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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참 계산 착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사장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 말의 속뜻은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일까요? <사장의 본심>이라는 책도 나왔는데요,

승진, 해고, 보너스의 은밀한 함수 관계를 결정짓는다기에 한 번 사 보았습니다.(그것도 간 크게 회삿돈으로!)

 

그 책을 구매했다는 얘기가 들리자 부키 사람들 일부는 

"나는 읽기는 귀찮으니 읽은 사람이 대표로 요약 정리 좀 해 줘."

또 한두 사람은 순서를 기다려서 읽기까지 했어요.(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마케팅팀이라는 공통점이 있군요)

 

거기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가끔은 아주 가끔은 사장도 직원에게 뭘 얻어 먹고 싶다. 사장은 매번 돈을 내는 사람이지 누구에게 얻어먹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작은 친절이 고맙다. 설사 직원이 산다고 해도 아이쿠 되었네, 이러면서 돈 내겠지만 정말 마음은 고마울거다.

 

그러고보니, 그렇더라고요.

사장도 사람인데 사주는 사람은 없고 사달라는 사람만 있으면 그렇잖아요.

 

그래서 사장께 맥주 한 잔을 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맛있지만 비싼 일식 꼬치집에 갔습니다.

술값과 안주값이 5만원이 나왔습니다.

앗, 생각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아이참 계산 착오!

 

과감하게 카드로 그었습니다. 다음달 일은 다음달에 걱정하는 사람이니까요.

그게 수요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야근을 한 몇몇 직원들이 회사 앞 편의점에서 간단히 맥주 한두 캔 먹고 있는데

사장께서 오셨습니다.

아니 꼭 안 오셔도 되는데 오셨습니다.

맥주 한두 캔으로 끝날 술자리가 길어졌습니다.

근처 빈대떡 집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그 자리에 <사장의 본심> 이야기가 또 나오자

 "혹시 내 진심도 그런 줄 알고 엉뚱하게 일하거나 생각하면 안 되니까 내가 직접 읽고 정오표를 만들어야겠군." 

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사장의 본심>에 가끔 사장에게 사소한 걸 사주라는 말이 있어서 술을 사드렸다고,

기분 괜찮으셨죠?라고 물었습니다.

 

사장께선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아니, 전혀. 돈을 벌어도 내가 더 벌고 형편도 내가 더 나은데.. 참.. 얻어먹자니 삥 뜯는 것 같아서...

그리고.. 쟤가 무슨 어려운 일이 있기에 나한테 술을 사주지 싶어서 심란하더라."

 

앗, 이건 또 무슨 계산 착오입니까?

 

그래서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5만원 주세요. 술값 5만원이었어요. 사장께서 기쁘지도 않으시고, 제 피같은 돈이 나갔으니

사장께서 5만원을 주시면 서로가 행복합니다."

 

사장은 들은 척도 안 하셨습니다.

 

오늘, 사장께서 사무실로 내려오셨기에 다시 한 번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 5만원 주세요."

 

사장께선 말씀하셨습니다.

"이미 끝난 사안이야. 낙장불입."

 

아, 저렇게 단호해야 사장이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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