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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노트 『회계사가 말하는 회계사』
전문가의 길? 산 넘어 산 직장인의 길? 끝없는 자갈밭
고등학교 3년을 거짓말 조금 보태 빡세게 공부하여 대학에 갔다. 대학에 가면 그간의 모든 힘든 기억은 저 멀리 날아가고 말 그대로 “불행 끝 행복 시작”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가니 취업을 준비해야 했고, 취업을 하니 공부와는 다르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하는(공부와 달리 회사 일은 그 피해 여파가 나에 그치지 않는다) 업무란 것을 하게 됐다. 직장인의 길은……… 어찌된 셈인지 익숙해질수록 어렵고 날이 갈수록 더 험하다.
직장인의 야근, 에 관한 단상
이 책에는 김도연 신입 회계사가 ‘조회서의 역습’ 여파로 두어 달 생고생을 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이 한번 밀려 버리면 걷잡을 수 없이 시간에 쫓기게 된다. (…)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체력적으로 한계에 이르게 된다. (…) 1월에 막 울고 싶었다면 2월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진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던 2월의 어느 날, 집에서 구두를 짝짝이로 신고 나온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헬∼
이 책을 편집하는 동안 나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너무너무 끝내고 싶지만 끝낼 수 없는 어떤 원고의 역습이랄까. ( 나는 10년도 ‘훨’ 더 된 편집자다. 게다가, 과학도 쫌 했다. 헬~
)
직장인의 성공, 에 관한 망상
박서욱 이사는 대형 회계법인 근무를 거쳐 로컬 회계법인을 개업하기까지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밤을 새워 가며 일하는 것은 1, 2년차 사회 초년생일 때나 가능하지, 그 시절을 지나온 회계사들은 반복되는 야근과 업무 부담에 한 번쯤은 이직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 가족, 친지, 친구들을 멀어지게 하고 급기야는 이성 친구와도 결별하게 만들어 결국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 연차가 올라갈수록 인간관계가 단절돼 더욱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국 유능한 회계사가 되고 만다는, 어찌 보면 슬픈 성장 스토리이다.
회계사들은 기본적으로 성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사법고시, 행정고시 못지않다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겠는가.
공인회계사가 되고 나면 시간적, 물질적 여유도 생기고 나름 전문가다 으스대며 지낼 줄 알았더니만, 재고실사다, 감사 시즌이다, 분반기 검토다, 컨설팅이다, …, 으스댈 시간 따위란 없다. 바쁘다. 바빠도 너무 바빠~(개콘 정 여사 톤).
그런 그들은 보며 나는 자위한다. 뭐, 그래도 회계사는 연봉도 ‘훨’ 세고…, 성공이니 성장에 대한 꿈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성공은 절로 얻어지지 않으며, 성공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자본주의 속도 시속 300마일, 사람의 속도 시속 3마일
『회계사가 말하는 회계사』를 읽다 보면, 급변하는 세상을 느낄 수 있다.
대만에 현지 법인을 둔 모 국내 기업에 대해 외부 감사가 이루어질 때면 딜로이트 한국, 대만, 인도 법인이 모두 관여될 정도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이뤄진다. 이 업체는 매 분기에 딜로이트 한국 법인뿐 아니라 대만 법인으로부터 감사 협조 공문을 받으며 감사를 시작한다. (…) 검토 결과에 대해서는 인도 법인의 회계사들과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거쳐 종료되고, 모든 리뷰가 완료된 이후 딜로이트 한국 법인의 이름으로 발행한 감사보고서가 딜로이트 대만 법인에 전달되면서 감사 업무는 종료된다.
딜로이트안진에 근무하는 강경모 회계사의 말이다. 헉, 업무 진행이 글로벌하다. 아마도 세상은 점점 더 ‘글로벌’해지겠지. 그러면…… 사람들은 대체 몇 개 국어를 하게 될까? 세상의 모든 언어를 통역해 줄 기계가 곧 등장하게 되는 걸까? 흠 흠 흠!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말한 것처럼,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들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회계법인은 시속 100마일 이상으로, 나름 전문가이네 하는 사람들은 또 그 이상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나, 에 관한 상상
세상이 급변한다고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세상의 속도에 따른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성장하는 것도 아니라고 믿으므로. 사람은 누구나 ‘선택’을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느리지만 자신이 진심으로 만족하는 속도로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기도 한다.
우리를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해결사’로 여길 때가 많다. 노무사가 담당해야 할 일도, 변호사에게 문의할 내용도, 구청이나 시청에 문의해야 할 일도 일단은 무조건 우리에게 전화를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내게 묻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수수료도 코딱지만큼 주면서….’라는 생각에 짜증스러울 때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래도 그들에게는 우리가 뭔가를 의논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상대인 걸까.’ 싶어서 우리를 좋게 봐주는 그들이 고맙다. 그래서 대부분은 나의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꼼꼼히 잘 알아보고 설명해 준다.
작지만 오붓한, 복닥복닥 사람 냄새 나는 세무회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신원철 대표의 말이다. 그는 큰 회사보다는 작은 회사를 선택했고 보통 직장인들의 월급과 비슷한 돈을 벌지만 지금도 자신과 주변을 행복한 것이 더 큰 의미라고 말한다.(함께 근무하는 부하직원이 불편하지 않도록 출근 시간 지나 출근, 퇴근 시간 전에 퇴근하는 센스도!)
여기까지가 회계사가 말하는 회계사를 편집하는 동안 든 ‘생각’.
흠, 흠, 흠, 최소한의 지식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도출하고자 종종 몸이 힘든 편집자인지라… 이후의 판단과 더 깊은 다양한 생각은 이 글을 읽는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 맡기겠사와요. ‘회계사’의 일과 생활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정말로 도움이 될 거라는 ‘당연’한 소리는 생략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근래 생각을 ‘쫌’ 하게 된 부키 기획편집부 클로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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