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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노트]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의 편집자는 정 모 씨입니다. 부키 편집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어느 책이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이 책을 만들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공도 많이 들였답니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편집자 정 모 씨는 미어캣을 닮았어요. 눈이 동그랗고 얼굴도 동그란 것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미어캣과 상당히 비슷한 거예요.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2탄이 나온다면, 미어캣도 다루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이 글은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편집자 미어캣 정 모씨의 편집자 노트입니다. 책의 뒷 이야기, 혹은 책의 앞 이야기 즐겁게 읽어주세요.       

 

 

책 제목을 정하고서 과학책 번역가에게 물었다.

“선생님, 낙타는 원래 사막에서 안 살았대요. 아세요?”

“그래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오호. 선생님도 모르시면 아는 사람 많지 않다는 이야기?

 

책이 나왔다. 인쇄소에서 책을 가져다준 용달 아저씨가 물었다.

“낙타는 원래 사막에 살지 않아요?”

용달 아저씨들, 대개 묵묵히 책만 나르고 가신다. 낙타처럼.

 

그렇다. 낙타는 우리에게 당연히 사막에서 사는 동물인 거다.

그런데 낙타가 왜 사막으로 갔냐고 묻다니.

달마가 동쪽으로 간 것만큼이나 선문답 같은 제목이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들을 한번 보자.

치타, 코끼리, 박쥐, 기러기, 고래, 원숭이, 캥거루, 낙타.

너무 친숙한 동물들이라서 하품이 날 지경이다.

 

하지만 과연?

딱 두 가지만 묻겠다.

 

치타의 얼굴에는 까만 줄이 있다. 표범에게는 이 줄이 없다. 왜일까?

 

낙타는 울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사나이라서일까? (그럼 암컷은?)

정답을 알 듯하다고 반색하지 마시기 바란다. 제일 쉬운 문제였다. ㅜ.ㅜ

 

여기까지 읽고서 ‘아, 그냥 동물 이야기로군’ 할 분 많겠다.

 

비슷하긴 해도 정답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는 키워드는 ‘생태’와 ‘진화’이기 때문이다.

생태라는 낱말, 참 어렵게 들린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너무 쉬워서 깜짝 놀랄 것이다.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

그렇다. 우린 이 쉬운 걸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거다.

진화는 어떨까. 흰 수염의 근엄한 다윈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갈라파고스 섬의 거북이가 머릿속을 기어간다. 공부를 너무 많이 하셨다.

멀리서 찾지 말자. 이 책의 주인공들, 다 진화의 결정판이다.

아니, 지구의 모든 생물이 진화의 결정판이라는 당연한 사실, 우린 까맣게 잊고 산다.

 

자, 결론으로 가자. 동물, 생태, 진화 이 세 가지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먼저는 놀랍다. 친구의 진심을 들을 때 우리는 ‘아, 얘 이런 마음이었구나’ 한다.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으면 동물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음으로는 슬프다. 수천만 년 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거듭, 오늘에 이른 동물들. 이들이 지구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동물 8종만 보더라도 이중 절반이 인간 탓에 멸종 위기에 있다.

 

지은이는 말한다. “생태계는 다양한 생존 노력이 모여 공존의 기쁨을 알려 주는 곳”이라고. 인간의 생존 노력, 아니 욕망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우리가 잘 안다.

 

앞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야기를 마치자.

치타는 고양잇과 동물이지만 주행성이다. 낮에 돌아다닌다는 말이다.

그래서 햇빛이 눈에 부셔서 까만 줄이 생겼다. 프로야구 선수처럼.

 

낙타는 눈물을 흘려도 코와 연결된 관을 통해 도로 몸으로 들어가 수분 낭비를 막는다. 여자 친구에게 값비싼 선물을 하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낙타라고 의심해봐야 한다.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저자
최형선 지음
출판사
부키 | 2011-03-25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지구 생태계 대표 동물들의 아름다운 진화 이야기 치타 얼굴에는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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