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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최근 미디어에선 곧 취임할 새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하는 인수위 인선 및 활동을 자주 조명하고 있습니다.

『노자』 제3장은 천지자연의 법칙을 인간 세상의 치도에까지 끌어와 응용한 것이니, 제3장을 음미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남회근 선생의 『노자타설』을 통해 함께 읽어 보시죠. <편집자 주>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다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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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尙賢, 使民不爭;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불상현 사민불쟁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불견가욕 사민심불란

 

是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常使民無知, 無欲.

시이성인지치 허기심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 상사민무지 무욕

使夫智者不敢爲也, 爲無爲, 則無不治.

사부지자불감위야 위무위 즉무불치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하고,

얻기 어려운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하지 않게 하고,

욕심낼 만한 것을 보이지 않으면 백성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성인의 다스림은 그 마음은 비우되 그 배를 채우며 그 뜻은 약하게 하되 그 뼈는 강하게 하였다.

항상 백성들로 하여금 지식이 없고 욕심이 없게 하였다.

무릇 지혜로운 자로 하여금 감히 행하지 못하게 하고,

인위적인 행함이 없는 행함을 행하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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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은 그 글이 분명하고 알기 쉬워서 이해하기 쉽고 해석하기도 편합니다.

그렇지만 그 안의 세 가지 요점에는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데, 바로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하고, 얻기 어려운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하지 않게 하고, 욕심낼 만한 것을 보이지 않으면 백성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不尙賢, 使民不爭;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 使民心不亂]”는 것입니다.

(중략)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는다”고 할 때 현능의 표준에 대해 정의 내리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도덕을 표준으로 삼을 것인가 인의를 표준으로 삼을 것인가? 혹은 재능을 표준으로 삼을 것인가? 어떻게 하든지 결과적으로는 나쁜 사람에 의해 이용당하게 될 뿐 훌륭한 표준을 세우면 금방 나쁜 가짜가 출현하고 맙니다. 그래서 옛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말 한 마디가 영원히 나귀를 매어 두는 말뚝이 된다.” 한 마디 말이나 하나의 도리만을 중시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한곳에 단단한 말뚝을 박아 놓고 귀한 보배조차 거기에 묶어 두는 용도로 삼는 것과 같습니다. 쓰다 보면 습관이 되어 나귀는 말할 것도 없고 훌륭한 사냥개까지도 거기에 묶어 두게 됩니다. 이는 사필귀정이요 당연한 이치입니다.

(중략) 

노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지도층이 정치에 대해서건 교육 혹은 다른 어떠한 일에 대해서건 하나의 표준이나 하나의 전형만을 특별히 표방하지 않으면, 재능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런 추세에 따라 발전할 것이고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편안한 일생을 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이러하게 행동해야만 훌륭한 사람이라고 표방하게 되면, 모두가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여 끝내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훌륭한 사람’의 모식(模式(모식)을 다투어 취합니다. 만약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훌륭한 사람의 모식을 다투어 취한다면 그 ‘다툼’의 과정에서 오히려 인사 문제에 혼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니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으면 사람들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한다”는 노자의 주장은 결코 부정적인 풍자가 아닙니다.

 

- 남회근 저작선, 『노자타설』(상,하) 중 발췌

  

노자타설 상
남회근 | 도서출판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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