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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배가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염형국 변호사는 공감의 1호 변호사입니다. 처음부터 누가 그의 자리를 마련해두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가 공익단체에서 일하는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후 직접 시민단체에 전화를 걸어 채용의사를 묻고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2004년 아름다운재단 개조한 사무실 공간에 책상 네 개로 '공감'이 시작된 것이지요. 다른 세 명의 변호사와 함께. 염형국 변호사가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기까지의 이야기, 잠깐 들려드립니다. 법조인을 꿈꾸는 분은 물론이고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공감 1호 변호사라는 별칭이 항상 따라다니는 염형국 변호사.
연수원 2년차가 되었을 때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내 적성에 맞을까? 판사, 검사, 변호사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특히 그중 어떤 일을 해야 ‘의미 있는 일’이 될까 스스로에게 거듭 물었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나는 선택의 기준부터 세우기로 했다.
첫째, 나 자신이 즐겁고 행복할 것.
둘째, 사회에 기여하는 보람된 일일 것.
셋째, 먹고 살 만큼은 벌 것.
기준이 생기고 나니 눈앞의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듯했다. 그때 박원순 변호사의 강연이 떠올랐다. 공익변호사. 이 길이야말로 위의 조건을 다 충족시켜 주지 않나?! 지난한 고민 끝에 시민단체에서 상근하는 변호사가 되자고 결론을 내렸다.
공감에서 일한 지 10년째, … 개별 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하는 일도 보람이었고, 법을 바꾸거나 새로 마련하며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공감에서 이렇게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사람’이라고 답하겠다. (…) 인권, 정의, 공익, 복지와 같은 대의를 좇아 공감이라는 곳에 흘러들었지만, 나를 이곳에 머물게 한 것은 그런 거창한 대의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거창한 대의조차 그 출발과 종착점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함께한다’는 것 이상으로 나를 지탱해 주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
우리 집의 가훈은 “위하여 살라”이다. 아버지는 나와 동생이 어렸을 때부터 늘 “우리 가족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길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사정이 어려운 친척 조카들을 우리 집에 거두어 키우고, 마을을 돕는 여러 일에 적극 나서는 등 당신의 지론을 몸소 실천에 옮기셨다. 그러한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우리 모두는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나만 잘 먹고 잘산다고 해서 그것이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몸에 밴 것 같다.
처음에는 반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가족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부나 특권을 누리게 해 주지는 못하지만, 가족들에게도 내가 하는 일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아이가 셋이나 있지만, 생계를 위협받은 적은 없다. 한 달에 200만 원을 못 버는 개업 변호사가 생겨나는 시대에 공익변호사는 오히려 전문 영역으로서 더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자기만족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어떤 법조인보다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지금도 공감과 인연을 맺은 후배들이 조언을 구해 오면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말해 준다. 부모님이 원하고, 아내가 원하고, 가족들이 원하는 길은 실은 자기가 원하는 길이 아닐 수 있다. 가족들은 행복한데 본인은 불행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 해도 정작 자신은 공허할 수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진로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은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 대기업, 언론사 등 사회에서 알아주는 곳, 돈 많이 벌 수 있는 곳, 모든 이들이 가려는 길로 꾸역꾸역 가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중 염형국 변호사의 글 발췌 재구성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 저자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출판사
- 부키 | 2013-12-13 출간
- 카테고리
- 정치/사회
- 책소개
- "법으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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