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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오늘에야 처음으로 그대의 주머니 속에 들기를 청하는 것이옵니다.

제가 이전부터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다면 진작 송곳 끝이 밖으로 삐져나왔지요.

송곳 끝만 보였을까요. 송곳이 통째로 삐져나왔을 텐데요

臣乃今日請處囊中爾 使遂蚤得處囊中 乃穎脫而出 非特其末見而已

신내금일청처낭중이 사수조득처낭중 내영탈이출 비특기말견이이

통감절요

이에 내 | 날 일 | 청할 청 | 곳 처 | 주머니 낭 | 너 이 | 使 하여금/부릴 사 | 드디어 수 | 벼룩/일찍 조 | 이삭/끝 영 | 벗을 탈 | 날 출 | 아닐 비 | 특별할 특 | 끝 말 | 볼 견/뵐 현 | 이미 이

이이而已: ~일 뿐이다, ~일 따름이다

 

주머니 속의 송곳 - 낭중지추囊中之錐

일자리를 구하던 모수라는 이가 조나라 세력가 평원군에게 했던 말이다. 평원군은 사람을 뽑고 있었다. 초나라와 위나라에 외교 사절로 함께 데리고 갈 사람이었다. 모수는 그 지원자 중에 하나였다. 평원군의 임무는 초나라와 위나라에서 지원군을 끌어오는 것이었다. 아무나 데려갈 수 없었다.

모수는 듣도 보도 못한 잡놈 선비였다. 평원군이 인재를 모으기 위해 꾸려 놓은 학사에서 3년을 머물렀는데도 아무도 그를 추천하지 않았다. 이는 평원군이 보기에 커다란 결격 사유였다. 그래서 완곡하게 불합격 의사를 밝히려고 꺼낸 비유가 주머니 속 송곳이었다.

뛰어난 선비란 주머니 속 송곳 같아요. 세상에 나오면 그 끝이 드러나지요. 그대가 내 밑에 든 지 3년이라 하는데 내가 이름을 들은 적이 없어요. 이는 선생에게 어떤 능력도 없단 소리예요.”

이 말에 대한 대답이 앞에서 모수가 했던 말이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물러나지도 않았다. 대신 써 주지 않아서 능력 발휘를 못 했다는 주장을 주머니 속 송곳의 비유를 활용해 순발력 있게 되돌려 주었다. 요즈음 회장이나 사장들도 아마 모수처럼 재치 있고 패기 넘치는 입사 지원자를 내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평원군은 결심을 바꿔 모수를 뽑았다.

정춘수, 논어를 읽기 전

 


논어를 읽기 전

저자
정춘수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07-1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지금으로부터 짧게는 불과 100여 년 전, 길게는 5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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