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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면 보통은 편집자 노트나 디자이너 노트를 공개하곤 합니다만, 이번엔 편집자(고독이) 디자이너(표류나) 마케터(웹)가 돌아가며 노트를 썼어요. 고양이에게 관심 없었던 1인, 고양이를 좋아하나 다가가지는 못하는 1인, 고양이를 글로 배운 1인의 조합이 참 우스웠거든요. 그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당신과 고양이의 거리는 얼마인가요? 어쩌면 아주 가까이 다가갈 티켓이 될지도 몰라요. 『고양이 집사 자격 시험』이 말이죠. - 웹 드림

고양이에게 다가가는 거리 KM : 『고양이 집사 자격 시험』 관련자 노트

관심 없었는데 어케 된 고양?_ 고독이의 어쩌다

 

 

우리 집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사내 둘을 키우는 것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사람이 아닌 동물에 정을 주는 것이 버겁다. 마음이 굳어서인 것 같다.

그런데 동료 후배 편집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양이와 동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고양이 책도 많이 나왔다. 반려동물 관련서 뿐만 아니라 에세이 코너에서도 고양이를 다룬 책들이 한자리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던 중에 외국 책의 저작권을 국내 출판사에 소개하는 에이전시를 방문했는데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그곳 대표님이 고양이 책을 여러 권 소개해주셨다. ‘고양이 별로 관심 없는데….’ 그러면서도 몇 권 가져와서 구경을 했다.

개중에 눈길을 끈 책이 ‘당신은 당신 고양이의 말을 잘 해석하시나요?’라는 제목의 프랑스 책. 그림과 사진을 보면서 고양이가 왜 그런 모습과 행동을 보이는지 문제를 맞히는 것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행동을 보고 무슨 뜻에서 그러는지 알 수 있다니 호기심이 일었다. 동료 후배 편집자에게 책을 보여주었다. 반응은 “오. 재밌겠는걸!”

이렇게 편집자는 때로 자신이 독자는 아니어도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책을 기획하게 된다.

 

고양이란 동물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동물이었다.

책을 만들면서 예전 같으면 길에서 만나도 눈길조차 주지 않던 고양이를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다.

표류나는 고양이가 식빵 굽는 모습이 참 귀엽다고 했다.

“그게 뭔데요?” “우리 책에도 사진이 나와요. 몇 쪽에.” 프랑스 책이라서 설명까지는 못 읽었나보다.

“스핑크스 자세? 그거 아플 때 그런 거예요.” “아, 그래요? 그냥 여러 마리가 그러고 앉아 있으면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나는 고양이의 언어를 배워갔다. 이제 기본 회화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편집 이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알면 사랑한다.’

 

 

우리 사이 묘(猫)한 사이 _ 표류나의 고백

 

 

누군가는 사이, 같다고 했어. 십대와 이십대 사이 이제 곧 열아홉에서 스물을 맞은 수줍은 소녀처럼 어정쩡한 그리고 섬세한 딱 그만큼 날카로운 네가 나에게 왔지. 요 얼마간 한 2주쯤은 네가 그려진 옷들을 입고 다녔어 다들 좀 지겨워하는 것 같더라.

 

햇빛이 좋은 오후면 가늘게 뜨던 너의 두 눈 그맘때면 어느 그늘에 가만히 누워 오후를 즐기던 너의 무심한 옆모습 어디서부터인지 성큼 다가와 눈이 마주치면 짐짓 모른 체 주춤거리다 아무도 모르게 홀연히 사라지던 사뿐한 너의 뒷모습 어느 쓸쓸한 저녁 우울한 얼굴로 잔뜩 옹송그려 가만히 앉아있던 너의 둥근 어깨 3초 쯤 나를 깊게 쳐다보더니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던 너의 발걸음 내 발치에 누워 온몸을 뒹굴며 내 얼굴을 빤히 보던 너의 표정 날 지나쳐 슬며시 저 모퉁이를 돌아가던 너의 그림자

 

좋아해,

그래서 만지고 싶은.

몇 번쯤이나 내밀었던 손을 가만히 거두던. 어쩔 수 없어서 주먹을 쥐어보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덧)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 동물로 치면(이미 동물이잖아!) 고양이가 되고 싶었다. 가까워지면 어느새 눈이 가렵고 새빨개지면서 몸을 긁어댄다. 언제나 뻗은 팔 하나만큼의 거리에서 뚫을 듯이 바라만, 본다. 넌(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맘껏 만질 수 있는 나의 고양이.

 

고양이, 글로 배울 수 있습니다! _ 웹의 묘(猫)역사

 

 

 

 

 

 

고양이(책)을 좋아합니다.『묘한 고양이 쿠로』 『오늘의 네코무라 씨』 『나비의 일상』 등 만화에서부터  『듀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고양이가 왔다』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파리에 간 고양이』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이기적 고양이』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작업실의 고양이』 『명랑하라 고양이』 같은 에세이, 『고양이가 기가 막혀』 같은 가이드북도 읽었습니다.

 

고양이, 글로 배웠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무릎 위에 턱하니 올라와 식빵처럼 몸을 마는 고양이,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땐 말없이 꾹꾹이를 해주는 고양이,

개다래 열매를 먹고 행복해하는 고양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아하게 걸음을 옮기는 고양이,

날씨가 더울 때는 가장 서늘한 곳을 날씨가 추울 때는 가장 따뜻한 곳을 귀신같이 알고 자리 잡는 고양이,

가끔 마음이 내키면 사냥을 해서 보답하듯 자랑하듯 꺼내놓는 시크한 고양이의 매력도 글로 배웠습니다.

길고양이의 뚱뚱한 몸은 사실 잘 먹어서가 아니라 소금기 많은 사람의 음식을 먹은 탓에 부어서라는 것도,

겨울 길고양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깨끗한 물이라는 것도 글로 배웠습니다.

고양이 집사가 부럽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며, 기꺼이 모시며, 고양이와 깊은 교감을 나누는 모습, 때로 귀엽게 고양이 흉을 보는 모습까지 부럽습니다.

하지만 고양이 집사는 절대 될 수 없습니다. 고양이를 실제로 보는 것도 좋고, 글로 만나는 것도 좋고, 사진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선천적으로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동물)를 만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고양이를 만납니다.

책으로 사진으로 웹툰으로 집사들의 포스팅으로 고양이를 만납니다. 만날 때마다 “아이 귀여워”를 연발합니다. 『고양이 집사 자격 시험』이 부키에서 출간된 것을 기뻐합니다. ‘많이 팔아야지. 이 책을 통해 서로 더 이해하는 고양이와 집사가 많아지면 고양이 집사까지는 못 되어도 고양이의 먼 친구 정도는 되는 거겠지’ 하며 혼자 실실 웃습니다. 냐옹.

 


고양이 집사 자격 시험

저자
발레리 드라마르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05-07 출간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책소개
고양이는 수염, 귀, 꼬리, 눈꺼풀, 울음소리로 말을 한다!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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