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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치열한 고민

 『채식의 배신』 저자 리어 키스는 거의 20년간 비건으로 살아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비건은 유제품, 달걀류 등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은 전혀 먹지 않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사람이지요. 리어 키스가 ‘비건’을 선택한 이유는 이랬습니다.(아마 정도는 다를지언정 자발적 채식을 실천하는 많은 분들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정의감, 연민, 그리고 이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절박한 갈망에서였다. 세월의 풍파를 이겨 내고 마지막으로 남은 나무, 큰소리 한 번 내 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가는 생물들을 품고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 나가는 미개척지 한 조각이라도 지켜 내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힘없는 자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보호하고 굶는 이들을 먹여 살리고 싶었다. 아니, 적어도 끔찍한 공장형 축산에 가담하지는 않겠다는 결의가 있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후, 그는 ‘비건’을 버리고 ‘잡식’을 선택했습니다. 그의 ‘결의’는 퇴색된 것일까요?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나는 내 생명, 즉 내 몸이 이 땅을 먹어 치워 망하게 하는 주체가 아니라, 이 땅을 길러 내는 곳이 되기를 원한다. 가학이 발붙일 수 없는 곳, 폭력이 멈추는 곳 말이다. 그리고 생명을 길러 내는 과정의 첫걸음인 먹는 행위가, 살상이 아니라 보존의 행위가 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왜 그는 ‘비건’ 생활을 청산한 것도 모자라

 『채식의 배신』(원제 The Vegetarian Myth)이라는 매우 논쟁적인 책을 썼을까요?

『채식의 배신』 저자 서문 일부를 발췌하는 것으로 그 이유를 대신합니다.

저자의 진심이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는 완벽한 대차대조표를 원한다. 우리 앞에 놓인 접시 위에 죽은 채 올라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음식이 우리 식탁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죽어야 했던 모든 것을 대차대조표에 넣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과감한 질문이고, 제대로 된 진실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이다. 댐으로 막혀 말라붙은 강줄기가 몇이고, 굴착기로 갈아엎은 초원의 넓이가 얼마이고, 나무를 베어 낸 숲이 몇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표토가 먼지로 변해 유령처럼 날려 갔는지 모두 알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라진 생물 종도 알아야 한다. 생물 개개의 개체 수가 아니라 전체 종 말이다. 치누크연어, 들소, 메뚜기참새, 늑대 등등. 내 식탁에 음식이 올라오는 과정에서 죽어 간 생물의 숫자를 알아내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그 생물 종들을 다시 지구상으로 돌려놓기를 원한다.

고기 대신 콩을 먹는다 해서 이 생물들이나 파괴된 생태계가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아메리카 대륙 목초 지대의 98퍼센트는 일년생 곡물을 단일 경작하는 농업 지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파괴되었다. 캐나다 부식토의 99퍼센트는 흙을 갈아엎는 경운 농법에 의해 파괴되었다. 사실 표토의 소실은 지구 온난화에 필적할 만한 위협이다. 육우를 기르느라 우림 지역이 파괴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에 분노한 진보주의자들로 하여금 그 지역에서 나온 고기를 보이콧하게 만든다. 그러나 밀을 재배하느라 초원 지대를 파괴하는 것에는 마음속 어딘가가 불편해도 애써 무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결국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지나치고 만다.

샐러드 한 접시, 과일 한 쪽, 고기 한 점에 얼마나 많은 죽음이 깃들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우리는 한숨을 쉬면서 스러져 간 숲의 마지막 그늘에 만들어진 도시에 살고 있다. 황폐한 강, 파괴된 목초지와 습지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다. 때문에 우리 밥상을 위해 죽어 간 수백만 종의 생물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풀과 초식 동물은 포식자와 먹이만큼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이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며, 지배와 복종의 관계는 더욱 아니다. 무언가를 먹는다 해서 그것을 착취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먹고 먹히는 순서를 번갈아 가며 교대하는 것일 뿐이다.

 


채식의 배신

저자
리어 키스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02-2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채식주의의 무지와 근거 없는 신화를 과감히 드러낸다이 책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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