 개념 및 원리를 ‘조금 더’ 짚어 주는 수준의 또 하나의 참고서, 또 하나의 문제집인 데 반해 이 책은 정말로 개념에 ‘올인’하고 있어서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수능 시험에 나오는 문제에 비하면 턱도 없이 쉬운 난이도라 이 책을 읽은 뒤에도 심화된 수준의 학습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독자와의 접점을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이 책이 필요한 건 혹시 당신?
그러나 이 책이 필요한, 아니 이 책으로 톡톡히 효과를 볼 학생들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일단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예비 고등학생들과 ‘수학 I’ ‘수학 II’ ‘미적분과 통계 기본’ ‘적분과 통계’ 등의 과목을 목전에 둔 고1 학생들이라면, 심화 수학 단원으로 가는 ‘징검다리’나 ‘워밍업’ 과정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이 책은 성인들이 교양서적으로 읽어도 괜찮을 책이다. 특히 나처럼 수리적 사고보다는 인문학적 감성이 뛰어나 미적분의 진면목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미적분에 대한 인식을 리셋(reset)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더 나아가 일종의 정복감까지 느끼게 해 준다.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한 친절한 장치들
이 책은 정말로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과 장치를 동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적분’ 편에서는 ‘적분은 디지털 세상에 걸맞은 개념이다.’라는 내용으로 영화와 TV, 음악 CD 등이 적분과 같은 원리로 영상을 보여 주거나 음악을 들려줌을 설명한다.
미분에 대한 설명은 더 기가 막히다. 지구는 둥글지만 우리는 평평한 땅 위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느낌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평평하다. 넓이가 있는 면으로서 평평하다는 게 아니라 ‘점’으로서 평평하다는 뜻이다. 이는 곡선 위 한 점에서의 접선을 생각하는 미분과 마찬가지다. 지구는 곡선처럼 둥글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그 곡선 위의 한 점인 셈이고 그 점에서의 접선 또는 접면을 우리는 평평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곳은 ‘미분된 평평한 세계’다. 지구 표면을 따라 나아가면 지구 전체 형태를 알 수 있는데 이는 곧 지구 표면을 따라 ‘적분’하는 것에 해당한다. 우리가 사는 평평한 땅들을 적분하면 둥근 지구가 되고 이 둥근 지구를 미분하면 우리 각자가 발을 딛고 있는 평평한 땅이 나오는 것이다.(미분과 적분은 ‘역연산 관계’이므로.)
이러한 설명은 단순히 사례를 제시하고 비유를 드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미분과 적분의 본질을 다시 일깨워 준다. 원고를 읽으면 읽을수록, 편집을 하면 할수록 미적분이 새롭게 다가왔다. 어렵고 부담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을 들춰내기보다 ‘미적분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이 회동그래졌다.(미분아, 적분아, 너희를 오해해서 미안해~
세상은 미적분투성이었어!
세상은 직사각형이나 삼각형보다는 주로 비정형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직선처럼 하나의 값이나 좌표로 계속 유지되기보다는 수시로 변화하는 들쭉날쭉한 곡선이 대부분이다. 미적분이 없었다면 이러한 값들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었을까? 건축물의 하중을 계산하고 교량을 설계하고 비행기의 궤도를 계산하고, 하다못해 3D 게임 속 캐릭터의 움직임 속에도 미적분이 들어 있다. “세상은 울퉁불퉁하기 일쑤다”라는 4장의 제목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래, 알고 봤더니 세상은 온통 미적분투성이였어!’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개념에 유념하며 바라본 미적분은 내가 그 존재를 알고 지낸 지 ‘어언’ 20년 만에 처음으로 신비로운 존재가 되어 다가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생각의 가지가 마구 뻗쳐 나간다. 우리 일상을 미분과 관련지어 생각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생각들 말이다.
미분은 ‘얼마 동안’ ‘얼마만큼 변화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므로 ‘변화한 양/변화의 간격’으로 표현되는 곡선을 먼저 상정해야 한다. 따라서 간격을 엑스축, 양을 와이축으로 놓으면 곡선이 그려질 것이고, 곡선 위 한 점에서의 접선을 찾아 그 기울기를 보면 증가 상태인지 감소 상태인지 제자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요 몇 해 사이 나의 금전 형편이나 씀씀이를 이런 식으로 나타내면 개인적인 경제 상황을 평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날이 한겨울로 치닫고 있는 요즘 날씨에 도시가스 값을 이렇게 그려 본다면 당분간 상승 곡선일 테다. 도시가스 값은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으니 똑같은 수준으로 난방을 하더라도 가스 값은 많이 나올 테니까. 또 내 수면 시간을 하루 간격으로 그려 보면 주중에는 직선을 그리다 주말에는 상승하는 형세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곡선일 것이다.(이를 인생 전체에 걸쳐 표현한다면 하강 곡선이지 않을까? 나이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들 하니...)
그래! 미적분이 이런 거였구나!
미적분은 이미 우리 삶의 일부이고 우리의 미래도 바꿀 중요한 개념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왜 처음 배울 때는 몰랐을까? 이 책과 같은 ‘개념’ 수학책이 있었다면 수학 시간의 고통도, 수학 교육에 대한 회의도 그나마 좀 덜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나야말로 ‘개념 정도는 단원 소개 수준으로 훑듯이 지나가고 공식과 응용문제 풀이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피해자가 아닌가! 참으로 억울하다!(뭐, 어디까지나 ‘편집자 노트’이니까.
)
필요한 사람에게 꼭 닿기를 바라며!
물론 사람마다 수리적 사고 능력이 다를 테고, 나는 분명히 뛰어난 쪽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수학이 싫어 인문계열을 택한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식이 큰 효용이 있을 것이다.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 채워 주지 못하는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울 수는 있기 때문이다.
흔히 책의 출간을 결정할 때는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가’와 ‘의미가 있는 책인가’의 두 가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들 한다. 둘 모두를 충족시키는 책이라면 금상첨화일 테지만, 둘 중 한 가지 조건에만 해당해도 출간되는 경우가 꽤 된다. 『개념부터 다시 시작하는 Reset! 수학』 시리즈는 후자의 조건만으로 출간이 결정된 사례다. 그래서 책을 내보내는 이 시점에 이 책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에게는 꼭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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